-‘가짜 기자’ 만드는 사람들
-흥미로운 25년 임원 행적
-“누구도 사주하지 않았다”

삼성 로고.
삼성 로고.

[데일리비즈온 이동림 기자]

“지금 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입니다.”

이모 씨가 국회의 출입 기자로 등록할 때 써낸 소속사 ‘코리아뉴스OOO’로 연락해보니 실체가 불분명했다. 주소지도 엉뚱하게도 생선구이를 파는 식당으로 알려졌다. 주변에서도 해당 언론사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렇게 가짜 인터넷 매체를 내세워 본인 바이라인을 달고 온라인 기사도 계속 써왔다. 해당인은 바로 삼성전자 대관 담당 간부였던 이 전 상무다.

국회 사무처의 말을 빌리자면 그는 지난 4년간 이렇게 의원회관을 수시로 드나들었다. 특히 주로 국정감사 전후인 9월에서 11월 사이에 집중적으로 출입했다. 증인 신청을 막기 위한 거란 게 류호정 의원실의 주장인데 정의당은 이번 건을 조직적인 국회 유린으로 보고 있다.

여기서 주목되는 점은 2016년 삼성에 입사하기 전 해당인의 행적이다. 그는 1990년 당시 새누리당의 전신인 민주자유당 시절 당 사무처에서 정책위원회 수석전문위원, 서울시당 사무처장, 중앙당 조직국장 등을 지내고 새누리당 대변인행정실장을 맡은 뒤 2014년 퇴임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인 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는 전문위원으로 참여할 만큼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했다. 즉 국회 사정에 빠삭하다는 얘긴데 그간 언론사와 의원실과 협조해 의원실을 드나들며 로비를 하는 일은 일도 아닌 셈이다.

때문에, 누구의 지시를 받고 움직였는지 의혹을 살 만하다. 삼성전자 측은 “누구도 사주하지 않았다”고 극구 부인했지만 과연 개인의 선택인지, 삼성이 묵인한 건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실체가 없는 유령 언론사를 앞세워 대관 업무를 해온 사실을 삼성이 몰랐을 리도 없거니와,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심각한 문제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측은 어제(8일) 다시 한번 사과했다.

또 해당인은 물의를 빚은 데 대해 책임을 지고 물러났고, 회사는 사표를 수리했다. 하지만 이대로 넘어가선 안 된다. 지금이라도 국회 절차를 위반한 사례가 있는지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하는 게 마땅하다.

국회 사무처는 향후 법적 조치도 취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삼성에서 조직적으로 기획한 일인지에 대한 수사기관의 철저한 수사도 이뤄져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국회 유린에 대해 삼성이 사죄하는 길이다.

저작권자 © 데일리비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