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서 은행별 지원규모·순위, 수수료까지 정해…금감원·산은 압박에 선수금 환급보증도
감사원, 부실경영 손실 1조 넘는데도 산은 ‘솜방망이’ 처벌하고 금융위 책임은 거론안해

▲ 대우조선해양 조선소

[데일리비즈온 박홍준 기자] 정부가 대우조선해양 정상화 지원방안을 마련키 위해 지난해 10월 열린 서별관회의에 논의된 지원방안 문건에는 ‘관치금융’의 흔적이 역력해 금융위를 비롯한 정부가 대우조선부실화 문제에 대한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도 감사원은 최근 발표한 대우조선 부실감사결과에서 금융위원회 등 정부의 책임은 외면하고, 낙하산 인사라는 근본원인은 언급조차 안해 ‘수박 겉핥기식’ 부실감사 및 솜방망이 처벌에 머물렀다는 지적이 구체적으로 입증됐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의원이 입수, 5일 공개한 서별관회의 문건의 대우조선 정상화 지원방안을 보면 정부는 국책금융기관인 산업은행, 수출입은행은 물론 정부가 단 한 푼도 출자하지 않은 시중은행에 대해 대우조선지원을 압박했다.

이 문건은 4조2천억 원의 유동성 지원 외에도 50억 달러(약 5조7850억 원) 규모의 신규 선수금환급보증 가운데 10%를 시중은행이 분담하도록 하고 은행별 분담액도 농협·KEB하나·KB국민·신한·우리은행 등의 순으로 차례까지 지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은행실무자선에서 논의해야할 지원조건까지 결정했다. 금리(수수료) 등 거래조건은 2015년 6월말 적용한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못 박고 시중은행이 지원을 거부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산은이 채권단 협조를 요청하고, 금감원이 지원”한다고 명시했다.

다시 말해 정부가 주인인 산은에 대해 채권민간은행들에 대해 사실상 대우조선과의 거래지침을 내리면서 이를 따르도록 압박하는 역할을 맡기고 만약 채권민간은행이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에는 금감원이 꼬투리를 잡아 검사권을 행사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금융계 관계자들은 “서별관회의가 대우조선정상화 지원방안을 마련하면서 큰 틀만 결정하면 됐지, 금감원의 감독·검사권을 무기로 민간은행들의 자율성을 깡그리 무시하고 대출조건까지 결정한 것은 ‘관치금융’의 전형을 보여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관치금융에 의한 대우조선지원의 결과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끝났다. 그 과정에서 남상태 전 사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은 상여금 등으로 국민혈세로 ‘돈잔치’를 벌였고 그 ‘잔치’에는 산은의 ‘낙하산’ 회장을 비롯한 상당수 임직원과 금융당국자들이 연루됐을 것이라는 의혹이 일고 있다.

결국 정부의 분별없는 지원으로 대우조선의 부실은 더욱 심화돼 현재 회생 가능성이 극히 희박한 상황에서 정부가 해체수준의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안아야 하는 기가 막힌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진실이 이러한데도 감사원은 최근 대우조선해양 부실문제에 대한 감사결과를 발표하면서 부실 책임이 명확히 드러날 것이라는 국민의 기대와는 달리 ‘수박 겉핥기 식’의 감사와 솜방망이 처벌로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에 전혀 미치지 못했다고 경제개혁연대는 지적했다.

경제개혁연대는 감사원 감사결과에 대한 논평에서 감사원이 특정한 손해액만 1조 3,171억 원에 달하는 데도 “이에 대한 조치는 직원 격려금 부당 지급 건으로 홍기택 전 회장 등 산업은행 임직원 3명에 대해 인사자료 통보, 회계처리 적정성 점검 업무 태만과 경영실적 평가 부적정 건으로 산업은행 직원 2명에 대해 문책(징계처분) 처리한 것이 전부다.”며 솜방망이 처벌이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9,021억 원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평가한 무분별한 자회사 투자와 관련해서도 감사원은 산업은행 회장에게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라”는 주의 조치로 마무리했을 따름이라고 지적했다. 

경제개혁연대는 감사원이 대주주인 산업은행에 대해 무리한 해외투자와 부적절한 경영행태로 1조 원이 넘는 손실을 야기한 대우조선경영진을 대상으로 손해배상청구를 하지 않도록 한 것도 납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 더욱이 앞뒤가 안 맞는 것은 “대우조선해양의 31.46%의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로서 상법에 따른 장부열람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 상법에 따른 손해배상책임 추궁에 대해서는 왜 언급하지 않는지 납득할 수 없다고 물었다.

경제개혁연대는 감사원이 같은 정부기관이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금융위원회의 책임을 외면한 것도 부실감사라는 사실을 실증한다고 밝혔다. 경제개혁연대는 이 논평에서 “대우조선해양의 2대 주주이자 산업은행에 대한 감독책임이 있는 금융위원회가 아무런 책임이 없을 수는 없다. 금융위원회가 감사 대상에서 아예 제외된 것부터가 석연치 않은 일인데, 감사대상을 한국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 등” 한정했다는 감사원의 설명은 금융위원회 등 정부의 책임 문제는 애초부터 의도적으로 배제했다는 것으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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