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랩, 경영 손 뗀 안철수 관련주로 꼬리표
-정치 행보에 주가 오르는 것도 부담 느껴
-4월 총선 앞두고 덩달아 긴장감 높이는 회사

판교에 위치한 안랩 사옥. (사진=안랩, 연합뉴스)
판교에 위치한 안랩 사옥. (사진=안랩, 연합뉴스)

[데일리비즈온 김소윤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함께 거론되는 회사가 있다. 이른바 안철수 테마주로도 불리는 안랩이다. 실제로 안랩 주가는 안 대표가 이달 초 의사 신분으로 대구 계명대학교 동산병원에서 ‘코로나 19’ 관련 의료 자원봉사에 나섰다는 소식에 5% 강세를 보였다.

올해 초 안 대표가 정계 복귀를 선언할 때도 안랩은 강세를 보였다. 이 회사 내부 관계자는 “안철수 대표는 회사의 대주주일 뿐, 경영에는 손을 대지 않는다. 안 대표의 정치 행보 소식이 나올 때마다 안랩이 거론되는 것이 좋지만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안 대표는 안랩 CEO 자리에서 물러난 지 15년이 됐다.

안랩의 대외 홍보 자료들은 보안과 관련된 소식과 이를 치료할 바이러스 백신에 대한 안내가 위주다. 주로 유통업계에서 오너의 미담이나 특정 인물의 유명세를 이용해 회사를 홍보하는 사례가 일부 있는 것과 다르게 안랩은 보안업체 특성상 회사가 외부에 거론되는 것 자체를 조심스러워한다고 전해진다. 통상적으로 IT 회사 CEO들이 은둔 경영을 선호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안랩은 국내 대표적인 보안업체로 국가적인 사이버 위기 상황이 닥칠 때마다 백신 프로그램을 무료 공급한 회사로 유명하다. 컴퓨터나 모바일 등 소프트웨어를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안랩의 프로그램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군다나 안랩은 백신을 무료 공급해온 회사이기 때문에 과도한 마케팅을 하지 않아도 착한 기업이라는 대외이미지를 굳혀오고 있다.

이 때문에 회사는 안 대표가 정치인으로 나선 이후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눈치다. 단순히 주가 하락이나 대주주 리스크를 의식해서가 아니다. 회사 관계자들은 안 대표의 소식에 따라 회사 주가가 오르는 것도 부담스러워한다는 것 자체를 부담스럽게 여기고 있다고 전해진다. 바이오 업계에서 임상 시험 소식만으로 존재감 과시를 하는 것과는 다른 분위기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안 대표가 안랩의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 자체로 안랩과 안 대표가 뗄 수 없는 관계로 거론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안 대표는 안랩 지분 18.57%를 가지고 있다.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지분율은 28.57%이다.

15년 전 안 대표는 안랩 CEO 자리에서 물러난 뒤 2012년 사내이사직에서도 손을 뗐다. 이 점을 회사가 강조하고 있다. 회사가 먼저 안 대표를 거론하지 않는데 외부에서 안 대표에 대한 질문을 건네면 경영과는 무관하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안 대표처럼 IT 기업 설립자로 유명한 한글과컴퓨터(한컴) 설립자 이찬진 씨는 외환위기와 맞물렸을 때 회사를 떠났고 한컴은 인수와 매각을 반복하다 현재 M&A 전문가인 김상철 회장의 체제 아래 운영되며 매출 성장세를 보였다. 이 때문에 한컴 직원들은 현재 설립자 이찬진 씨가 거론되는 것을 대놓고 불편해하기도 한다.

안랩의 사정은 좀 다르다. 안 대표는 과거 미국의 보안 솔루션 업체의 인수 제안을 거절했던 전력이 있다. 거절 이유는 한국 백신(V3)이 외국 회사에 장악당하는 것과 직원들이 대량 해고당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었다고 전해진다. 현재 아시아에서 순수 백신을 가지고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중국, 인도가 꼽힌다.

안랩의 회사명이 안 대표를 떠올리게 하는 것도 사실이다. 안랩의 모태는 1995년 설립된 안철수컴퓨터바이러스연구소다. 2000년 안철수연구소로 상호를 변경한 뒤 보안업계 최초로 매출 100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현재의 회사명인 안랩은 2012년부터 이어오고 있다. 2012년은 안 대표가 정치 신인으로 나섰을 때다.

안 대표가 정치인으로 나선 지 10년이 다 되어가는 현재도 안랩과 안 대표는 뗄 수 없는 관계로 인식되고 있다. 오히려 안 대표에게서 학자 이미지가 강해 정치인과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나오고는 한다.

어쨌든 안 대표의 정치 행보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안 대표는 국민의당 수장으로서 표를 얻기 위해 총력을 다한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증권가는 안 대표의 적극적인 정치 행보가 사실상 시작됨에 따라 향후 안랩의 주가 또한 출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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