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눈] KT&G 대응 수세 몰린 기자
[데스크의눈] KT&G 대응 수세 몰린 기자
  • 이동림 기자
  • 승인 2020.05.18 15: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언론자유 침해” VS “정당한 방어권”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데일리비즈온 이동림 기자]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부동산투기 의혹 문제로 2005년 3월 7일 물러났다. 재산공개로 불거진 이 전 부총리 부인의 위장전입 의혹이 제기된 게 발단이 됐다. 

이 전 부총리는 당시 사의를 표명하면서 “본인과 처는 투기목적으로 부동산을 매매하거나 불법이나 편법에 의한 거래도 없었다”면서 투기의혹을 강력히 부인했으나 석연치 않은 부동산 거래과정 등에 대한 의혹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한겨레신문>은 그해 2월 28일 단독으로 이 같은 의혹을 제기했지만 3월 1일부터 7일까지 땅 투기 파문 등 각종 의혹들을 특종으로 쏟아낸 한 탐사보도 전문 기자의 끈질긴 보도가 이 전 부총리의 사임을 앞당기는 요인이 됐다. 

해당 기자는 그 공로를 한국기자협회로부터 인정받아 2006년 한국기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한국기자상은 한국의 ‘퓰리처상’으로 불리며 국내 언론계에서 가장 권위와 공신력을 갖춘 상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2013년 연재한 ‘500대 기업 고용과 노동’ 시리즈(한국기자상), 2014년 ‘간접고용의 눈물’(노근리평화상)로 큰 주목을 받았다. 최근에는 2015년 ‘노동자 울리는 노동법 심판들’ 기사로 민주언론시민연합 올해의 신문보도상과 민주언론상 보도부문 특별상을 받았다. 이외에도 ‘이달의 기자상’ 다수(11회) 수상경력이 있다. 

이처럼 대중적 공로와 업적을 지닌 장본인은 기자생활 28년 배테랑 강진구(54) 기자다. 그런 그가 최근 담배 제조·판매회사 KT&G의 비판적 기사를 쓴 이유로 월급 가압류 사건에 휘말렸다. 어찌된 영문일까. 한국기자협회에 따르면 KT&G는 2월28일 강 기자와 편집국장, 경향신문사를 상대로 정정보도 및 총 2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강 기자가 26일 보도한 <KT&G ‘신약 독성’ 숨기고 부당합병 강행 의혹> 기사의 내용이 허위이며, 사전에 이를 인지하고도 기사를 작성·게재해 KT&G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에서다. KT&G는 이들의 연대 책임을 요구하면서도 강 기자만을 대상으로 급여 가압류도 신청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KT&G의 가압류 신청을 ‘인용’해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 소송에 대해선 본격적인 재판 시작에 앞서 조정으로 풀라며 조정회부 결정을 내렸지만 강 기자가 받는 월급의 절반을 경향신문이 2억원에 이를 때까지 채권을 보전하라며 가압류 결정했다. 

언론 보도가 소송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종종 있었으나 기자 급여까지 가압류하는 이번 경우는 이례적이다. 또 애초 신문사와 편집국장도 함께 소를 걸었지만 기자에게만 가압류를 신청한 점 등을 두고 기자협회는 KT&G의 ‘언론자유 침해’로 보고 있다. 

18일 기자협회는 성명을 통해 “우리나라에는 언론보도로 인한 피해 시 언론중재위원회를 통해 조정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 있다. 중재가 안 되면 이후 절차에 따라 법으로 시시비비를 가릴 수 있다”며 “그럼에도 KT&G는 곧바로 소송부터 진행해 언론사와 기자를 압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언론의 핵심 기능은 다름 아닌 ‘비판’이다. 언론의 비판은 사회의 정화 작용으로 역할을 하고 바른 방향을 제시해주는 견제 기능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T&G의 무분별한 소송 절차와 기자 개인 급여에 대한 가압류 신청을 기자협회는 언론자유에 대한 압박 시도로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연간 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거두는 회사가 기자 급여 가압류까지 걸면서까지 손해배상을 거는 이유는 무엇일까. 언론을 압박하려는 차원일까. 아니면 보복성 성격이 있는 것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그 자체로 여러 동료 선·후배 기자들에게 심리적 위축을 주기 위함일까. 

이에 대해 KT&G 측은 이번 조치가 불공정 보도에 대한 정당한 방어권 행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KT&G 측은 “사태가 여기까지 진행된 것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면서도 “언론의 자유는 존중되어야 한다. 단 언론 보도는 정확한 사실에 근거해야 한다. 회사는 지난해 14차례에 걸친 강 기자의 일방적인 보도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법적 조치 없이 인내하면서 수십 차례 직접 기자를 만나 취재내용에 대해 최선을 다해 소명해 왔다”고 밝혔다.

사실 언론의 자유가 없다는 얘기는 이미 옛말이 된 지 오래다. 국내 언론의 자유도가 그리 높지 않다는 다른 나라의 이상한 통계가 나오기도 하지만, 대중은 이제 언론의 자유가 그 도를 넘어 방종에 이르렀다는 것을 누구나 공감하고 있다. 

그래서 파생된 신조어가 ‘기레기’(기자+쓰레기)의 합성어다. 누구라도 걸리면, 마녀사냥과 인민재판으로 보내버린다. 오보에 대한 책임은 없다. 기사는 처음부터 특정 프레임을 가진다. 따라서 법원의 이번 조치가 언론의 자유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보는 시각은 다소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다.

다만 법원 가압류 신청인용에 대해선 이해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안산 원곡법률사무소 최정규 변호사는 15일 <미디어오늘>에 “기사는 기자 개인이 쓰는 게 아니다. 편집국장을 거치고 경향신문이 사용자 책임을 지는 것이다. 기자 개인에게 신청한 가압류가 받아들여졌다는 건 법원이 아무 생각 없이 일을 기계처럼 처리한 것이다. 한 번 더 고민하고 기각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유야 어쨌든 이번 가압류 결정 자체를 두고 소모적인 논쟁을 하기보다 기사의 정당성을 입증하기 위한 강 기자의 외롭고 힘든 싸움이 시작됐다. 강 기자는 “가압류 조치를 기꺼이 감수할 생각이다. 오히려 이번 사건을 통해 기자에 대한 가압류 결정이 얼마나 부당한지 알려나가면서 다시는 이런 식의 저급한 방식으로 기자를 길들이지 못하도록 쐐기를 박는 계기를 만들 생각”이라고 했다. 

강 기자의 건투를 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