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배터리 분사 분할 방식 논란

LG 본사 전경. (사진=연합뉴스)
LG 본사 전경. (사진=연합뉴스)

[데일리비즈온 김소윤 기자] LG화학 배터리(전지) 사업부 분할 소식이 알려지자 개인 투자자들이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투자자들은 LG화학의 분할 방식이 인적(人的) 분할이 아닌 물적(物的) 분할이라는 점을 문제로 들며 오너 일가의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한 꼼수 아니냐는 시각까지 제기하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내달 30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배터리 사업 물적 방안을 의결할 방침이다. 주총 특별 결의 사항으로 분류되는 기업 분할이 성사되려면 주총 참석 주주 3분의 2, 전체 발행 주식 수의 3분의 1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LG화학의 최대 주주는 지주사 LG(30.09%)다. 변수는 국민연금의 표결에 달렸다. 국민연금과 소액 주주(약 11만명)이 각각 9.96%, 54.33%를 가졌기 때문이다.

우선 LG화학이 택한 물적 분할 방식은 기업의 재산만 분할해서 자회사를 설립하는 것이다. 기존의 회사가 분할되는 신설 회사의 주식을 갖게 되는 구조다. 새롭게 분할된 회사가 LG화학의 자회사(100%)가 되는 것이다. 다만 주주들은 LG화학을 통해 새로운 회사를 간접적으로 지배하게 된다.

소액 주주들이 인적 분할을 바라는 이유는 간접적으로 지배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회사의 주식을 이전 지분율만큼 배분받는 것이 유리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물적 분할된 신설 회사가 상장될 경우 LG화학의 지분이 흐트러질 수 있고 배터리를 주력으로 하던 회사 대비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분할 안건이 주총을 통과하면 LG화학의 배터리 사업부는 오는 12월 1일 ‘LG에너지솔루션(가칭)’으로 새롭게 탄생된다. 사측이 추진하는 물적분할이 성사되면 기존 주주들이 배터리 부문의 주식을 가질 수 없게 되는 셈이기 때문에 총수 일가가 지배력을 굳히기 위한 방식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회사 입장에서 소액주주들이 배터리사의 주식을 가지는 인적분할을 할 경우 총수 일가의 지배력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회사의 오너 일가는 지주사인 LG를 통해 LG화학을 지배하고 있다. 상장을 하게 되면 외부 투자 유치를 할 때 오너 일가의 지배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물적분할의 경우 오너 일가의 지배력이 유지된다.

LG화학 중국 공장. (사진=LG화학)
LG화학 중국 공장. (사진=LG화학)

LG화학 측은 이번 분할과 관련 “배터리 사업에 가려진 석유 화학, 첨단 소재, 바이오 사업에 온전히 투자와 운영 역량을 집중할 수 있게 됐다. LG화학의 주주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을 것”이라면서 “LG에너지솔루션의 IPO(기업공개)를 통해 배터리 사업이 더 성장하면 LG화학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즉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배터리 사업에 신규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인적 분할보다 물적 분할이 더 유리하다는 것이 사측의 입장이다. LG화학의 배터리 부문은 세계 1위로 최근 들어 흑자를 보여 현재 사업을 더 확장 시킬 절호의 기회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주주들의 화는 잠재워지지 않고 있다. 실제 국내 주식 시장 사례를 보면 자회사의 가치가 모회사에 모두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일부 기관투자자들도 주주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지 검토를 하고 있다.

투자자 A씨는 “배터리의 가능성을 보고 LG화학에 투자한 것인데 갑자기 이런 분할 소식이 나오니 황당하다”라며 “배터리 사업이 분리 된 LG화학은 BTS 없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아니냐”라고 말했다.

한편, 청와대 국민청원에까지 LG화학 물적분할을 막아달라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LG화학 물적 분할로 인한 개인투자자 피해를 막아달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다만 투자업계 일부 관계자들은 배터리 분사가 장기적으로 볼 때 기업 가치 성장의 가능성을 높이게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LG화학의 배터리 사업이 타 사업에 묻히지 않고 더 높은 가치로 평가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분사 이후 중국의 배터리사 CATL 등에 비교해 현재보다 제대로 된 가치를 나타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저작권자 © 데일리비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