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기밀 빼 7조 규모 이지스 구축함 6척 수주
-7년 전부터 행한 조직적이고 치밀한 계획 ‘들통’
-해군 간부와 수상한 커넥션 “훔친 설계도 활용”
-이지스 구축함 사업, 국감 때 ‘정밀 검증’ 예측

2018년 제주 앞바다에서 열린 국제 관함식에서 해군 최신예 함정들이 기동하고 있다. (사진=해군)
2018년 제주 앞바다에서 열린 국제 관함식에서 해군 최신예 함정들이 기동하고 있다. (사진=해군)

[데일리비즈온 이동림 기자] 현대중공업이 국방부와 손잡고 대우조선이 앞서 제출한 이지스함 설계도면(개념설계)을 빼돌린 충격적인 정황이 드러났다. 훔친 기술로 7조원 규모의 ‘스텔스 이지스함’으로 불리는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수주를 가로챈 셈이다.     

현대중공업은 이와 관련해 24일 <데일리비즈온>에 “당사 직원과 해군 간부가 울산지검과 군사법원에서 수사와 재판을 받고 있다”며 “군사보안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밝히기 어렵다”고 밝혔다. 

◇ 7년 전부터 진행된 조직적인 행각

그렇다면 현대중공업의 파렴치한 도둑질은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21일 SBS 단독 보도에 따르면 2013년 초부터 1년간 당사 직원 서너 명이 별건인 잠수함 관련 사업으로 해군본부 함정기술처를 수차례 방문했다. 

이 과정에서 해군 A 중령은 잠수함 사업과 무관한 KDDX 기밀 자료를 면담 장소에 갖다 놓은 채 자리를 비웠고 그사이 현대중공업 직원들은 기밀자료를 동영상으로 찍어가 문서로 편집했다는 게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이다. 

2013년 4월에는 KDDX 개념설계 토의자료, 2014년 1월에는 KDDX 개념설계 최종 완료 보고서를 이런 식으로 손쉽게, 이른 바 도둑 촬영해 갔다는 게 해당 언론의 보도내용이다. 이 자료와 보고서에는 함정 내외부 구조와 이지스 전투체계, 동력체계 같은 함정의 핵심 구조, 성능, 부품 등이 상세하게 담겨 있었다.

그러나 재작년 4월 기무사의 불시 감사로 약 30만~40만 건의 군사기밀을 빼돌린 사실이 적발되면서 조직적인 사기 행각은 세상에 드러났다. 

2018년 혐의가 드러난 이후로 수사와 재판이 2년 넘게 진행되고 있는 사이, 발주처인 방위산업청은 KDDX 사업 제안서 최종 평가에서 총점 100점 중 0.056점의 점수 차이로 대우조선을 수주에서 탈락시켰다. 우선협상 대상자로 현대중공업은 최종 사업자 발표만 남긴 상황이다. 

(사진=대우조선지회 홈페이지 캡처)
(사진=대우조선지회 홈페이지 캡처)

◇ 노조 “군사기밀 유출에도 처벌 유예”

이 같은 상황에 정부가 군사기밀 유출에도 현재까지 처벌을 유예시키며, 훔친 기술을 정당한 기술로 둔갑시켰다는 노조의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대우조선지회는 23일 기자회견을 열어 “사기밀을 도둑질한 사실을 2년 6개월 전에 적발했지만 현재까지 수사 중에 머물러 있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이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이를 방관하며 7조원 규모의 한국형 차기 구축함을 현대중공업에 몰아준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이어 “멀쩡한 대우조선을 현대 재벌에게 불공정 특혜 매각하며 노동자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한국형 차기 구축함 기밀자료 유출과 관련된 청원이 청와대 게시판에 등장하며 국회 국정감사 기간에 ‘정밀 검증’을 예고하고 있다. 

국내 함정 방산업체에 근무하는 직원이라고 밝힌 청원자는 ‘현대중공업과 해군본부와의 비리를 파헤쳐주세요’라는 청원 글을 23일 올려 “방송뉴스를 보고 너무나 한탄스러웠다”, “이런 개념도를 토대로 설계제안서가 만들어졌다면 공정한 경쟁이 이뤄질 수 없다”며 한탄했다. 이글은 현재 4000명 가까이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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