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수출 전진기지 역할 약해져…정식통관 거쳐 화장품 수입하는 바이어 증가 추세

[데일리비즈온 엄정여 기자] 매장마다 중국인 상인들로 북새통을 이루며 명동에 이어 ‘제2의 화장품 메카’로 급부상한 ‘화곡생활용품유통단지’가 올 초부터 중국 정부의 ‘따이공(代工:보따리상)’ 규제가 엄격해지면서 줄어든 바이어로 인해 침체기를 맞고 있다.

서울시 강서구 화곡2동 곰달래로에서부터 목동사거리까지 경인고속도로변에 위치한 이 곳은 최근 몇 년 사이 화장품 유통업체가 급격히 늘어 현재는 20여개 업체에 달한다.

국내 화장품 도매시장의 1번지 ‘화곡생활용품유통단지’는 화곡고가사거리를 중심으로 목동사거리에서 신월IC까지 도로변 상권과 배다리동길 상권을 가리키며 지하철역 5호선 까치산역 2번 출구 부근 총 1.2km 구간에 250여개의 점포들이 마주보며 늘어서 있다.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화곡유통단지는 동대문, 남대문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 도매처로 화장품을 비롯해 문구, 완구, 판촉물, 주방용품, 소형가전, 가방, 벨트, 지갑, 식자재, 생활잡화 등 다양한 품목을 한 곳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서울을 비롯한 지방의 중간 도매상들로부터 각광을 받아왔다.

이곳의 상인들은 대부분 전문 도매업자로 생산공장과 직거래를 하기 때문에 유통마진이 빠지면서 시중가보다 최소 30%에서 최대 70%까지 저렴한 가격에 물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렇게 형성된 화곡유통단지가 최근 몇 년 사이 한국산 화장품을 구입하기 위해 몰려드는 중국인들로 인해 전성기를 누리며 명동에 이어 ‘제2의 화장품 메카’로 부상했다.

화곡유통단지의 가장 큰 장점은 시중보다 저렴한 가격에 대량으로 화장품을 구입할 수 있다는 것으로 도매로 거래되는 국내 화장품의 가격은 천차만별이지만 대략 시중 가격보다 20~30%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 국내에서 유통되는 화장품을 거의 모두 접할 수 있는 화장품 만물상
‘화곡생활용품유통단지’가 올 초 따이공 규제가 강화되면서 침체기를 맞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화장품이라면 거의 모든 제품을 구할 수 있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주요 브랜드에서부터 리더스, 메디힐, SNP 등 각종 마스크팩 브랜드, 게리쏭, 클라우드9, AHC, 파시 등 다양한 중소업체 브랜드와 이니스프리, 더페이스샵, 미샤, 잇츠스킨, 토니모리 등 유명 브랜드숍 제품, 샤넬, 크리스챤 디올, 랑콤 등 백화점 브랜드와 각종 수입향수에 이르기까지 국내 유명 브랜드 화장품뿐 아니라 중국인을 비롯한 외국인 관광객들이 좋아하는 화장품을 한 곳에 모아 놓았다고 보면 된다.

설화수나 아이오페, 헤라, 후, 이자녹스 등 중국인들에게 인기가 많고 구하기 어려운 대기업 유명 브랜드는 공급률(도매가)이 50~70%인 반면, 시장에서 구하기 쉬운 제품들이나 대량으로 구매할 경우 20~30%의 낮은 공급률을 적용 받을 수 있다.

대부분의 매장들은 도매 전문인만큼 판매는 주로 회원제로 이뤄지고 있어 일반인들의 소량 낱개 구매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아란인터내셔널과 forU처럼 일정금액 이상 제품을 구매할 경우 일반 소비자들도 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매장도 늘고 있는 추세다.

화곡유통단지는 원스톱으로 모든 브랜드를 선택할 수 있고, 가격 경쟁력이 해외 바이어들에게 입소문이 나면서 중국을 비롯한 해외시장으로 중소기업의 수출을 담당하는 전진기지 역할을 해오기도 했다.

하지만 올 초부터 중국 정부가 따이공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면서 사실상 이들을 통한 대중국 화장품 수출이 대부분인 화곡유통단지가 위축되기 시작했다.

중소 화장품업체들의 경우 중국 정부의 위생허가를 받는데 많은 비용과 시간을 투자해야 하고, 유통채널을 뚫기도 어렵다보니 따이공이 유일한 수출통로로 활용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따이공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중국 세관 당국이 따이공이 보내는 화장품을 밀수로 규정하고 자국 내 보세구사업을 육성하는 등 본격적인 제재에 착수한 것. 정상적인 유통구조 정립을 통한 세수확보와 내수 활성화가 정책 배경이다.

이와 관련해 화장품 무역을 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대중국 화장품 수출액이 크게 증가했는데, 요즘은 중국인들이 직접 생산, 판매, 유통까지 하고 있어서 2~3년 전하고는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며 “유통업계도 중국인들이 직접 개입하면서 상황이 많이 변했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 특수로 급성장했던 이른바 따이공 유통이 중국 정부의 수입화장품 규제 강화로 타격을 입게 되면서 중국 내 SNS를 통해 판매하는 웨이샹들의 활약이 늘고, 위생허가를 받지 않고 보세창고를 이용한 합법적 수출인 역직구 채널이 이를 대신하고 있는 추세”라며 “중국 정부의 따이공 단속이 갈수록 심해져 최근엔 합법적인 방법으로 정식통관을 거쳐 제품을 수입하는 바이어들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올해부터 외국인이 상품 구매 시 부가세를 바로 환급해주는 ‘사후면세점 즉시환급제도’가 도입됨에 따라 화곡동, 대림동 등의 중국인 대상 도매상들이 사후면세점으로 탈바꿈하는 등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화장품 유통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사진출처 = 러브즈뷰티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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