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일러 부품업체 나노켐에 일감 몰아주기 정황
-나노켐 지분 경영 승계 도구로 사용할 오너가?
-귀뚜라미 “나노켐 지분 대다수는 회사가 차지”

귀뚜라미 최진민 회장.
귀뚜라미그룹 최진민 회장.

[데일리비즈온 김소윤 기자] 경쟁이 없는 곳엔 혁신이 없다. 시장경제 하에서 자명한 법칙이다. 그러나 국내 시장에선 이 법칙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요 기업들은 내부거래로 혁신이 설 자리를 잃게 만든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기업들은 계열사로부터 수의 계약으로 일감을 받는 동시에 실적이 떨어지면 오히려 수익회복을 위해 내부거래를 늘려왔다. 공정위에서도 부당 내부거래를 잡아내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있지만 아무래도 신통찮은 구석이 많다. 그리고 그 결과는 시장 경쟁력의 악화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이에 본지는 주요 기업의 내부거래 비중 실태를 심층 조명해 본다. <편집자 주> 

◇주요 계열사, 100% 가까운 내부거래 비율

보일러 업체 귀뚜라미의 계열사가 무려 전체 매출의 100% 가까운 내부거래 비율을 보이고 있다. 이는 지분 구조상 오너일가의 사익편취에 해당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상적으로 이러한 움직임은 이들의 경영 승계를 위한 발판으로 이용될 가능성도 크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귀뚜라미의 매출 및 내부거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이 회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계열사 나노켐(보일러 부품사)이 99.5%, 귀뚜라미홈시스(보일러 제조·판매사)가 57.5%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나노켐은 지난해 귀뚜라미홀딩스(325억원), 귀뚜라미(88억원) 등 443억원의 내부거래 규모를 보이며 전체 매출(444억원)과 가까운 내부거래 비중을 보였다.

3년간 추이를 살펴봤을 때 나노켐의 2016년 매출은 417억원. 당시 내부거래로 올린 매출은 전체의 95.7%(451억원)에 달했다. 이어 2017년 전체 매출 469억원 중 내부거래 비율은 99.5%(467억원)에 육박했다. 2018년엔 전년보다 더 높은 내부거래 비율(99.8%)을 보였다.

귀뚜라미홈시스도 별반 다르지 않다. 2016년 매출 8억452억원 중 내부거래 비율이 89.1%였고 2017년 매출 1억1191만원 중 내부거래 비율이 74.5%으로 나타났다. 2018년엔 비중이 낮아졌다. 전체 매출 3647만원 중 내부거래 비율 33.5%를 기록했다.

이처럼 100%에 가까운 내부거래 수익을 올리는 계열사의 배경은 오너 일가의 지분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이 회사는 10년 간 주주 명단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에 거꾸로 타는 보일러로 유명한 회사에 대해 시대에 맞지 않게 거꾸로 가는 불투명한 경영을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귀뚜라미그룹 냉난방 공조 계열 귀뚜라미범양냉방 사옥.
귀뚜라미그룹 냉난방 공조 계열 귀뚜라미범양냉방 사옥.

◇오너 일가 장악한 계열사에 일감 몰아주기?

나노켐의 2010년 기준 지분 비율을 살펴보면 최진민 회장이 45.27%, 귀뚜라미 31.38%, 귀뚜라미문화재단이 23.35%를 보유했다. 귀뚜라미홈시스는 2010년 최 회장 외 2인이 61.96% 등의 지분율을 보였다. 오너일가가 장악한 계열사가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주머니를 채울 수 있는 구조다. 계열사 정보를 살펴보면 지분 구조는 물론 대표이사, 사내이사 등 주요 직책도 오너일가가 장악했다.

그럼에도 매출은 난항을 보였다. 나노켐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13.2% 감소한 445억원 영업이익도 절반에 가까운 45.1% 감소한 17억원을 기록했다. 귀뚜라미홈시스도 사정은 마찬가지. 지난해 이 회사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4% 감소한 3485만원, 영업 손실도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매해 10억원이 넘게 나고 있는 상황이다.

내부거래를 통해 매출을 올리고 있는 주요 계열사가 적자를 반복하는 상황에서도 지배 구조상 오너일가는 꾸준히 연봉을 챙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오너일가가 수익을 챙기는 것을 넘어 경영 승계 수단으로 나노켐이 이용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나온다. 추후 경영 승계 과정에서 비상장사인 계열사를 통해 수익을 올린 오너일가에 대해 편법 승계를 노렸다는 지적도 나올 수 있다.

한편, 귀뚜라미그룹은 지주사 귀뚜라미홀딩스, 센추리, 나노켐, 귀뚜라미홈시스 등 10개가 넘는 계열사를 두고 있다. 최 회장의 장남인 최성환 전무가 경영 승계자로 점쳐지고 있다.

최 전무는 귀뚜라미홈시스에서 대표를 맡은 아버지와 함께 사내이사를 맡고 있다. 최 회장은 2남 3녀를 두고 있다. 차남은 과장으로 입사한 최영환 씨다. 두 딸들은 레저사업과 식음료 사업에 종사하는 것으로 전해져 승계구도와는 거리가 멀어보인다. 

귀뚜라미 관계자는 “나노켐의 경우 부품회사로 국내산 부품을 쓰기 위해 거래하고 있다. 나노켐의 지분은 회사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귀뚜라미홈시스의 매출은 미미한 편”이라면서 “경영권 승계 관련해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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