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용 시신 섭취 장면 찍혀
법의학 시신농장에서 확인

 [데일리비즈온 심재율 기자] 그렇게 아껴주고 돌봐주고 먹이면서 애지중지 키웠건만, 만약 충실한 집사 노릇을 한 당신이 고양이를 혼자 남겨놓고 죽는다면 고양이는 어떻게 배고픔을 해결할까? 그것이 나를 건드릴까? 이 거북한 상상에 불쾌한 대답을 줄 만한 연구결과가 나왔다.

배고픈 고양이는 때때로 사람의 시신도 먹어 치운다는 것이다. 사람이 보기에 부패하는 시신은 징그럽기 짝이 없지만,  많은 생물체에게 사람의 시신은 아주 풍성한 먹거리이다.

콜로라도에 있는 시신연구시설에 야생 고양이들이 울타리를 넘어 몰래 들어와 사람의 시신을 먹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고양이가 사람의 살을 먹는다. (사진=픽사베이)
고양이가 사람의 살을 먹는다. (사진=픽사베이)

콜로라도 메사 대학(Colorado Mesa University) 법의학 조사 연구소는 '시신농장'을 운영한다. 수십 구의 시신이 관목이 드문드문 박힌 2에이커 사막에서 부패하고 있다. 과학자들과 학생들은 자연적으로 부패하는 시신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기록한다. 이 같은 연구는 법의학자와 검시관들이 몸에 일어나는 자연적인 것과 자연스럽지 않은 것을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 농장은 큰 동물들과 굴을 파고 침입하는 동물들을 막기 위해 지하 50㎝에서 지상 5m 높이의 철망으로 둘러쳤다. 그래도 고양이, 스컹크, 뱀은 정문 틈새로 들어온다.

고양이들도 자기가 좋아하는 시신이 있는 것 같았다. 두 마리의 야생 고양이가 시신을 훔쳐 먹는 장면이 목격됐다. 얼룩무늬 고양이와 검은 고양이는 항상 특정한 시신으로 접근했다.

고양이가 시신을 먹는다는 기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고양이가 실제로 시신을 먹는 행동은 거의 동영상으로 기록되어 있지는 않다. 설사 그런 사례가 있었다고 해도 그것은 대부분 죽은 주인과 함께 집에 갇혀있는 애완 고양이에게 일어나는 일처럼 보였다. 야생에서 그런 사례를 관찰하는 것은, 고양이의 시신 섭취 습성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고양이의 시신 섭취 습성을 연구한 과학자들은 법의학저널(Journal of Forensic Sciences)에 발표한 논문에서 "전 세계에 야생 고양이가 널리 퍼졌기 때문에, 야생 고양이의 행동패턴을 이해하면 사후에 생긴 조직 손상을 구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야행성 동물과 일주성 동물의 행동양태를 촬영하기 위해 카메라를 설치한다. 콜로라도 메사 대학 법의학조사연구소가 설치한 카메라에 야생에서 태어나 자란 두 마리의 야생 고양이가 시신을 먹기 위해 몰래 들어오는 장면이 찍혔다.

고양이가 야생인지 아닌지는 겉만 봐서는 알 수 없지만, 이 연구시설은 개인 주거지와는 거리가 멀다. 게다가 이 고양이들은 계속 밤마다 들어왔기 때문에 야생으로 추정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고 연구원들은 말했다.

첫 번째 얼룩무늬 고양이는 야외에 누운 채로 놓인 79세 여성의 시신을 방문해서 손상하기 시작했다. 고양이와는 관계없는 다른 이유로, 여성 시신 위에 새장을 놓아두는 바람에 일주일 동안 고양이는 그 시신에 접근할 수 없었다. 새장을 제거한 뒤 고양이는 35일 동안 거의 밤마다 시신에 접근해서 훼손했다. 이 고양이는 근처에 있는 40구의 다른 시체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쥐를 잡아 먹는 고양이 (사진=픽사베이)
쥐를 잡아 먹는 고양이 (사진=픽사베이)

두 번째 검은 고양이는 부검한 70세 노인의 시신을 찾아갔다. 고양이는 왼쪽 어깨의 부검한 절개선을 따라 응고된 왼쪽 팔, 어깨, 복부의 부드러운 조직을 먹어 치웠다.

검은 고양이는 16일 밤 중 10일 밤에 돌아와 한 달쯤 자취를 감춘 뒤 이틀 밤을 더 그 시신으로 돌아왔다. 얼룩고양이처럼 검은 고양이도 근처의 다른 시체들에는 아무런 관심도 보이지 않았다.

집고양이나 개가 죽은 주인을 한 입 베어 먹는다는 사실은 제법 알려진 사실이다. 고양이가 집에 갇혀 있고 다른 음식이 공급되지 않는다면 가능한 일을 할 것이다.

이번 연구는 반려동물의 지위로 우뚝 선 고양이 친구를 더 잘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고양이는 먹이를 얻기 위해 단순히 과자를 뒤지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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