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빌딩 재매각 저조...‘너무 비싸게 산 것 아니었나’ 우려
-내부에서도 해외투자 실패 책임론 일어
-삼성증권 관계자는 사실과 다르다며 선 그어

셀다운 열풍을 주도한 삼성증권이 난처한 처지에 빠졌다. (사진=삼성증권)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증권사가 해외 건물을 인수 한 뒤, 기관 투자자를 상대로 재매각을 진행하는 이른바 셀다운이라는 사업 모델이 있다. 한동안 증권사의 해외대체투자 방식의 전형으로 주목받나 했더니, 최근에는 꽃도 피워보기 전에 저무는 모양새다.

과거 국내 증권사들은 대체로 해외부동산 투자를 꺼리는 경향이 있었지만, 최근 몇 년간 기관투자자들의 소화 물량이 늘면서 셀다운 투자가 본격화되었다. 거기다 브렉시트의 여파로 파리가 유럽 금융의 대체지로 주목받음에 따라 10여 곳에 이르는 증권사들이 파리로 향했다. 지난해 이 현상은 극에 달했고, 그 중심에는 삼성증권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증권 등 대형건설사가 길을 텄고, 중소형 증권사들도 컨소시움 등을 구성하는 형태로 뒤를 따랐다. 

삼성증권이 지난해 5월 프랑스 파리 중심가의 크리스탈파크 오피스의 인수 계약을 체결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인수금액은 9150억 원으로, 부대비용을 더하면 1조원에 육박했다. 57%인 5730억 원은 현지대출을 통해 조달하고, 37%(3740억 원)는 삼성증권이 인수했다. 

그러나 이 현상은 결코 오래가지 못했다. 지난해를 기점으로 적체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다. 해외 부동산 공급량이 늘어난 데다 미국 금리인상 등 투자 리스크가 높아지면서 기관투자자들이 신중을 기하고 있다는 진단이 쏟아졌다. 

당초 증권사들은 해외 부동산 인수 후 재매각까지 걸리는 시일을 3개월로 잡는다.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기관투자자들의 무관심 속에 미매각 물량이 늘어났다. 거기에 코로나19로 인한 경기한파까지 겹치며 ‘파리의 1조 원짜리 부동산’이 각 증권사들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삼성증권이 인수한 크리스탈파크의 셀다운 진행률 역시 현재 약 70%대로 파악된다.

파리의 크리스탈파크 (사진=파리 시 웹사이트)

여기에서 삼성증권이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삼성증권이 파리 부동산에 투자한 금액부터가 타 증권사 대비 월등했다. 저조한 셀다운 진행률로 문제가 된 크리스탈파크 이외에도 지난해 4월 인근의 뤼미에르 빌딩을 한화투자증권과 함께 1조5000억 원에 인수했다. 이는 국내 증권사가 파리 빌딩에 투자한 사례 중 가장 큰 규모로 알려졌다. 

대형 증권사들이 본격적으로 파리에 진입한 시기이기도 했지만, 가격 자체가 워낙 셌던 탓에 당시에도 고점 매수라는 평이 없지 않았다. 오늘날 셀다운 시장의 부진을 두고 고점 인수라는 분석이 심심찮게 나오는 것을 보면 삼성증권이 그 스타트를 끊었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일각에 따르면 현재 해당사업을 담당한 부서의 분위기도 심상치 않아 보인다. 해외 자산이 이도저도 못하고 묶여있다는 점은 곧 다른 투자 기회를 잃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통상 증권사 IB부서의 경우 자체 북(book, 자금운용한도)을 활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새삼 지지부진한 투자성과로 인한 기회비용이 생각나지 않을 수 없다는 의미다. 

한 신용평가 전문가는 “해외 부동산 투자의 만기는 10년 안팎으로 긴 편”이라며 “긴 만기구조는 북 운용부담을 가중시킨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최근 한 인터넷 매체는 “한 증권사의 해외대체투자 책임자가 셀다운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보직 해임되었다”는 보도를 내놓았다. 일각에서는 해당 증권사가 삼성증권이라는 의심에도 불구하고 사측은 이에 대해 단호하게 해당사항이 없다고 반박했다.

삼성증권의 우발채무 규모가 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나이스신용평가에 의하면 당초 삼성증권은 4조 원이 넘는 자기자본 규모를 자랑했지만, 최근 IB부문을 급격히 키우는 과정에서 우발부채가 크게 늘어 3조5070억 원, 자기자본대비로는 72.1%에 달했다. 우발부채는 지금 당장 빚으로 인식되지는 않지만, 언제든지 부채로 전환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통상 증권업계에서 부동산 투자가 우발부채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크다고 알려진 만큼, 셀다운 실패가 삼성증권에 미치는 장기적 영향 또한 결코 가볍지 않음을 보여준다. 

(사진=연합뉴스)

어쩌면 너무 급하게 먹다 체한 것은 아니었을까. 삼성증권의 셀다운 부진 소식은 파리 외 인근 국가들에서도 들려온다. 삼성증권이 지난해 9월 삼성증권이 인수한 독일 최고층 빌딩인 프랑크푸르트 ‘코메르츠방크 타워’(약 8000억 원)의 판매 소식도 아직 요원하다. 야심차게 추진한 영국 아마존 물류센터 역시 800억 원이 미매각 물량으로 남아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열기를 더해가던 부동산 대체투자 시장이 한파를 맞은 만큼, 투자 경쟁을 벌이던 여타 증권사들도 유사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내부 관계자 역시 “장기투자의 리스크 관리에 소홀할 경우 미매각 물량으로 인한 여파가 향후 단기 투자사업의 발목을 잡는 형태로 악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미매각분이 남아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그것을 전적으로 투자 실패로 보기에는 곤란한 구석이 있다”고 설명했다. 미매각분 중 사측에서 보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굳이 판매하지 않고 남겨둘 수 있다는 뜻이다. 아울러 “모든 증권사의 셀다운 방식이 100% 완전 매각을 목표로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이외에도 삼성증권 측은 위 기사 내용이 실제로 보여지는 모습과 차이가 있다고 반박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영국 아마존 물류센터의 경우에도 워낙 핫플레이스다. 우리도 필요한 물량은 갖고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필요한 만큼은 다 팔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최근 업계의 해외 부동산 투자 중 문제가 되는 부분은 호텔이라고 생각한다그러나 우리는 오피스에만 투자를 한다. 파리 오피스의 경우 공실 염려도 없고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미매각분이 발생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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