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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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비즈온 김소윤 기자] 대기업 임원의 경영 행보는 가지각색이다. 이들의 방식은 사회의 귀감이 될 때도 있지만 비난을 받을 때도 있다. 심지어 오너리스크로 이어져 기업의 존망을 위협하기도 한다. 실적에 따라 자리유지가 결정되는 전문경영인부터 일명 ‘철밥통’을 가진 오너경영인까지 임원의 움직임이 곧 경제의 흐름이다. 이에 본지는 키워드를 주제로 각 임원의 경영 행보를 살펴본다. <편집자주> 

업계 1위 SK텔레콤 박정호 사장은 항상 웃는 인상을 보인다. 호탕함과는 거리가 있는 부드러운 인상인데 경영은 야심가처럼 하고 있다. 유연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회사가 이득을 위해 취해야 할 움직임을 실현하면서 이익을 놓치지 않는 모습이다.

◇최태원 신뢰 높아=부드러움 속의 철두철미함으로 최태원 회장의 신임도 두텁게 받고 있다. 박 사장은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 후 1989년 SK네트웍스 전신인 선경에 입사한 SK맨이다. 고려대학교 선배이기도 한 최 회장을 보좌한 이력이 있는 비서실장 출신이다.

그는 입사 6년 만에 SK텔레콤 해외사업본부 지사장을 역임했고 이 과정에서 조지워싱턴대학교 경영대학원 석사과정을 거쳤다. 이후 2000년 SK그룹으로 편입된 신세기통신의 합병을 맡은 그는 다음 해인 2001년부터 SK텔레콤 마케팅전략본부 팀장으로 국내에 돌아왔다.

박 사장은 특히 2004년 상무로 승진한 이후 한 외국계 펀드와 경영권 분쟁(소버린 사태)이 났을 때 최 회장을 보좌하며 그룹의 해결사 역할을 했다. 이후 그룹에서 또 한 번 존재감을 나타냈는데 전무로 승진한 그는 SK텔레콤의 부채를 떠안은 하이닉스 인수 기로에서 반대의 목소리를 깨고 최 회장의 인수 의지에 힘을 실어줬다.

SK하이닉스는 인수 직후인 2012년에는 영업손실을 냈다. 그러나 이듬해 흑자전환에 들어갔고 2017년에는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성공적인 인수 기록을 썼다.

국제컨퍼런스에서 5G 설명을 하는 박정호 사장. (사진=SKT)
국제컨퍼런스에서 5G 설명을 하는 박정호 사장. (사진=SKT)

◇초격차=박사장은 5G 상용화 시대를 맞은 지난해 초격차라는 단어를 강조했다. SK텔레콤이 개최한 ‘5G론칭 쇼케이스’에서는 국내 최고속, 최대 커버리지의 5G초격차 네트워크, 5대 영역 초생활 서비스, 데이터 무제한에 5G 풀패키지 혜택을 더한 5G 요금제, 데이터를 50% 절감하는 초혁신 기술 등 5G 전 영역에서 초격차를 강조하며 선제력을 과시했다.

박 사장은 “50년전 달 착륙이 인류에게 큰 도약이 된 것처럼 SK텔레콤의 세계 최초 5G 상용화는 또 한 번 인류의 삶이 획기적으로 변화하는 모멘텀이 될 것이다. 누구나 5G를 통해 우주여행을 하는 ‘초시대’ 개막을 선언한다”고 말했다.

◇신성장동력=통신사는 4차 산업 시대에 미래 기술(AI, ICT 등)을 접목 시키려는 여러 기업으로부터 데이터와 통신기술 협업 러브콜을 받을 정도로 호황기를 맞았다. 박 사장은 5G 출시와 관련 ‘5GX 터보 모드’를 내세웠다. 국제 표준에 반영된 ‘듀얼 커넥티비티’를 활용한 첨단 기술이다.

12GB 용량의 2시간 분량 VR콘텐츠 다운로드 시간으로 비교할 때 SK텔레콤 ‘5GX터보 모드’로는 36초가 걸리는 반면 5G만으로는 1분 이상 걸린다고 출시 당시 설명했다.

특히 박 사장이 이끄는 SK텔레콤은 세계 최초로 양자보안 5G 스마트폰 ‘갤럭시 A 퀀텀’을 출시한 데 이어, 언택트 문화 확산에 발맞춰 ‘3대 유통 혁신’ 전략을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투자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아울러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불황 극복을 취지로 설비 투자 조기 집행에 열을 올렸다. 이에 올해 2분기에만 전년 대비 56.7% 증가한 9178억 원의 설비 투자를 집행했다는 설명이다.

포럼에서 강연하는 박정호 사장. (사진=
포럼에서 강연하는 박정호 사장. (사진=SKT)

◇워라밸=박 사장의 부드러우면서도 강단 있는 경영방식은 직원들에 대해 일과 생활의 균형을 지켜주고 업무의 유연성으르 높여주기 위한 노력에서 엿볼 수 있다.

박 사장은 여름휴가를 앞두고 직원들에게 “이번 휴가 중에는 업무상 참여하고 있는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도 나가라. 휴가 기간에 전화나 단톡방, 회사 클라우드 시스템 접속 등을 절대 하지 말고 오직 나만의 시간에 집중하라”는 취지의 당부를 전했다.

코로나19가 확산될 때 업계에서 선제적으로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직장과 집이 먼 직원들이 굳이 출퇴근 시간을 소모하지 않도록 업무 장소를 마련하는 방식도 택해 눈길을 끌었다.

◇업계 1등=이러한 경영 결과로 실제 매출 호조를 보이고 있다. 이 회사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연결 재무제표 기준으로 매출은 4조 6028억원, 영업이익 3,595억원, 순이익 4,322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7%, 11.4% 증가한 기록이다. 당기순이익은 SK하이닉스의 지분법 이익 등으로 66.8% 올랐다.

실적 상승 배경에는 언택트 문화가 확산되면서 고객의 니즈를 파악해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미디어와 보안 그리고 커머스를 살려 해당 부문에서 전년 동기 대비 13.4% 매출을 증가시켰다.

미디어 사업과 관련 IPTV 가입자의 지속적인 증가와 4월 티브로드를 합병한 영향으로 전년 대비 16.2% 증가한 9184원의 매출을 냈다. SK브로드밴드는 특히 언택트 시대를 맞아 서비스를 개편했다. 앞으로 콘텐츠 경쟁력을 위해 힘쓴다는 방침이다.

보안사업 부문도 증가했다. ADT캡스와 SK인포섹으로 구성된 보안사업의 매출은 323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8.7% 증가한 기록이다.

무엇보다 SK텔레콤 무선 매출이 두드러진다. 전년 동기 대비 3.2% 증가한 2조 9398억 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5G 투자비 증가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전체적인 불황에도 선제적인 기술력과 맞춤형 서비스를 내세워 5G 분야에서도 업계 1위 선점 능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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