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노딜이 아쉬운 이유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이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비즈온 이동림 기자] HDC현대산업개발(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이 최종 결렬됐다. 11일 모기업인 금호산업에서 현산에 계약해지를 통보하며 불발된 것. 지난해 11월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현산·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이 선정된 지 10개월 만이다. 

국내 유일의 5성급 항공사이자 항공동맹체 스타얼라이언스의 회원사인 아시아나항공은 창립 이후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계열사였다. 그러나, 2009년 12월 유동성 위기로 인해 채권단과 자율 협약 절차 매각 수순을 밟았다. 하지만 높은 부채율이 지속되자, 결국 지난해 7월 매각 결정을 내렸다. 

사실 아시아나항공의 매각 불발은 일찍부터 예견됐었다. 올해 초 코로나19 대유행 사태가 터지면서 항공업계의 상황이 달라졌다. 이에 따라 현산은 아시아나항공의 재무상태 조사를 올해 7월 12주간의 재실사 카드를 들고 나왔다. 여기에는 계열사 부당지원, 부채 급증 등 아시아나항공의 자금 사정을 의심하는 인식이 깔렸다.

산업은행(산은)이 이끄는 채권단은 이 요청을 거절하신 대신 인수조건에 대해 양보를 제의했다. 이 때문에 인수는 몇달째 교착 상태에 빠졌다. 지난달 26일 정몽규 현산 회장은 이동걸 산은 회장과 만난 자리에서 현산의 인수 비용을 1조원 낮춰 제안한 채권단의 손실 분담안에 즉각 응하지 않았다. 사실상 협상이 물거품되는 순간이었다.

혈세로 녹을 먹는 산업은행도 매각 무산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번 매각 무산은 아시아나항공으로 돈을 벌기 어렵다는 판단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도의적·윤리적 책임과 서로 간에 신의보다 장사논리가 앞선 셈이다. 현산은 기업의 존립 목적이 이윤추구에 있다고는 하나 국민적 피해가 예상됐다는 점에서 일말의 잡음도 남겨선 안된다. 

이미 납입한 계약금 2500억원 가량은 소송을 통해 반환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계약금 마저도 법원의 판단에 의해 현산이 일부 되찾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결국 현산의  피해는 최소한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혈세로 녹을 먹는 이 회장도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지난해 3월 회계 문제로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경영권을 포기했다. 산은은 곧바로 다음 달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 한정의견 받은 회사를 매각 추진했다. 그만큼 회사의 재무상태를 신뢰할 수 없다는 뜻이다.

산은은 채권단 대표로서 아시아나 매각을 직접 주도하며 많은 인력과 돈을 낭비했다. 아시아나항공 정상화 자금으로 1조 7300억원 투입을 결정했고 수출입은행과 함께 1조 7000억원 규모의 신규 자금도 지원했다. 국민의 세금으로 마련된 재원은 결국 정부, 나아가 국민이 피해자라는 것과 동일하다는 의미다.

한편, 이번 딜 무산으로 산은은 아시아나항공을 다시 품어야하는 부담이 생긴다.

저작권자 © 데일리비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