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사 10년 만에 계열사 수장 자리 꿰차
- 3남 중 장남으로 유력한 후계자로 낙점

한화 3세 김동관 한화솔루션 대표. (사진=한화)
한화 3세 김동관 한화솔루션 대표. (사진=한화)

[데일리비즈온 김소윤 기자] 대기업 임원의 경영 행보는 가지각색이다. 이들의 방식은 사회의 귀감이 될 때도 있지만 비난을 받을 때도 있다. 심지어 오너리스크로 이어져 기업의 존망을 위협하기도 한다. 실적에 따라 자리유지가 결정되는 전문경영인부터 일명 ‘철밥통’을 가진 오너경영인까지 임원의 움직임이 곧 경제의 흐름이다. 이에 본지는 키워드를 주제로 각 임원의 경영 행보를 살펴본다. <편집자주> 

한화그룹이 3세 경영 시대를 열었다. 한화그룹은 최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장남 김동관 한화솔루션 전략부문장(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했다고 밝혔다. 대표이사에 내정된 그는 회사 입사 10년 만에 계열사 수장 자리에 오르게 됐다.

◇후계자=28일 한화그룹은 한화솔루션 등 10개 계열사 대표이사 인사를 발표하면서 “코로나19 등으로 대내외적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가운데 내년 사업전략의 선제적 수립, 조직 안정화 등을 위해 대표이사 인사를 조기 실시했다”고 밝혔다.

이번 인사 자료를 살펴보면 한화 3세 김동관 대표의 승진 소식이 주목된다. 김승연 회장의 3남 중 장남으로서 별다른 논란이 없이 경영에만 몰두해온 모습을 보였던 김동관 대표가 부사장이 된 지 9개월 만에 승진하는 모습을 보이며 후계자로서 역량을 인정받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한화그룹은 김 사장의 승진 소식과 함께 이번 인사 내정자들의 특징으로 40대 대표이사, 여성 대표이사 발탁 등을 강조했다. 변화와 혁신의 속도를 가속화하겠다는 회사의 의지라는 것이다. 이번 인사로 한화그룹 CEO들의 평균 연령은 55.7세로 이전(58.1)세보다 2세 이상 낮아졌다.

김동관 사장은 1983년생으로 38세다. 김 사장을 비롯한 내정자들의 최종 선임은 각사별 주총 및 이사회 등 관련 절차에 따라 진행될 방침이다. 김 대표는 올해 1월 통합법인 한화솔루션의 출범과 함께 전략부문장을 역임해왔다.

다보스포럼에 참석해 벨기에 국왕과 에너지사업을 논의한 김동관 사장. (사진=한화)
다보스포럼에 참석해 벨기에 국왕과 에너지사업을 논의한 김동관 사장. (사진=한화)

◇친환경에너지=김 대표는 그간 태양광 등 친환경 에너지 사업을 주력으로 맡아왔다. 김 대표는 한화솔루션 전략부문장을 맡은 이래 친환경 에너지와 첨단소재 기업으로서의 도약을 위한 사업재편과 미래사업 발굴을 주도해왔다.

이 과정에서 안정적 수익구조 창출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사장으로 승진했다는 것이 사측의 설명이다. 장기적으로 볼 때 기후변화 등으로 글로벌 신재생 에너지 시장 변동성이 커진 상황이다.

이 가운데 해당 분야에 대한 김 대표의 전문성과 풍부한 네트워크 등이 사측의 미래에 도움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워커홀릭=2010년 1월부터 한화그룹 차장으로 입사해 경영수업을 시작한 김 대표는 그간 별다른 일탈 없이 일에만 몰두해왔다. 그는 입사 초부터 친환경 에너지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키워왔다.

2011년 12월 한화솔라원 기획실장을 맡은 그는 2013년 한화큐셀 전략마케팅실장을 도맡아 미래 에너지산업에 대한 역량을 보여왔다. 2014년엔 한화솔라원 영업담당실장을 맡아 여러 실무를 경험하며 그해 12월 인사에서 한화큐셀 상무로 승진했다. 2015년 3월엔 한화큐셀 이사회에 이름이 등재됐고 2015년 12월 인사에서 전무로 승진했다.

김 대표는 신에너지 사업에 집중해오면서 성과도 보였다. 과거 큐셀 인수 및 한화솔라원과의 합병을 주도해왔다. 한화의 태양광사업은 2015년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중심에 김 대표가 있었다. 이 결과 최근 미국이나 일본 등 에너지 분야 관련 선진국 시장에서 상위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코로나19로 인한 세계적인 경제 불황에도 실적에 도움이 됐다. 한화솔루션은 태양광 사업 실적을 기반으로 올해 1~2분기 연속 1000억원이 넘는 흑자를 달성했다. 호실적 요인으로 3개 사업 부문 통합 이후 전략부문의 위기 대응 전략 등이 시너지를 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대표는 특히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선두에 나섰다. 한화 솔루션은 미국 에너지 소프트웨어 회사 GELI를 인수했다. 이로서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한 4차산업 기반의 미래형 에너지 사업 진출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사업 수주 소식도 눈에 띈다. 8월 포르투갈 발전소 사업권을 수주했고 ESS를 결합한 태양광 발전소 사업 진출 성과도 냈다.

부친과 김승연 회장(오른쪽) 김동관 대표. (사진=연합뉴스)
부친과 김승연 회장(오른쪽) 김동관 대표. (사진=연합뉴스)

◇세련된 감각=신재생에너지 사업을 기반으로 경영수업을 해온 김 대표는 미국 세인트폴고교, 하버드대 출신이다. 해외 유학 시절 다져온 국제 감각을 경영 행보에도 보이고 있다.

다보스포럼 등 국제적인 행사에 참석하며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쌓아오고 있다. 실제 그의 이력을 살펴보면 중국법인, 독일법인 등을 두루 거치며 회사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다져오는 데 주도적이었다.

이러한 사회 경험은 그의 세련된 감각을 다지는데 도움이 된 것으로 평가된다. 아울러 그는 회사의 해외 스포츠마케팅도 도맡았는데 야구나 축구를 좋아하는 등 취미 생활도 건전하다. 공군사관후보생 117기로서 3년 4개월 복무 경험도 있다.

다만 김 대표는 제2의 테슬라로 불렸던 니콜라가 최근 사기 의혹 등에 휩싸이며 또 하나의 숙제를 안았다. 2018년 김 대표는 한화에너지와 한국종합화학이 투자한 니콜라의 지분투자(6.13%)를 주도했기 때문이다. 니콜라는 최근 갖가지 논란으로 주가가 급락하는 양상을 보였다. 한화 또한 이 영향으로 손해를 감수해야할 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니콜라 사태에도 불구하고 3세 김동관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이번 승진 인사가 조기 단행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면서 “신생업체 투자는 불확실한 변수였지만 김 사장이 그간 회사에서 신재생 에너지 사업을 키워온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 대표의 부친 김승연 회장은 2014년 배임 등 혐의로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는데 취업제한 등의 기한도 만료가 된 시점이 맞물려 내년 초 경영에 복귀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앞서 장남인 김 대표를 미리 승진시킨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한화그룹을 총괄해온 금춘수 부회장 곁에서 경영 승계작업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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