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도 규제만 느는 대형마트

의무휴업을 한 매장 전경. (사진=연합뉴스)
의무휴업을 한 매장 전경. (사진=연합뉴스)

[데일리비즈온 김소윤 기자] 추석 한가위 연휴를 앞둔 유통업계가 특수를 맞았지만 울상을 짓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불황에 이어 당국의 규제로 인해 강제로 문을 닫아야할 상황에 처한 것이다. 앞으로 유통 규제가 더욱 강화될 전망이어서 유통업계 종사자들의 일자리마저 위협당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형마트는 관계법령에 따라 한 달에 2회 의무로 쉬고 있다. 지역별로 의무휴업 요일이 상이한데 대부분의 대형마트가 매달 둘째, 넷째 일요일 의무휴업일로 장사를 개시하지 못한다. 27일 일요일도 예외는 아니다. 추석 대목을 맞은 시기인데도 문을 닫아야 하는 것이다. 규제를 받는 대규모점포는 유통산업발전법상 매장면적 합계가 3000㎡ 이상인 대형마트, 백화점, 복합쇼핑몰 등이다.

이러한 상황을 우려한 업계는 단체로 지자체에 의무휴업일 변경을 건의했는데도 대부분 묵살됐다는 후문이다.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은 온라인 주문도 해당되기 때문에 막대한 타격이 예상된다. 이 때문에 골목상권 보호가 취지인 의무 휴업일이 오히려 주변상권 일자리까지 위협하고 있다며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한국유통학회 연구 분석 자료에 따르면 대형마트 영업규제가 도입된 2012년과 지난해 업태별 매출액을 분석한 결과 대형마트 시장점유율은 2.6%p, 슈퍼마켓은 1.5%p, 전문소매점은 11.4%p 동반 하락했다. 이와 달리 온라인 유통은 9.1%p 증가했다.

국민의힘 한무경 의원은 이에 대해 규제 의도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 의원은 “규제 의도와 달리 실증 분석 자료엔 정반대의 결과가 나타났다. 온라인 유통이 등장한 상황에서 유통산업 정책이 능동적이지 못해 변화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말했다.

의무휴업은 물론 규제가 더 강화됐다. 
의무휴업은 물론 규제가 더 강화됐다. 

대한상공회의소가 9월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대형마트가 마이너스 성장세로 바뀐 현시점에 대규모점포 규제가 적합한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도 “당초 법안이 도입될 때는 대형마트들이 영역을 넓히고 있는 분위기였지만 사드, 코로나19 등 여러 경제적인 타격으로 유통업계 전체적으로 침울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형마트 침체는 주변 상권까지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유통학회가 발표한 ‘대형유통시설이 주변 상권에 미치는 영향’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대형점포가 폐점한 이후 반경 3㎞ 소규모 슈퍼마켓과 소매점의 매출액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소형점포일수록 타격이 컸다는 설명이다.

유통업계 일자리까지 위협당하면서 더 큰 경제상황으로 번질 위기다. 한국유통학회가 최근 발표한 ‘정부의 유통규제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대형마트 점포 1곳의 평균 매출이 500억원이라고 봤을 때 폐점할 경우 해당 점포 직원 945명, 인근 점포 직원 429명 등 총 1374명의 고용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직자 945명에는 마트에 직접 고용된 680여명과 납품업체 등의 간접고용 인원 250명이 포함된다는 설명이다.

최근 신세계가 운영하는 이마트, 롯데쇼핑이 운영하는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빅3의 폐점 소식이 잇따라 전해지면서 노인이나 경단녀 등의 일자리 문제가 더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전통시장과 마트.
전통시장과 마트.

소비자들도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맞벌이를 하는 여성 A씨는 “평일에 시간이 없어서 장을 못 보는데 주말에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때문에 결국 온라인 쇼핑을 이용하거나 아예 장을 안 보고 음식을 시켜먹는다”고 말했다. 전통시장 활성화 취지도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이 같은 상황인데도 유통 규제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여 논란이 예상된다. 최근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 개정안에 따르면 전통시장 등의 경계로부터 20㎞ 이내의 범위를 전통상업보존구역으로 지정한다.

현행 1㎞에서 20㎞로 늘은 것인데 전국엔 전통시장이 곳곳 있기 때문에 사실상 대형마트가 새로 들어서긴 불가능한 법안이다. 이장섭 더불어민주당 의원도‘유통산업발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는데 이 법안이 통과되면서 유통규제까지 5년 연장됐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 규제 법안으로 대형마트는 물론 주변 소상공인까지 다 죽이고 있다. 근본적인 대책이 아닌 변화를 접목시키지 못하는 규제만 하는 것이 과연 누구를 위한 법안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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