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반도체 새로운 장 열어

질소 붕소가 도핑된 익센의 뒤틀린 구조. (사진=UNIST)

[데일리비즈온 김소윤 기자] 실리콘 반도체를 대신하는 유기 반도체 존재가 밝혀진지 79년 만에 합성 유기 반도체 물질이 탄생했다. 국내 연구진이 유기 반도체 재료인 익센의 합성에 성공해 물리적 성질을 제어하는 방식을 제어했다.

26일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이 대학 박영석·이근식·신형준 교수 공동연구팀은 다환 방향족 탄화수소(PAHs)물질 중 하나인 익센(ixene) 분자를 최초로 합성했다고 밝혔다.

◇ 유기반도체 79년 만에 합성 성공 

UNIST 관계자는 이와 관련 “질소와 붕소가 첨가된 익센을 추가적으로 합성해 이 물질의 유기반도체 재료로서의 가능성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르면 탄소 기반의 유기 반도체는 상용화된 실리콘 반도체 소재와 반대로 유연하고 가공성이 우수해 플렉서블 소자에 쓰인다. 대표적으로 탄소 원자가 여러 개의 육각형 고리모양을 이루고 있는 ‘다환 방향족 탄화수소’가 있다.

반도체 소재 안에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전자가 필요하다. 다환 방향 탄화수소는 분자 내부에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전자 때문이다.

이번에 연구팀이 합성한 익센도 ‘다환 방향족 탄화수소’의 한 종류다. 1940년대 익센이라는 이름과 함께 이 분자의 구조가 제안됐는데 당시 알려진 방법으로는 합성이 어려워 실제로 만들어지지는 못했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이 가운데 다이아세틸렌 분자의 ‘고리화 반응’, 팔라듐 촉매을 사용한 ‘탄소-수소 아릴화 반응’을 이용해 익센을 합성하는데 성공했다.

개발된 유기반도체 재료의 합성과정. (사진=UNIST)
개발된 유기반도체 재료의 합성과정. (사진=UNIST)

◇ 질소+붕소 첨가해 에너지 갭 줄여 

아울러 2단계 합성법을 이용해 유기 반도체 재료로 사용 가능한 ‘B2N2-ixene’ 분자를 만든 연구팀은 이 물질의 성질을 밝혔다. 이들은 익센 분자의 특정 위치에 질소와 붕소를 도입해 ‘B2N2-ixene’를 합성했다.

물질을 반도체 소재로 쓰려면 움직이는 전자의 ‘문턱’ 역할을 하는 ‘에너지 갭’의 폭을 제어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번 연구에 사용된 합성법을 이용하면 에너지 갭을 정확하고 쉽게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박영석 교수는 “붕소와 질소를 동시에 도핑해 탄소-탄소 결합 같은 등전자 구조를 갖으면서도 에너지 갭은 더 좁은 B2N2-ixene 분자를 합성했다”고 설명했다. 신형준·이근식 교수 연구팀은 실제 실험과 이론계산을 통해 B2N2-ixene 분자가 익센과 비교하여 좁은 에너지 갭을 가진다는 것을 입증했다.

박 교수는 “익센이라는 새로운 물질을 현대 유기화학을 이용해 합성했다는 점뿐만 아니라 분자의 특정 위치에 원하는 물질을 정확하게 첨가해 물리적 성질을 제어하는 방식을 제안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큰 연구”라고 설명했다. 

공동 연구팀은 이번 연구 배경으로 최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유기 트랜지스터 등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것을 언급했다. 유연성, 가공성, 경제성 등이 꼽히는 유기 반도체 소재는 유연한 전자 소자를 구성하는 핵심 소재다.

포스텍 연구 관련 그림. (사진=과기부)

◇ 포스텍, 유연 기판 제작 기술 개발 

유연 전자 소자에 대한 연구가 활발한 가운데 앞서 종이처럼 말리는 롤러블 디스플레이나 피부에 붙이는 센서 등 전자소자에 쓸 수 있는 유연한 기판을 제작하는 기술이 개발됐다.

정윤영 포스텍 전자전기공학과 교수팀이 유연 기판 내부에 탄성체를 넣어서 전자소자 전극으로 사용되는 딱딱한 물질도 부드럽게 구부릴 수 있는 신개념 유연 기판을 개발했다고 5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밝혔다. 

연구팀은 양산성 문제를 해결하고자 신소재가 아닌 기존 유연 기판을 보완하는 것으로 연구의 방향을 세웠다. 접히는 전자기기를 만들 땐 유연한 성질의 폴리이미드라는 기판을 사용한다. 연구팀은 기판 폴리이미드층 사이에 탄성체를 넣었다.

새로 개발한 기판 위에는 기존에 쓰던 딱딱한 전극 소재도 적용할 정도로 유연하다. 일반 폴리이미드 기판을 쓸 때는 일정 수준 이상의 구부림에서 전극이 깨지기 때문에 유연한 디스플레이에 할용하기 어려웠다.

연구팀 관계자는 “유연 기판 내 삽입된 부드러운 탄성층이 기판이 구부러질 때 표면의 딱딱한 전극 소재에 가해지는 응력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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