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보험사 잇따른 시장 철수에 인수합병 활발
-기존 보험사의 흡수 통합…업계 순위 변동 이어져
-정체된 한국 보험 시장…중소형사 도약 방법 없나?

미래에셋생명은 PCA생명 인수를 통해 자산 기준 업계 5위로 뛰어올랐다. (사진=미래에셋생명)
미래에셋생명은 PCA생명 인수를 통해 자산 기준 업계 5위로 뛰어올랐다. (사진=미래에셋생명)

[데일리비즈온 손성은 기자] 지난 몇 년 간 보험업계는 인수합병 이슈로 떠들썩했다. 외국계 보험사들이 잇따라 한국시장에서 철수하는 가운데 우량 보험사를 인수하기 위한 인수전이 벌어졌다. 매물로 나온 보험사는 대부분 이미 보험사를 보유하고 있는 금융그룹을 새로운 주인으로 맞이했다.

보험사 인수 이슈는 언제나 보험업계 지각변동 가능성에 대한 전망으로 이어졌다. 특정 보험사를 보유한 그룹이 또다시 보험사를 인수, 두 회사의 합병 시 자산 규모가 늘어나 업계 순위에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다소 유치해 보일 수 있으나 보험업계 순위의 잣대가 되는 보험사의 자산은 그 회사의 영업력 또는 보유계약 규모, 수입보험료를 가늠할 수 있게 해준다.

미래에셋생명이 가장 최근의 사례다. 지난 2016년 11월 미래에셋생명은 영국계 생명보험사 PCA생명을 인수했다. 이후 약 1년 6개월 간 별도 법인으로 운영하다 지난 2018년 3월 PCA생명을 미래에셋생명으로 통합했다. 이에 따라 당시 미래에셋생명의 자산 규모는 34조 7000억원으로 늘어나며 삼성, 한화, 교보, 농협생명의 뒤를 이은 업계 5위로 뛰어 올랐다.

보험업계는 이미 정체된 시장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장기간 업계 순위에 변동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영업 방식 또한 큰 틀에서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시장 점유율은 소수의 대형사들이 과점하고 있는 상황이다. 설상가상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일반적인 종합보험사 형태의 신규 사업자를 찾아볼 수 없게 된지도 오래다.

보험시장의 신규 진입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금융당국은 소비자 보호를 위해 금융업 진출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으며 진출 이후에도 까다로운 규제로 금융사들을 관리 감독하고 있다. 이것이 금융업이 규제산업이라 불리는 이유다. 보험사의 경우 시장에 신규 진출하기 위해선 규제에 따라 인허가를 얻어야 하며 판매 상품 라이센스를 취득하기 위해선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신규 사업자의 시장 진입 자체가 쉽지 않다. 까다로운 인허가 조건을 충족하고 시장에 진입한다고 해도 시장 적응은 별개의 문제다. 한국 보험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다. 보험은 롱텀 비즈니스다. 이미 수십년에 걸쳐 영업 노하우를 쌓고 고객을 확보한 기존 진출자 틈에서 신규 진출자가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금융당국은 시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규 종합 생명 또는 손해보험사 인가를 꺼리고 있다. 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해 시장 진입 문턱을 낮추는 등 신규 시장 진입을 독려하고 있지만 이는 인터넷전문보험사 등 특화 보험사 한정이다. 금융당국 역시 한국 보험시장의 포화‧고착 상태라고 인식하고 있다.

여기에 생명보험시장에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성장 둔화 현상도 심각한 문제다. 저출산, 고령화 문제에 직면했다. 여기에 오는 2023년 새롭게 도입되는 회계기준과 이에 따른 감독 기준 변경으로 과거와 같은 공격 영업은 꿈도 꿀 수 없는 상황이다. 자연스레 신계약 규모가 감소하며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 손해보험도 속앓이를 하고 있다. 생명보험업계에 비하면 상황은 양호하나 기초 상품인 자동차보험 손해율 악화에도 금융당국의 개입으로 보험료를 인상하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이러니 이미 시장에 진출해 있는 보험사 역시 적극적인 몸집 불리기에 나설 수가 없다. 심지어 업계 상위권을 점령하고 있는 대형 보험사와의 중소형 보험사의 격차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러한 대형사들이 보험 계약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중소형사들이 돌파구를 찾기 쉽지 않다.

결국 남은 방법은 보험사간 인수합병을 통한 몸집 불리기다. 미래에셋생명의 사례가 있을 뿐만 아니라 통합을 앞두고 있는 신한생명이 있다. 신한금융의 오렌지라이프 인수로 내년 합병을 앞두고 있는 신한생명은 업계 순위 5위 도약을 목전에 둔 상황이다. 만년 하위권에 머물고 있던 KB생명 역시 금융지주의 푸르덴셜생명 인수로 몸집 불리기를 예약해 둔 상황이다.

보험사 인수합병은 천문학적 자금을 전제로 한다. 때문에 그룹 계열 보험사가 아닌 경우 꿈도 꿀 수 없는 상황이다. 인수합병을 기대할 수 없는 중소형 보험사는 현재의 상황에 만족해야 만 하는 것일까? 꽉 막힌 한국 보험시장에서 중소형 보험사가 도약할 수 있는 방법을 기대하는 것은 물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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