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이재현 회장 사면대상 되도록 재상고 취하…한화 “김승연 회장 이번엔 사면돼야 한다” 특명

▲ CJ 이재현 회장, 한화 김승연 회장, SK 최재원 부회장

[데일리비즈온 박홍준 기자] 재벌총수를 비롯한 경제인 사면은 안 된다는 반대여론 속에서 한화그룹, CJ그룹 등 오너가 사면대상에 오른 재벌그룹들은 총수를 사면 받도록 하는데 총력전을 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19일 대법원 재상고를 포기, 형이 확정됨에 따라 정부의 8·15 특별사면 대상자에 포함될 가능성이 열리게 됐다. 재계는 이 회장이 사면대상이 포함될 것으로 알고 대법원 재상고를 철회한 것으로 보고 있다.

대법원은 이날 “이재현 회장 변호인이 상고취하서를 제출했다”면서 “피고인만 상고한 것이므로 상고취하로 원심에서 선고한 형이 확정됐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동시에 검찰에 형집행정지 신청서를 제출했다.

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재현 회장은 지난해 12월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 벌금 252억 원을 선고받았다. 

CJ그룹 측은 이 회장의 건강이 최근 극도로 악화돼 신체적, 정신적 재판을 더 이어가기 어려운 상황으로 판단해 대법원에 재상고 포기 서류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사지의 근육이 점차 위축·소실돼 마비되어가는 불치의 유전병 CMT가 급속도로 악화되면서 걷기, 쓰기, 젓가락질 등 기본적인 일상생활 유지조차 힘들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죽음에 대한 공포와 재판에 대한 스트레스 등으로 극도의 불안감과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J그룹 “기업총수이기에 앞서 한 인간으로서 생명권, 치료권을 보장받을 수 있길 간절히 희망한다”고 말했다.

앞서 CJ그룹은 물론 한화그룹 등 미사면상태거나 수감돼 있는 오너들의 사면을 위해서 그룹 내 대관팀을 중심으로 관계요로에 줄을 대고 분위기를 파악하는데 동분서주하는 모습이다.

그 중에서도 한화그룹이 회장의 사면을 위해 전방위로 뛰고 있다. 이번 특사와 관련해 주로 거론되는 기업인으로는 집행유예 상태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을 비롯해 확정판결을 받고 복역 중인 최재원 SK그룹 수석 부회장, 구본상 LIG넥스원 전 부회장, 건강 문제로 구속집행정지 상태인 이재현 CJ그룹 회장, 병 보석 중인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등이 있다.

한화 김승연 회장 핵심요직에 포진한 ‘충청인맥’에 기대

한화는 김회장이 경영일선에 복귀해 그룹경영의 진두지휘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상황이라는 점에서 이번에는 기필코 오너가 사면돼야 한다는 각오다. 한화는 삼성과의 빅딜 등 잇단 대규모 인수합병으로 사업구조재편에 성공했으나 흐트러진 경영가닥을 잡아 일사불란한 오너경영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김 회장의 사면복권은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김 회장은 현재 그룹 경영을 총괄하는 회장 직을 수행하며 대내외활동을 하고 있으나 책임경영 차원에서는 ‘절름발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 해 8월15일 광복 70주년 특별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다가 최종 단계에서 제외된 김 회장은 여러 정황으로 보아 이번에 사면될 가능성이 높다. 사면문제와 관련, 정계나 관계 요로의 핵심에 ‘충청인맥’이 광범위하게 포진돼 있는 것은 김 회장 사면가능성을 한층 높이는 요인이다.

정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에 특사를 충청 출신의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공주 부여 청양)가 직접 건의한 데다 이원종 청와대 비서실장도 김승연 회장과 같은 충청출신이 아니냐”면서 “이번 사면을 지난 해 8.15 특별사면 때와는 다른 조건이 만들어질 공산이 크다”고 김 회장의 특사를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김 회장이 어느 재벌기업총수보다도 박근혜정부의 경제정책에 호응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도 사면심사에서 좋은 평점을 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김 회장은 그동안 현 정부의 창조경제 활성화를 위한 경영행보에 나서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해 5월 충남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에 참석,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서울 장충초등학교 동창인 박 대통령과 김 회장은 각별한 사이다.

이재현 회장은 경제 살리기로는 명분 없고 인도주의 차원서 사면가능성

이날 재상고를 철회한 이재현 회장의 사면가능성도 주목된다. 이 회장이 이날 재상고 취하는 그동안 오너의 사면을 위해 백방으로 노력해온 그룹 수뇌진들의 결정으로 보인다. 그동안 CJ는 오너의 사면을 위해 사력을 집중했다. 그룹의 책임경영이라는 측면보다는 당장은 그의 건강상태가 최악의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지난 해 11월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 받고 대법원에 재상고한 상태다. 이 회장은 만성 신부전증으로 투병생활중이다. CJ측은 이 회장의 형이 확정돼야 특사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고 판단, 이날 재상고를 취하했다. 

정부도 이 회장의 건강상태가 매우 나쁘다는 점에서 부담을 느껴 이회장의 사면을 적극 검토할 가능성이 높다. 이 회장은 건강상태가 나빠 장남이면서도 부친인 이맹희 명예회장의 장례식조차 주관하지 못하는 불효를 저질렀다. 또 최근 외아들 이선호씨의 결혼식에도 건강 문제로 참석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면을 받아 자유로워진다 해도 그룹경영에 곧바로 복귀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건강상태가 심각한 상황이다. 따라서 정부는 건강상의 이유라면 몰라도 경제 살리기란 명분으로 사면대상에 포함시킬 명분은 현재로서는 매우 약한 것이 사실이다. 결국 정부가 이 회장의 사면을 결정한다면 이는 인도주의적인 차원의 선처로 보아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현재 수감 중인 최재원 SK 부회장도 이번에 사면 받을 가능성이 높다. 그는 형기를 90% 이상 채운 데다 모범수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사면가능성은 매우 높다는 관측이다. 애초 재계에선 가석방 요건을 갖춘 최 부회장이 이르면 이달 말 가석방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었다.

구본상 전 LIG넥스원 부회장도 거론된다. 구 전 부회장은 분식회계를 저지르고 사기성 기업어음(CP)을 발행한 혐의로 징역 4년을 확정 받고 수감생활중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구 전 부회장의 범죄로 많은 개인투자자들의 피해를 봤다는 점에서 꼭 사면대상에 오를지는 미지수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은 배임 횡령 등으로 불구속 기소된 상태로 현재로서는 사면대상이 아니라는 분석이다. 그는 1심 재판에서 3년 실형을 선고 받고 2심 항고 중이다.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은 최근 뇌물수수,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 수감됐고, 현재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따라서 조 회장과 신 이사장은 형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사면대상이 될 수 없다. 담철곤 오리온 회장도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를 당했으나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

이명박 정부 집권 후반기와 박근혜 정부에서 기소, 재판을 받은 재벌 총수만 해도 모두 10여명에 이른다. 현재 수감 중인 기업인은 이재현 CJ그룹 회장,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현재현 전 동양 회장,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 최재원 SK그룹 수석 부회장, 구본상 전 LIG넥스원 부회장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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