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출판 기념회 건배사 논란
-정치색 짙은 발언에 ‘아연실색’…본인 위치 잊었나?
-뜻밖의 논란 자초해…26년 만의 연임 기록도 퇴색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사진=연합뉴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사진=연합뉴스)

[데일리비즈온 손성은 기자] 격무에 지친 것일까? 26년 만의 연임이라는 대기록에 취한 것일까? 이유야 어쨌든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선을 넘고 말았다.

기업 구조조정 등 중대한 역할을 맡고 있는 산업은행의 수장 이동걸 회장은 최근 연임에 성공했다. 누차 강조하듯이 이는 26년 만의 대기록이다. 더욱이 연임 과정에서 대안이 없다며 경쟁자의 언급조차 없이 아주 자연스럽고 매끄럽게 연임에 성공했다.

이동걸 회장은 임기 동안 금호타이어, STX조선해양, 한국GM,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과 경영정상화 등이 연임 성공 요소로 평가 받고 있다. 여기에 아시아나항공 매각 및 코로나19에 장기화로 산업은행의 중요도가 더욱 높아짐에 따라 이 회장의 연임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게 중론이었다.

이동걸 회장 외에는 그 막중한 자리를 맡길 대안이 없었다는 뉘앙스다. 정말 그럴까? 논란이 되고 있는 이동걸 회장의 발언을 보고 판단해 볼 필요가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이동걸 회장은 지난 22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전기 만화 ‘나의 인생 국민에게’ 발간 축하연에 참석했다. 이날은 사실상 이 전 대표의 은퇴식으로 코로나19 방역 지침에 따라 45명의 인원만 초대됐다. 이동걸 회장 외에 박병석 국회의장, 이낙연 민주당 대표 등 여권의 거물 인사들이 참석했다.

문제는 이동걸 회장의 건배사였다. 당시 이동걸 회장은 자신을 ‘비정치인’이라고 소개했음에도 정치색 짙은 발언을 해 논란을 자초했다. 이동걸 회장은 이 전 대표의 ‘민주당 20년 집권론’을 언급하며 “제가 ‘가자’고 외치면 모두가 ‘20년’으로 답해달라”는 건배사를 제안했다.

정치적 이념, 지지 정당의 선택은 논란의 여지가 없는 명백한 개인의 자유다. 개인의 판단에 따라 선택할 수 있고 이를 외부로 드러낼 수 있다. 다만 우리가 흔히 말하는 ‘공인’의 경우 그 발언에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물며 우리나라 산업 전반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산업은행의 수장이라면 더욱 신중한 행동과 발언을 요구받는다.

산업은행 회장은 조금이라도 가벼이 볼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정부 보유 지분 100%에 중소, 중견 기업에 지원하는 자금 규모는 연간 40조원을 웃돈다. 이런 막중한 임무를 맡고 있는 수장은 금융위원장이 후보군을 선별한 뒤 최종 후보를 확정해 대통령에 임명을 제청한다, 마지막으로 대통령 임명을 확정하면 올라갈 수 있는 자리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정치적 신념이나 발언은 온전한 자유다. 그러나 산업은행이라는 국책은행의 수장에게는, 특히 공개된 장소에서는 그 자유는 제한받을 수밖에 없다. 산업은행 영향력과 그 수장의 임명 절차를 생각하면 이동걸 회장의 발언은 때와 장소 그 어디에도 들어맞는 발언이 아니었다. 산업은행은 오로지 ‘기능’해야 하는 기관이다. 그 역할과 기능에는 정치적 색깔이 개입해서는 안 된다.

이동걸 회장이 자연인이라면 이번 발언은 단순한 ‘축사’에 그쳤을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라는 국가적 재난 속에 산업은행의 역할이 부각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26년 만에 연임에 성공한 이동걸 회장. 집권여당의 실세였고 앞으로도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이는 이 전 대표와 축하연. 아슬아슬한 긴장감이 느껴질 수밖에 없는 자리에서 이동걸 회장은 논란을 자초했다.

26년 만의 연임의 원동력으로 평가받는 자신의 역량에 대한 논란을 자초했고 이는 정치적 논란으로 비화하고 있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 누가 봐도 이동걸 회장의 발언은 ‘선’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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