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은 라임 펀드 사태와 관련, 판매사들의 전액 배상을 끌어내기 위해 적지 않은 압박을 가해왔다.

[데일리비즈온 손성은 기자] 라임 금융무역펀드 사태의 마무리를 놓고 금융당국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금융소비자 권익 신장을 강조하는 정부와 그 정책 기조를 따르는 금융당국 입장에서 매우 아름답게 마무리된 모습이다. 그러나 한발 떨어져 사태를 살펴보면 심각한 문제점이 드러난다.

원칙적으로 금융투자상품은 원금 손실 등의 손해를 투자자도 감내해야 한다. 물론 상품이 정상적인 상품이라는 점과 원금 손실 가능성 등이 충분히 고지됐어야 한다는 것이 전제다. 라임 사태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전수 조사 결과 판매사들의 불완전판매 정황이 적지 않게 드러났지만 이를 모든 사례에 적용하는 것은 사실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금융감독원은 라임 펀드 사태와 관련, 판매사들의 전액 배상을 끌어내기 위해 적지 않은 압박을 가해왔다. 라임 펀드 사태와 관련한 조사 과정에서 드러난 판매사들의 부실한 내부통제 문제로 신한금융, 하나금융지주 두 지주 수장에 대한 중징계를 조치한 바 있다.

문제는 사실 그 같은 결정에 근거가 될 만한 법적 근거가 없다는 지적이 지속해서 제기됐다는 점이다. 신한금융, 하나금융 역시 제제 심의 과정에서 내부통제 미작동의 책임을 금융지주 회장에 묻는 것은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을 강하게 어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당국은 신한금융과 하나금융 두 회장에게 중징계를 결정했다.

라임 펀드 전액 배상 유도를 위해 금감원은 압박이 절정에 도달한 시점은 지난 8월 11일이다. 당시 윤석헌 금감원장은 당시 금감원 임원회의서 “관련 분쟁조정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하는 ‘편면적 구속력’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적극 노력해달라”고 강조했다.

‘편면적 구속력’은 금융사와 소비자간 분쟁에서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가 내놓은 권고안에 소비자가 동의했다면 금융사는 무조건 수용하도록 강제하는 제도다. 분쟁조정위원회의 권고안은 문자 그대로 권고이지 강제력이 없다.

이는 라임 펀드 판매사를 두둔하는 것이 아니다. 당시 금융사들은 분조위 전액 배상은 과하다는 입장이었다. 판매 과정에서 명백한 잘못은 있지만, 모든 사례마다 전액 배상을 적용하며 모든 책임을 판매사에게만 묻는다는 것은 투자 원칙에 어긋나며 경영상 배임 문제로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같은 입장에도 불구하고 판매사들은 결국 전액 배상을 수용했다. 권고 수용 여부 최종 결정을 앞둔 가운데 금감원장이 직접 ‘편면적 구속력’을 언급한 이상 버틸 도리는 없다.

지난 2017년 사회적 이슈이자 금융당국과 생명보험업계가 수년간 기 싸움을 하던 ‘자살보험금 사태’가 마무리됐다. 자살보험금 사태는 지난 2001년 당시 동아생명(현 KDB생명)이 일본의 상품 약관을 그대로 옮긴 재해사망특약 상품을 판매하고, 이를 타 보험사들이 그대로 사용하면서 불거진 사안이다.

당시 해당 상품 약관에는 자살의 경우 일반사망보험금보다 보험금을 더 지급하는 것이었는데 생명보험사들은 약관 오류를 이유로 이를 지급하지 않았다. 지난 2014년 금감원이 이를 뒤늦게 인지하고 자살보험금 보험금 미지급 보험사에 지급을 권고하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당시 잘못된 약관을 쓴 보험사에게 책임이 있었지만, 당시 보험사의 상품 약관 인가를 내주던 금감원 역시 책임을 회피할 수 없는 상황. 당시 일부 보험사들은 금감원 권고에 납득하지 못하고 법적 판단을 시도했다. 그리고 지난 2016년 11월 대법원은 “보험금 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은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결했다. 즉, 보험금 청구를 하지 않아 지급시효가 만료된 보험금은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금감원은 소비자 보호를 강조하며 당시 지급시효가 만료된 보험금의 지급을 요구했다. 당시 법적 판단에 따라 이를 거부하던 보험사에게 금감원이 꺼내 든 카드는 경영진의 중징계 및 신사업 제한이었다. 이 같은 중징계 카드에 당시 보험사들은 소멸시효가 완성된 보험금까지 전액 지급을 결정했다.

금융당국의 금융소비자 보호 및 권익 강화 기조에는 빛과 그림자가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인 소비자 구제 노력은 높이 사야겠지만 그 절차에는 문제 소지가 다분해 보인다. 금융 시장의 원칙을 무시하는 듯한 일방적 제재 압박. 그 과정에서 조성되는 금융시장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다. 무엇보다도 자살보험금과 사모펀드 사태는 금감원이 사전에 방지할 수 있었다는 정황이 적지 않음에도 어떠한 책임을 진 적이 없다.

금융 시장의 질서를 관리, 감독해야 하는 금감원은 정말로 자살보험금, 사모펀드 사태의 책임소재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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