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 후보자 현택환 서울대 교수 수상 불발

다우드나와 샤르팡티에.
다우드나와 샤르팡티에.

[데일리비즈온 김소윤 기자] 올해 노벨화학상 수상자로 유전자 편집 기술을 개발한 두 여성이 공동으로 선정됐다. 주인공은 프랑스인 임마누엘 샤르팡티에(독일 헬몰츠센터 연구원), 미국인 제니퍼 다우드나(UC버클리 교수) 등 여성 과학자 2명이다. 이들에게는 총상금 900만크로나(약 10억 9000만원)이 절반씩 수여된다.

◇ 여성 듀오가 받은 노벨 화학상

현지시간으로 7일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올해 노벨화학상 수상자를 선정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위원회는 “연구자들이 이 기술을 이용해 동식물과 미생물의 DNA를 매우 정교하게 변형할 수 있게 됐다”면서 “새로운 암 치료법 개발과 유전병 치료의 꿈을 현실화하는 데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2012년 공동연구를 통해 이 기술을 최초로 개발했다. 크리스퍼 가위는 DNA 염기서열 중 특정 위치를 인지하고 선택하는 ‘크리스퍼’와 이 위치를 자르는 효소 ‘카스9’으로 구성된다. DNA 속 네 종류의 염기인 아데닌(A)·티민(T)·구아닌(G)·사이토신(C)은 특정한 순서로 배열되면서 이중나선 구조를 보인다.

네 염기가 배열된 순서(염기서열)에 따라 유전 특성이 달라진다는 설명이다. 염기서열에 유전 정보가 저장된 것이다. 크리스퍼 가위는 이 배열을 자르고 순서를 편집하는 기술이다.

올해 노벨화학상 수상자가 모두 여성이라는 점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1901년부터 지난해까지 노벨화학상 수상자 180여 명 중 여성은 ‘퀴리부인’으로 유명한 마리 퀴리 박사를 포함해 5명에 그쳤다. 이번에 여성 두 명이 공동으로 수상하면서 역대 여성 노벨화학상 수상자는 총 7명이 됐다.

이들이 개발한 유전자 가위 기술. (사진=연합뉴스)
이들이 개발한 유전자 가위 기술. (사진=연합뉴스)

◇ 노벨 화학상 불발 현택환 교수  

다만 한국인 과학자가 수상할 것이라는 예상이 깨진 것에 대해선 국내 과학계가 아쉬워하고 있다. 앞서 서울대 석좌교수이자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입자 연구단 단장인 현택환 교수가 유력한 노벨화학상 수상자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학술정보 분석업체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가 나노화학 분야 권위자인 현택환 서울대 석좌교수를 올해 화학상 유력 후보로 선정했다. 현 교수는 새로운 접근으로 원하는 크기의 균일한 나노입자를 만들어낼 방법을 찾은 이력이 있다.

기존 방식으로 나노물질을 합성하게 될 경우 입자의 크기가 저마다 다르게 생산돼 필요한 크기의 입자만 골라 사용해야 하는 실정이었다. 현 교수는 다양한 연구를 거쳐 실온에서 서서히 가열하는 승온법으로 균일한 나노입자 합성을 해냈다.

현 교수의 수상 불발에 대해 과학계 관계자는 “이번에 유력한 후보로 지목된 것으로도 의의가 있다. 앞으로 국내 과학자가 수상하는 날이 곧 올 것”이라고 말했다.

노벨상은 5일 생리의학상 시작으로 6일 물리학상, 7일 화학상, 8일 문학상, 9일 평화상, 12일 경제학상 순으로 수상자를 발표한다. 매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시상식이 열렸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시상식을 개최한다.

2020 노벨상. (사진=THE NOBEL PRIZE 홈페이지 캡처)
2020 노벨상. (사진=THE NOBEL PRIZE 홈페이지 캡처)

◇ 세계 과학계서 가장 권위 있는 상 

노벨상은 명실상부하게 세계 과학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이다. 전체 6개 시상 분야 가운데 절반인 3개를 차지할 뿐만 아니라 국가 과학기술의 경쟁력을 가늠하는 지표가 된다. 때문에, 수상에는 국가나 연구자 개인 모두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실제 지난 10년 동안 과학 분야 수상자들이 핵심이 되는 연구를 시작해 노벨상을 받기까지 평균 32년이 걸렸다. 수상자 평균 연령은 69.1세에 가깝고, 고령화 추세는 최근 들어 더욱 두드러진다. 

과학 분야에서 공동 수상이 대세라는 점도 특징이다. 같은 기간 동안 3개 과학 분야 수상자 가운데 단독 수상자는 두 명밖에 없다. 이미 연구 주제와 분야가 복잡해지고 거대화되면서 융합 연구가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기초 과학과 융합 연구에 투자 역사가 짧은 우리나라의 입장에서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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