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운영 전반 살펴봐야 하는 국정감사지만…
-아이돌 경연 프로그램 방불케 하는 치열한 경쟁
-기업인 증인 채택 눈길 끌기…전문성은 어디로?

국회 국정감사 종합상황실.
국회 국정감사 종합상황실.

[데일리비즈온 손성은 기자] 국정감사란 무엇일까? 문자 그대로 국정 전반에 대한 감사를 뜻한다. 감사 주체는 국회며 감사 대상은 행정, 사법을 포함한 국정 전반이다. 즉, 국회가 정부의 실태를 감시, 비판하는 것. 이는 헌법을 통해 보장되는 국회의 주요 기능이다.

이런 국감이 7일부터 시작된다. 국회 상임위원회별 피감기관별로 국감을 진행하고 마지막에는 종합감사를 실시, 약 한달 동안 진행한다. 국감 개최 이전 의원들은 소속 상임위 피감기관의 운영 실태 및 관련 이슈를 살펴본다. 국감에서 그야말로 ‘한방’을 보여주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하는 것이다.

국감의 준비와 실제 진행 과정을 살펴보면 몇 년 사이 인기를 끈 ‘아이돌 경연 프로그램’이 연상된다. 국민 아이돌을 꿈꾸는 수많은 연습생이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국감 역시 마찬가지다. 개막 이전부터 적극적으로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피감기관의 부정과 무능을 폭로한다. 민간 부문 역시 타겟이다. 대기업의 부정과 위법행위를 질타하는 보도자료를 사전에 배포하고 대표 경영자를 증인으로 채택한다. 이른바 기업감사다.

전국에 생중계되는 국정감사 현장.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기업 경영인 또는 그룹 총수가 증인으로 불려 나온다. 이들을 향한 호통. 기업 또는 그룹의 대표라는 위상이 무색하게 얼굴이 달아올라 우물쭈물 답변하는 그들의 모습이 전 국민에게 생중계된다.

주목해야 하는 대목은 민간 기업인을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소환하고 면박을 주는 장면에 진정성이 얼마냐 있느냐는 점이다. 이는 비단 민간 기업뿐만 아니라 공기업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문제다. 이전부터 국회의 국감 증인 채택은 적지 않은 논란을 불러왔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소속 상임위 의원들의 전문성 결여다. 산업 특수성으로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이슈 몰이를 위해서 기업인들을 증인으로 채택하고 질타한다. 그 과정에서 제시되는 자료들은 수준 미달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과거 이슈에 살을 조금 보탠다든지 이미 관련 감독 기관 제재를 받았고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사실을 뒤늦게 끄집어내 다시 이슈화한다.

국감에서 제기되는 이슈 모두가 단순히 이목 끌기라는 것은 아니다. 분명히 우리 국민이 반드시 알아야 하고 개선이 필요한 경우도 적지 않다. 다만 요 몇 년 사이 국감의 부정적 요소가 더욱 심화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올해 역시 다르지 않다. 기업 총수들의 증인 채택은 피했지만 이를 대신해 고위 임원들이 줄줄이 국감장 출석을 앞두고 있다. 코로나19로 불필요한 증인 채택을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내부에서 흘러나왔지만 큰 영향은 없었다.

당장 내일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국감에선 10대 그룹 주요 계열사 고위 임원들의 출석이 예정돼 있다. 이유는 농어촌상생협력기금과 관련한 민간 기업들의 기부 실적이 저조하기 때문이다.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은 2017년 자유무역협정 체결에 따라 이익을 본 기업이 피해 농가를 지원하는 취지로 설립됐다. 해당 이슈는 이후 매번 반복된다. 민간 기업 임원들을 소환하기보다는 관련 정책을 만들고 이행 여부를 살피는 것이 더욱 현실성 있다는 지적이다.

정무위는 8일 서보신 현대자동차 생산품질 담당 사장을 증인으로 불렀다. 내연기관 결함 의혹 문제에 따른 것. 같은 날 조정열 에이블씨엔씨 대표, 조운호 하이트진로음료 사장, 이광일 GS건설 플랜트부문 대표, 한영석 현대중공업 사장, 이윤숙 네이버쇼핑 사장,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대표이사 등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12일, 13일, 22일도 민간 기업인의 증인 채택이 있다.

올해는 얼마나 다를까?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기업인이 국감 증인으로 채택됐다. 이미 이전부터 국감 증인 채택이 의막 퇴색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단 상황. 단순 이슈 위주의 면박 주기로 얼굴도장 한번 찍기 위한 증인 채택으로 끝날지, 공정사회 실현을 위한 증인 채택이 될지 2020년 국감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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