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약세의 배경

2020.9.18일 금요일은 그 어느 때보다 긴장감이 흐르는 상황에서 출발했다. 오후 장 들어 패닉상태로 돌아섰다는 후문이다. 외환을 거래하는 각 딜러들의 룸에서 벌어진 상황이다. 하루만에 14원 폭락한 1달러당 1,160원으로 마감했다. 하루 낙폭 기준으로 지난 3월27일 이후 가장 컸다. 주간 기준으로 달러 대비 2.3% 절상해 지난 6월 초 이후 원화는 최대 폭 강세를 기록했다. 

이날 위안화를 비롯한 아시아 주요 통화가 강세를 나타냈지만 한국 돈 가치 상승은 단연 선두를 차지했다. 사실 예견된 일이었다. 그동안 중국 돈 가치 상승에 비해 원화는 큰 변동 없이 흐르고 있었기에 선물을 아는 투자자라면 충분히 커버할 수 있는 사안이었다. 소위 전문가들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주장했던 1,170원 마지노선은 쉽게 무너지고 말았다. 

코로나 사태 후 너도나도 미국달러에 투자를 권유했던 금융기관 담당자들과 달러강세에 투자했던 사람들은 그야말로 망연자실했을 것이다. 선진국은 물론 신흥국 달러마저 강세를 보인 근본적인 배경에는 미국이 너무 많은 돈을 찍어냈기 때문이다. 

현재 7조(8000조)달러가 넘는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미 연준(중앙은행)은 불과 3개월 만에 50%이상 급증했다. 미 금융위기 때인 2009년부터 2018년까지 돈을 푼 것보다 금년 상반기에 더 많은 돈을 공급한 셈이다. 각국의 코로나 상황은 바닥을 찍었고 국가 신용등급이 최상위인 나라들의 채권이자가 미국보다 비싸 돈들이 미국에 머무를 이유가 없었다.

원자재나 달러 선물 등의 특징은 한번 방향을 잡으면 관성의 법칙에 의해 편향성을 보인다는 점이다. 이 때 심리적 균형을 찾기가 쉽지 않아 큰 낭패를 보게 된다. 필자가 선물투자를 하면서 크게 당황하고 수없이 경험한 일이다.

우리나라는 중국 경제에 의존도가 높아 위안화의 프록시(Proxy)즉, 대리 통화로 여겨진다. 중국 중앙은행은 전날 위안화 기준 환율을 0.0397위안(0.58%) 내린 6.7825위안으로 고시했다. 이는 지난해 5월 이후 1년 4개월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또한 미 달러의 흐름을 정확히 알려주는 유로화는 지난 3개월 동안 지속적으로 강세를 유지해왔다. 선물이 주식보다 예측이 쉽고 투자의 판단을 할 수 있는 거시적인 변화가 일정기간 지속된다는 점에서 이미 예고된 것이라 볼 수 있다. 

달러 약세의 장단점

우선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곳은 국가의 경제지표 상승이다. 국내 총생산가치가 올라가고 1인당 명목 GDP 순위에 바로 반영된다. 각 국의 GDP기준은 기축통화인 미 달러를 원칙으로 계산하기 때문이다. 또한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제거되고 각국은 돈 빌리기가 쉬워지며 돈의 흐름이 정상화 되고 있다는 증거다.

올 상반기 결산 마지막인 6월30일 환율 1,200원에서 원화가 100원 하락할 경우 우리나라 대표적 수출기업인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의 영업이익이 25% 감소할 것이라는 리포트를 보았다. 기업들의 가격경쟁력과 외화보유자신을 단순 계산한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하지만 그 기업들이 수입한 부품과 기계장비 에너지 등을 감안하면 20%선이 아닐까 싶다. 

외형적으로는 분명 수출기업들에게는 가격 경쟁력에서 크게 불리한 조건이다. 물건 하나에 120만원을 받고 팔던 것을 110만원에 팔면 당장 10만원을 손해보고 팔아야하기 때문이다. 많은 기업들은 수출대금으로 받은 외국 돈을 그대로 보유하거나 투자를 한다. 외화보유자산 가치 또한 크게 하락해 기업들의 실적에 반영된다. 단적으로 보여주는 달러 약세의 부정적인 점이라고 할 수 있다.

달러 약세를 크게 반기는 국가는 물론 개인이나 기업들이 있다. 생산기반이 약한 국가들은 주요 생필품들을 수입에 의존하는데 그만큼 지불하는 달러가 줄어들어 물가안정과 함께 국가 재정에 큰 도움이 된다. 

원자재 조달비중이 큰 우리 기업들에게는 큰 호재라 할 수 있다. 특히 곡물과 광물 등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한 기업들의 원가절감은 절대적이다. 또한 외화를 빌려 주요자산을 매입한 운송업 즉, 항공, 선박 등 관련기업들에겐 호재가 아닐 수 없다. 

항공회사들의 재무제표를 보면 어느 기업들에 비해 부채비율이 월등히 높다. 비행기를 사올 때 외화를 빌려(리스방식)도입하기 때문이다. 이 기업들은 매달 달러로 원리금을 갚는데 그만큼 비용이 줄어들고 원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기름 값도 절감되어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친다. 원유를 비롯하여 가스 등을 수입하는 한국전력이나 가스공사 등도 달러 약세를 반기는 이유다. 

달러 강세에 투자한 사람들에겐 악재지만 약세를 반기는 사람들도 많다. 자녀를 외국에 유학 보낸 가정들이다. 그만큼 송금해야할 금액이 줄어들어 여유가 생기기 때문이다. 지금은 해외여행이 자유롭지 못하지만 출국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도 원화 강세는 유리한 조건이다. 원화강세가 지속되면 여행관련 주들이 시장에서 관심을 받는 이유다. 항공요금은 물론 숙박, 교통비 등에서 그만큼 절약되어 경쟁력이 강화되고 여행객들에게는 비용절감의 효과가 있다.

원화강세와 주가의 상관관계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 입장에서 급격한 원화 강세는 부정적으로 보일 수 있다. 원화 강세로 싸게 수입해온 원자재를 들여와 가공해서 판 대금이 더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특히 수입비중이 작은 중소기업들에게는 그 피해가 더 클 것이다. 급격한 환율변동이 있을 때마다 언론에서는 수출기업들의 어려움을 대변하는 목소리가 크게 들린다.

그렇다면 원화 강세는 주식시장에도 악재로 작용할 수 있을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오히려 긍정적인 부분이 더 크다. 코스피가 항상 고점을 뚫을 때 마다 원화도 최고점에 도달하며 괘를 같이 해왔었다. 수출기업들에게는 부정적으로 보이지만 국가 전체적으로는 양호한 경기흐름과 한국의 경쟁력이 탄탄해 졌다는 지표다. 

2009년 미국 금융위기를 겪은 후 달러당 1700원 이상으로 치솟았던 환율이 2006년 1000원 아래로 떨어지자 코스피도 1300에서 2000까지 수직상승한 것이 좋은 예다. 우리 주식역사상 네 자릿수 1000을 뚫은 시점도 1988년이었다. 당시 890원대를 유지하던 환율은 올림픽 직전 670원대까지 강세를 유지하자 200아래에 있던 지수는 원화강세를 좇아가며 비로소 1000시대를 연 것이다. 

일본 역사상 최고점을 찍은 것도 아이러니 하게도 일본 엔화가 초강세로 돌아서고 일본 기업들 모두 폐업을 해야 한다고 아우성치던 때였다. 1985년 미국 프라자 합의에 의해 달러당 235엔 하던 엔화는 1년 후 120엔까지 지속적으로 떨어졌고 급기야 78엔대까지 폭락했다. 물건 하나를 수출하면 230만원 받던 것을 78만원을 받고 팔아야 하니 원가는 둘째 치고 팔수록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구조였다. 그러함에도 주가는 반대로 상승을 지속하여 엔화가 최고점에 도달할 때 일본 주가지수도 사상최고치인 38,915를 터치했다. 

외국인들은 원화가 강세일 때 오히려 주식을 사들인다. 특히 단기자금을 운용하는 헤지펀드들은 3개월 단위로 투자를 하는데 그들은 환율에 더 큰 신경을 쓰고 있다. 어제 환율은 폭락했는데 삼성전자 등 대형 수출 주를 대거 매수한 것이 이를 잘 설명해 주고 있다. 삼성전자를 100억 원어치 샀는데 3개월 후 주가의 큰 변동이 없어 다시 매도하여 100억을 회수했다. 그러나 매수당시 원화 1,190원이었고 매도당시는 1,160원이었다. 주가에서는 본전이었지만 환율에서 30원 이익을 얻었기에 실질 이익은 2억3천 넘게 챙긴 것이다. 수수료와 그동안의 이자는 배당에서 커버한다는 계산도 깔려있다. 

현재의 원화강세는 미국 대선이 끝날 때까지로 보는 게 대외 전문가들의 시각이고 필자도 동의하고 있다. 9월 위기설을 주장하는 증시의 비관론자들의 전망과 달리 원만한 조정을 거치며 우리 주식시장도 우 상향으로 진행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원화강세도 정부의 개입과 함께 건강한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는 것이 필자의 개인적인 판단이다. 원화강세는 여러 가지 변수들이 없지 않지만 긍정적인 힘의 균형이 더 우세하다.

자명
The CJ Holdings Canada Ltd. CEO 현재
CGB(Capital of Golden Bridge Co)CFO
화제의 책 “숨겨진 부의 설계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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