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도 말고 덜도 말고 추석만 같아라’

보름달. (사진=픽사베이)
보름달. (사진=픽사베이)

[데일리비즈온 이동림 기자] 추석의 풍요로움을 이르는 속담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이 있다. 매일이 한가위만 같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담겨 있다.  

이 말은 매년 요맘때가 되면 자주 듣는 덕담인데 추석의 순우리말은 한가위다. 크다는 뜻의 ‘한’과 가운데를 가리키는 ‘가위’가 합쳐진 말이다. 음력 8월 한가운데 있는 큰 날이란 의미다.

이날만큼은 늘 마음이 풍요롭고 넉넉해지는 기분이다. 그런 민족의 최대 명절인 추석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예년과 달리 집에 머물러야 하는 상황. 그래서인지 한 여론조사 결과, 국민 10명 중 8명은 이번 연휴에 1박 이상 집을 떠날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고향 방문은커녕 차례를 지내는 것뿐 아니라 멀리 사는 가족, 친지들조차 찾아뵙기 어려운 처지에 놓인 셈이다. 명절을 핑계 삼아 모처럼 만나 서로의 안부를 묻고 음식을 나눠 먹으면서 우애를 다지는 전통마저 위협받고 있다. 갈수록 각박해져 가는 세상살이에 얼굴이나마 한 번씩 보고 살아가자는 게 ‘뭐 그리 대수냐’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 소박한 욕심마저 코로나가 앗아갔다.  

추석명절 시민들의 이동이 많을 경우 코로나19 대확산이 우려되는 만큼 고향방문 대신 집에 머물러 줄 것을 정부도 독려하고 있다. 이 기간에는 재확산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특별 방역기간으로 정해져, 최대한 이동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명절 때 시행해 오던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나 각 지자체의 민자도로 통행료 면제도 올 추석에는 사라졌다.

상인들도 사상 최악의 추석을 보내고 있다. ‘대목인데 사람이 없고 코로나 때문에 그런지 사람들이 더 안 다니고 장사들이 너무 안 된다’는 불만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가족과 친척 간에 만나지 말고 비대면으로 명절을 보내자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이 사단이 났다. 

대면 접촉을 꺼리는 시민들이 명절 음식을 대폭 간소화하면서, 예년에 비해 구입 물품 양을 크게 줄이고 있고, 만남을 줄이다 보니 선물 구입도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북적거리던 전통시장의 풍경도 이제 옛말이 되었다. 

이처럼 걱정과 한숨소리만 가득하다. 하지만 예전의 팬데믹이 그랬듯이 코로나19가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삶과 문화는 또 다른 모습으로 진화된다. 재택근무, 온라인 결혼식, 온라인 강연, 비대면 공연 등이 바로 그 예다. 이 같은 일상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요즘, 많은 생각을 들게 한다. 

그나마 곧 시작될 닷새간의 명절 연휴가 위안거리다. 부디 댁내에 평안과 행복이 가득하길 바란다. 아울러 올해 추석엔 고향에 내려가는 대신 부모님께 미안함과 감사함, 그리고 쑥스럽지만 따뜻한 말 한마디 전해 보는 건 어떨까. 사랑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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