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라크서 완전 철수할 기회로 삼아야

이라크로 파병되는 미군들 (사진=CNN)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이란의 군부 실세인 솔레이마니가 죽었다. 미국에게 있어 그는 마치 오사마 빈 라덴과도 같은 인물이었다. 그러나 ‘슈퍼파워’ 미국 역시도 일단 일을 저지르고 나니 후폭풍이 두려운 모양새다. 그리고 근본적인 문제도 남아있다. 솔레이마니의 암살로 미국에게 돌아가는 이익이 도대체 무엇인지가 확실치 않다.

철저하게 미국의 입장에서, 솔레이마니를 처치하는 것이 미국의 이라크 영향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그것 또한 고려해 볼 만한 전략일 수 있다. 그러나 그럴 가능성은 애초에 희박하다. 이라크는 철저한 ‘취약 국가’이며 미군은 그 곳에서 고립된지 오래다. 포린 폴리시는 아예 최근 기사를 통해 “이라크는 이제 존재하지 않으니 미군이 굳이 거기에 있을 필요가 없다”고 짚었다. 사실 모두가 알고 있지만 동시에 꺼리는 사실이다. 미국의 정계 및 학계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과 그 결과에 대해 언급하기를 꺼려왔다. 수조 달러에 달하는 전비와 수많은 인명 손실에 대해 모두가 짐작하지만, 후폭풍을 감내할 사람은 어디에도 없는 듯하다.

FP는 아예 미국에는 이라크를 이해하는 사람이 없다고 일갈한다. 적어도 워싱턴 정계는 최근까지 낙관론에 차 있었다. 2017년 미군이 IS를 격파한 후 전문가들은 이라크가 안정세에 접어들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럴 리 없다. 실제로 미군은 이라크에서 현지인들과 접촉하지 않는다. 이라크 도심 외곽에서 미군은 절대 정차하지 않는다. 오로지 목적지까지 달릴 뿐이다. 현장 전문가들조차 이라크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이해할리 없다. 미국이 일대에서 할 일이 남지 않았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절대 다수의 이라크인들도 미군의 철수를 원한다.

그리고 솔레이마니가 암살됐다. 미국과 이란의 국지전이 이미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는 바로 이 이라크에서다. 미국과 이란의 싸움이 다른 곳도 아니고 이란의 앞마당인, 그것도 국가로서의 기능을 거의 할 수 없는 이라크에서 벌어진다면 결과는 이미 뻔한 승부다. 전력차가 아닌 싸움터를 잘못 고른 자의 말로다. 그럴 때에는 싸움터에서 빨리 빠져 나와야 한다. 누구나 실수는 하기 마련이니, 딱 실수한 시점까지가 본전이다. 그렇기 때문에 실수로부터 얼마나 빠져나오는 지가 현명한 사람과 그렇지 못하는 사람을 가르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솔레이마니의 장례식이 치뤄지고 있다. (사진=CNN)

솔레이마니의 암살은 추후 일어날 사건의 원인이 아니다. 이미 일어난 사건들의 결과에 가깝다. 미국은 이라크에서 영향력을 공고화하는 데 실패했고, 미국인들이 이란의 영향력 아래 심각하게 방치되었다. 그렇기에 오늘날 모두가 이란과 미국의 싸움을 지켜보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리고 미국은 결국 이라크를 빠져나갈 수밖에 없다. 그 자리는 이란이 차지할 것이다.  

솔레이마니를 처치한 것을 두고 전략적 오판이니 하는 등등의 이야기가 나온다. 하지만 실수였다 하더라도 그 사실 자체에 우려할 필요는 없다. 솔레이마니의 처치로 가장 위태로운 처지에 놓인 것은 이라크 등 일대의 미국 시민권자와 비즈니스 기반들이니, 이 참에 잘못 고른 싸움터에서 빠져나올 핑계로 삼는 편이 바람직하다. 이란의 영향력을 인정해주는 대가로 솔레이마니의 목숨을 가져간다는 미국의 메시지는 이란에게도 그리 나쁠 것 없는 거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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