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 품에 안긴 푸르덴셜생명…악사손보도 매물로
-2013년 네덜란드 ING생명 한국 보험 시장 철수
-가속 중인 코리아 엑소더스…모두 다 잠재 매물?

ABL생명은 지난 2016년 한국 시장에서 철수한 알리안츠생명을 전신으로 한다. (사진=ABL생명)
ABL생명은 지난 2016년 한국 시장에서 철수한 알리안츠생명을 전신으로 한다. (사진=ABL생명)

[데일리비즈온 손성은 기자] 외국계 보험사의 한국 시장 탈출이 잇따르고 있다. 최근 미국 푸르덴셜이 한국 시장에서 철수함에 따라 KB금융이 푸르덴셜생명을 인수한 가운데 악사손보까지 매각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 2013년 네덜란드 보험사 ING생명이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며 점진적으로 진행되던 외국계 보험사의 한국 보험시장 ‘탈출’이 가속하고 있는 것이다.

◇ 한국계 시장 철수 선택하는 외국계 보험사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몇 년간 외국계 보험사의 한국 시장 철수가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 2013년 네덜란드계 ING생명을 시작으로 서구권 보험사들이 한국 보험 시장을 떠나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계 손해보험사 악사손보는 지난 18일 매각 예비 입찰을 진행했다. 지난달 매각설이 수면으로 부상한 이후 약 한 달 만에 매각이 현실화한 것이다. 악사손보는 지난해 적자 전환하면 고전하고 있다. 주력 사업인 자동차보험의 손해율 악화 현상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 8월 27일 KB금융이 미국계인 푸르덴셜생명을 인수했다. 이미 KB생명을 보유하고 있던 KB금융은 상대적으로 열위에 있던 생명보험 부문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다. 지난해 말 최초로 매각설이 불거진 푸르덴셜생명은 자산 등 외형 규모는 크지 않지만 상대적으로 순이익 규모가 큰 알짜 생보사로 평가받아왔다.

이에 앞서 지난 2017년 미래에셋생명이 영국계 생명보험사 PCA생명을 인수했다. 미래에셋생명은 지난 2018년 인수 작업을 완전히 마무리하고 PCA생명을 흡수 통합했다. PCA생명은 저축성보험 비중이 적고 자산운용이 우수한 내실 있는 보험사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악사손보는 지난 18일 매각을 위한 예비 입찰을 실시했다. (사진=악사손보)
악사손보는 지난 18일 매각을 위한 예비 입찰을 실시했다. (사진=악사손보)

◇ 한국 시장 적응 부진…결국 시장 철수로

지난 2013년 네덜란드계 보험사인 ING생명이 한국 시장에서 철수했다. ING생명은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에게 넘어갔고 이후 사명을 오렌지라이프로 변경한 뒤 신한금융을 새 주인으로 맞았다. 당시 ING생명은 한국 시장에서 경쟁사들에게 밀리는 등 고전을 면치 못했고 결국 한국 시장 철수를 선택했다.

적지 않은 외국계 보험사들이 한국 시장에 진출한 이후 고전을 면치 못했다. 지난 2016년 철수한 독일계 알리안츠생명이 대표적이 예다. 알리안츠생명은 한국 보험 시장에 적응해 실패 적자에 시달리는 등 부진했다. 여기에 새 회계기준 도입에 대비해 막대한 자본확충이 필요해짐에 따라 한국 시장에서 물러났다. 당시 알리안츠생명은 3500억원이라는 사실상 헐값에 중국 안방보험에 매각됐다. ABL생명의 전신이 알리안츠생명이다.

외국계 보험사의 한국 시장 철수는 현지화 실패에 따른 경영 부진과 규제의 영향 탓이다. 적지 않은 외국계 보험사들이 대규모 보험 설계사 조직을 동원해 공격적인 영업을 하는 한국 보험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정착하지 못하고 부진했다.

오는 2023년 도입되는 새 회계기준 IFRS(국제회계기준)17의 골자는 부채의 시가 평가다. 새 회계기준 아래서는 저축성보험 판매는 수익이 아닌 부채로 평가된다. 과거 저축성보험 판매 위주로 영업을 해온 생명보험업계는 자본과 부채 비율을 맞추기 위해 대규모 자본확충이 불가피하다. 영업 부진에 시달려온 외국계 생보사 입장에선 최악의 상황이다.

외국계 보험사들이 잇따라 매물로  나오면서 라이나생명은 갑작스러운 매각설에 휘말렸다. (사진=라이나생명)
외국계 보험사들이 잇따라 매물로 나오면서 라이나생명은 갑작스러운 매각설에 휘말렸다. (사진=라이나생명)

◇ 모두 다 잠재 매물?…다음은 어디?

외국계 보험사가 잇따라 철수함에 따라 외국계 보험상 비중은 점점 감소하고 있다. 생명보험업계에선 미국계 메트라이프, 라이나, 처브라이프와 홍콩계 AIA생명, 프랑스계 BNP파리바카디프생명이 있다. 지난 2016년 이후 중국 자본에 인수된 동양생명과, ABL생명도 있다.

손보업계는 재보험사를 제외한 종합손해보험사 중 외국계 손보사는 매우 드물다. 악사손보가 매각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남아있는 외국계 손보사는 미국계 AIG손보와 에이스손보, 프랑스계 BNP파리바카디프손보 등이 있다.

외국계 보험사들이 잇따라 시장에 매물로 나옴에 따라 업계는 거의 모든 외국계 보험사를 잠재 매물로 평가하고 있다. 청산을 앞두고 있는 중국 안방보험이 인수했던 동양생명은 다자보험으로 편입되는 과정에서 끝없이 잠재 매물로 거론됐다. 한국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한 라이나생명 역시 매각설에 휘말린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시장에 진출한 외국계 보험사 중 성공적으로 정착한 곳이 드물다”면서 “대부분이 부진했고 여기에 시장 포화 및 제도 변화에 고전하고 있는 상황으로 최근 금융지주의 보험사 인수를 계기로 몸값을 최대한 받을 수 있는 적기라고 판단해 시장 철수가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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