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계 없는 무덤 없다’

이베스트투자증권 사옥.
이베스트투자증권 사옥.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노동시장에서 취약할 수밖에 없는 장애인에게 보호작업장이 아닌 일반 기업 취직은 ‘하늘의 별 따기’ 만큼 어렵다. 장애인의 고용 기회를 넓힌다는 취지로 ‘의무고용제도’가 도입된 지 27년이 넘었지만 ‘유명무실’에 가깝다. 고용노동부는 장애인 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에 따라 상시근로자 50명 이상 민간기업의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3.2%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의 기업은 사실상의 ‘벌금’인 고용부담금을 내곤 한다. 이에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은 매년 수백억 대의 벌금을 불사하기도 한다. 이에 장애인 고용문제에 있어서 자유로울 수 없는 금융업계의 실태를 들여다본다. <편집자 주>

◇재작년 의무고용인원 2명 ‘답보 상태’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4곳 중 1곳 꼴로 장애인 고용 비율이 1%에 미치지 못한다. 실제로 의무고용률인 3.2%에 미치지 못하는 기업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장애인이 느끼는 증권사 취업 문턱은 비장애인보다 더욱 높다는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사정은 대형 증권사나 소형 증권사나 크게 다르지 않았다. 2018년 국감 당시 노동부에서 공개한 자료를 근거로 고용률만 놓고 보자면 대형사와 소형사 간 큰 차이는 없었다. 대형사인 한국투자증권은 2018년 기준 의무고용인원이 70명이었지만 16명만 채용해 고용률이 0.66%에 불과했고, 소형사인 이베스트투자증권 역시 12명 중 2명을 채용해 0.45%을 기록했다. 대형사나 소형사나 가릴 것 없이 장애인 채용에 무관심한 것은 매한가지였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회사다. 따라서 의무고용인원 역시 업계에서 가장 적은 편에 속한다. 올해 현재 당시와 비교해 의무고용인원은 12명에서 15명으로 늘었으나 채용인원은 아직도 2명으로 답보 상태다. 최근 3년간 단 한 건의 장애인 채용이 없었다는 비판이 가능하다. 고용률 역시 자연스레 하락하는 모양새다.

이베스트투자증권 관계자는 “큰 규모의 회사가 아닌지라 인력 충원에 어려움이 있다”며 “작년부터 장애인 채용에 적극 나서고 있으나 사정이 여의치 않다”고 설명했다. 물론 소규모 회사의 경우 장애인들이 일하기에 적합한 직무를 마련하기가 어렵기는 하다. 사람 한두 명이 귀한 상황에서 효율이 떨어지는 장애인들을 우선 채용하기가 꺼려진다는 전언도 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 (사진=KEPCO 블로그)
사진은 기사와 무관. (사진=KEPCO 블로그)

◇재작년 의무고용인원 2명 ‘답보 상태’

내부에서는 “장애인 직원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직원이 부족하다”는 푸념도 나온다. 두세 명이 해야 할 일을 한 명이 처리해야하는 상황에 장애인 직원 채용에 눈을 돌릴 여력이 없다는 소리다. 증권업계가 사실 직원들에게 한 가지 전문성이 아닌 ‘멀티플레이어’로서의 자질을 요구한지는 꽤 되었고 이는 소규모 증권사에게 더욱 뼈아프게 다가온다. 사모운용사 진입요건 완화와 리테일 영업 탈피 등이 주요 이유로 꼽히는데, 최근 3년 간 각 사의 사업보고서를 종합한 보고서에 의하면 자본규모 6위 이하 증권사는 인력감축 기조를 이어가는 모양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베스트투자증권의 해명은 온전히 와 닿질 못한다. 회사 측은 최근 인력감축 없이 꾸준히 사세를 확장하는 중이다. 지난해 연간 순이익은 549억원으로 전년 대비 61.2% 성장했다.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이다. 특히 4분기 IB분야에서의 성과가 두드러졌다. 이러한 흐름 속에 인력도 꾸준히 충원되었을 뿐더러 지난해 하반기에는 김원규 대표이사가 직원 사기 진작과 성과 보상 차원에서 전 직원 연봉 10% 인상을 지시하기도 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의무적으로 채용해야 하는 장애인 직원의 수도 2018년 12명에서 2년 새 15명으로 늘었다. 하지만 실상은 전혀 변화가 없었으니 이베스트투자증권 측이 이제부터라도 사회공헌과 사회적 약자 보호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장애인 고용의무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작은 회사가 덜 주목받는 경향이 있다”며 “사실 장애인 직원이 금융계에서 일하기 어렵다는 편견이 있지만 이는 편견에 불과하다. 얼마든지 대등 혹은 그 이상의 효율을 낼 수 있는 직무가 많다”고 말했다. 한 내부 관계자 역시 “직무를 밝히기는 어렵지만, 이베스트투자증권 내에서도 다소의 신체적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관리자 급의 위치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분이 있다”고 귀띔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 관계자는 “우리도 노력하고 있으나 장애인 지원자들이 많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답했다. 그러나 채용에 대한 부분은 사측에서 좀 더 주도적으로 신경쓸 필요가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장차 탑10 증권사를 목표로 하는 이베스트투자증권 입장에서는 사회공헌 또한 언제까지고 무시할 수 없는 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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