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회 행장 후임으로 유명순 직무대행 낙점
-기업금융 전문성 갖춰…그룹의 전략과 맞닿아
-최초 여성은행장…실적 개선, 최대 당면 과제

한국씨티은행은 지난 7일 2차 임원후보추천위원회 회의를 열고 차기 은행장 후보에 유명순 직무대행을 단독 추천했다.
한국씨티은행은 지난 7일 2차 임원후보추천위원회 회의를 열고 차기 은행장 후보에 유명순 직무대행을 단독 추천했다.

[데일리비즈온 손성은 기자] 시중은행 최초 여성 은행장이 탄생했다. 국책은행까지 범위를 넓히면 지난 2013년 임명된 권선주 전 IBK기업은행장이 있으나 민간 시중은행에서는 최초 사례다. 주인공은 이미 유명순 한국씨티은행 직무대행이다. 

◇ 유명순 직무대행 차기 행장 내정

한국씨티은행은 지난 7일 2차 임원후보추천위원회 회의를 열고 차기 은행장 후보에 유명순 직무대행을 단독 추천했다. 유 직무대행은 오는 27일 예정된 이사회 승인과 주주총회 의결을 거쳐 정식으로 선임될 예정이다.

유 직무대행의 행장 내정은 예견된 사안이다. 박진회 씨티은행장이 임기 만료 이전에 3연임 도전 의사가 없음을 밝힘과 동시에 직무대행으로 지명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25일 1차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차기 행장 선임 절차가 진행, 타 후보군이 거론됐긴 했지만, 업계는 유 직무대행의 선임을 유력시했다.

행장 직무대행이라는 점 외에도 최근 씨티은행의 모회사 씨티그룹이 미국 주요은행 중 최초로 여성 CEO를 발탁했기 때문이다. 보수적인 금융업계 가운데 씨티은행은 여성친화적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한국씨티은행의 경우 총 16명의 경영진 중 6명이 여성으로 타 은행 및 금융사보다 여성 임원이 비중에 37%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 국내 시중은행 중 여성 임원 비중이 높은 편이라는 KB국민은행 11%에 머물고 있다.

유명순 직무대행은 1987년 씨티은행에 입사한 뒤에 대기업리스크부장, 다국적기업 본부장, 기업금융상품본부 부행장, 기업금융그룹 수석부행장을 역임했다.
유명순 직무대행은 1987년 씨티은행에 입사한 뒤에 대기업리스크부장, 다국적기업 본부장, 기업금융상품본부 부행장, 기업금융그룹 수석부행장을 역임했다.

◇ 첫 여성은행장…전문성 인정받아 

유 직무대행은 후보 추천은 단순히 여성 친화적 기업 문화 때문은 아니다. 유 직무대행은 내부적으로 자신의 역량을 입증해왔다. 1987년 씨티은행에 입사한 뒤에 대기업리스크부장, 다국적기업 본부장, 기업금융상품본부 부행장, 기업금융그룹 수석부행장을 역임했다.

경력에서 알 수 있듯이 유 직무대행은 기업금융 부문에서 강점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 같은 강점은 씨티그룹의 경영 전략 기조와 맞닿아 있는 부분이다. 씨티그룹은 지속적으로 기업금융 부문에 힘을 쏟아 왔고 최근 아시아 지역 소매금융 실적 감소에 따라 해당 부문을 더욱 강화할 전망이다.

전임 박 행장 역시 기업금융에 전문성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유 직무대행의 경우 경력 전체를 기업금융 부문에서 쌓았다는 평가다. 여기에 씨티그룹이 실시하는 CEO승계프로그램에 오래전부터 참가하며 차기 행장 절차를 밟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계 은행의 경우 CEO승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유 직무대행의 전임 박 행장 역시 이 같은 프로그램을 거쳐 행장에 임명됐다.

유 직무대행이 전문성을 바탕으로 보수적이라는 금융업계의 ‘유리천장’을 깨는 데 성공했지만 해결해야 하는 과제는 만만치 않다. 코로나19라는 대형 악재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수익성 개선 등 당면 과제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씨티은행의 모회사 씨티그룹이 미국 주요은행 중 최초로 여성 CEO를 발탁했다. 월스트리트. (사진=픽사베이)
씨티은행의 모회사 씨티그룹이 미국 주요은행 중 최초로 여성 CEO를 발탁했다. 월스트리트. (사진=픽사베이)

◇ ‘수익성·리스크’ 최대 당면 과제

한국 씨티은행은 하락한 수익성 개선이 가장 시급하다는 평이다. 씨티은행은 올 상반기 실적이 지난해와 비교해 크게 감소했다. 이에 일각에선 박 행장의 조기 퇴임은 씨티은행의 부진한 실적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올 상반기 씨티은행의 당기순이익은 900억원으로 전년 동기 1696억원 대비 46.9%나 감소했다. 지난해 본점 매각이라는 일회성 요인을 제외하면 감소폭이 크지 않다는 것이 씨티은행의 입장이지만 같은 외국계인 SC제일은행의 경우 올 상반기 지난해와 대비해 순이익 21% 증가한 1820억원 증가해 대조되는 상황이다.

더욱이 이 같은 수익성 개선을 코로나19라는 악재 속에서 달성해야 한다는 점은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코로나19의 장기화가 지속됨에 따라 기업들의 유동성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 이를 지원해야 하는 은행의 부담이 가중된다. 자칫 기업의 리스크가 은행으로 비화할 수 있는 만큼 리스크 관리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19라는 악재 속에서 사실 모든 은행은 동일한 과제를 갖고 있으며 핵심은 리스크 관리다”이라며 “쉽지 않은 상황 가운데 유 직무대행이 차기 행장으로 내정됨에 따라 더욱 이목이 쏠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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