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으로 둔갑한 다이아”…무궁무진한 활용도 주목

한국전기연구원 나노융합기술연구센터 연구진이 구리-그래핀 복합 전도성 잉크 제조 실험을 하고 있다. (기사 내용과 무관=전기연구원)
구리-그래핀 복합 전도성 잉크 제조 실험 중인 한국전기연구원 나노융합기술연구센터 연구진. (사진=한국전기연구원)

[데일리비즈온 김소윤 기자] 과학계에서 신소재 개발·연구가 활발하다. 기존 금속이나 플라스틱에 없는 성질의 물질에 대해 금속 등의 재료를 활용해 만든 신소재는 제조업계 공정과정을 간단하게 줄여주는 효과를 가져온다. 반면 새로운 분야인 만큼 불확실성도 높아 이를 보완할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 신소재 불확실성 줄여주는 설계 기술 개발

학계에 따르면 최근 김형준 카이스트 화학과 교수 연구팀이 소재 물성의 예측 오차율을 기존 기술보다 30% 이상 줄일 소재 시뮬레이션 설계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을 통해 리튬 이온 배터리 물질의 전압이나 2차원 소재의 박리 에너지를 예측하는 과정 중 기존 40%에 달했던 소재 물성 예측 오차율을 10% 이내로 줄였다는 설명이다.

보통 기능성 소재 개발은 시뮬레이션 개발을 통해 설계된다. 합성 전 가상 실험으로 다양한 소재의 물성을 예측하거나 설계하는 기술이다. 하지만 반데르발스 힘을 정확하게 설명하지 못한다는 문제가 있다. 반데르발스 힘은 전하의 일시적 쏠림으로 인해 분자가 순간적으로 극성을 띠면서 나타나는 당기는 힘이다. 그간 정확하게 기술하지 못해 소재 물성 예측 정확도가 떨어졌던 것이 현실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새로 개발한 소재 시뮬레이션 기술을 배터리 소재 다양한 기능성 소재 설계 연구에 적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신소재 개발의 대표적인 예로 최근 개발된 세상에서 가장 얇은 다이아몬드를 들 수 있다.

지난해 12월 기초과학연구원(IBS)은 다차원 탄소 재료 연구단 로드니 루오프 단장 연구팀이 울산과학기술원(UNIST)과 공동으로 간단한 공정만으로 그래핀을 다이아몬드 박막으로 변신시켰다고 밝혔다. 당시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 온라인판에 실렸다.

그래핀과 다이아몬드는 모두 탄소 원자로만 이뤄져 있는데 원자의 결합 형태가 다르다. 그래핀은 탄소 원자가 주변 탄소 원자 3개와 결합해 육각형 벌집 모양을 이룬 평면 소재다. 이와 달리 다이아몬드는 중심의 탄소 원자 1개가 주변 4개의 탄소 원자와 결합해 만든 정사면체가 상하좌우로 끊임없이 반복되는 구조다.

개발된 다이아메인 구조 (사진=기초과학연구원)
개발된 다이아메인 구조. (사진=기초과학연구원)

◇ 신소재 연구로 다양하게 활용될 다이아몬드

이러한 결합 차이로 두 물질은 서로 다른 물성을 갖는다. 2차원 물질인 그래핀은 강도가 높고 열과 전기를 잘 전달해 자유자재로 휘어진다. 다이아몬드는 뛰어난 열전도성과 기계적 강도를 가졌지만 전기가 통하지도 않고 쉽게 휘어지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다이아몬드가 2차원 평면 형태로 제작되면 다이아몬드의 우수한 물성을 반도체 소자, 전기, 기계, 화학 등 다양한 분야에 폭넓게 이용할 수 있다. 그래핀의 결합구조에 변화를 줘 그래핀처럼 얇은 초박막 다이아몬드 ‘다이아메인’을 합성하려는 연구가 있었지만 상용화까진 되지 못했다. 결합구조를 변화시키는 과정에서 높은 압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제조비용도 많이 들고 안정성도 유지하기 힘들다.

이에 연구진은 2개의 그래핀이 쌓인 구조의 이중층 그래핀으로 대기압에서도 안정적인 다이아메인을 세계 최초로 합성했다는 설명이다. 화학기상증착법을 이용해 구리니켈 합금 기판 위에서 이중층 그래핀을 제작하고 불소 기체를 주입했다.

주입된 불소는 그래핀과 화학반응을 일으키며 두 층간에서 탄소결합이 생기도록 유도한다. 주변 3개의 원자와 결합하던 탄소가 4개의 주변 원자와 결합해 최종적으로 필름 형태의 다이아몬드가 만들어진다.

불소화 과정을 통해 합성했다는 의미에서 연구진은 이 초박형 다이아몬드를 ‘F-다이아메인’으로 명명했다. 합성된 메인의 두께는 0.5㎚에 불과하다. 이렇게 개발된 공정은 상온·저압 조건에서 화학적 처리만을 거쳐 다이아메인을 합성할 수 있어 고압이 필요하던 기존 기술 대비 제조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다.

연구팀은 향후 전기적, 기계적 특성까지 조절 가능한 대면적 단결정 다이아몬드 필름을 구현하는 연구를 진행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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