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분 단위’로 업무 배정…과도한 격무 근거자료

지난해 서울 용산구 한강대교 북단의 기지국 철탑에서 고공농성을 벌여온 LG유플러스 하청업체 노동자.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서울 용산구 한강대교 북단의 기지국 철탑에서 고공농성을 벌여온 LG유플러스 하청업체 노동자.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연합뉴스)

[데일리비즈온 이동림 기자] 새해 벽두부터 ‘LG헬로비전’에 불미스런 일이 터졌다. LG헬로비전 협력업체 노동자 A씨(45)가 지난달 30일 작업 공간에서 숨진 채 발견된 것. 이에 희망연대노조 LG헬로비전 비정규직 지부는 해당 노동자가 격무에 시달렸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현재 사망 원인이 명확하지 않아 노조 말대로 과로사로 단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희망연대노조가 공개한 서부해운대고객센터가 사고 당일 노동자들에게 공지한 개인별 업무 할당 현황을 보면 A씨는 사고 당일 98%의 업무가 배정돼 있었다. LG헬로비전 고객센터에서 케이블방송과 인터넷을 설치·수리(AS)·철거하는 업무를 해온 A씨의 격무가 어느 정도인지 추정해 볼 수 있는 하나의 근거자료다.

특히 이 일을 30분 단위로 업무를 배정하고, 사고가 있기 전 일주일간 하루 평균 14건의 업무를 처리했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이 말대로라면 A씨는 이동과 업무를 30분 안에 마쳐야 한다. 14건의 업무를 완수하려면 계획했던 대로 이뤄져 쉼 없이 일하더라도 물리적으로 최소 420분(7시간)이 필요하다. 이동거리가 멀거나 업무 처리에 시간이 더 걸린다면 얼마나 시간이 더 걸릴지 알 수 없다.  

서부해운대고객센터가 지난해 12월30일 소속 노동자들에게 공지한 개인별 업무 할당 현황. (사진=희망연대노조)
서부해운대고객센터가 지난해 12월30일 소속 노동자들에게 공지한 개인별 업무 할당 현황. (사진=희망연대노조)

◇ 인터넷 설치 노동자의 반복되는 추락사

이에 대해 원청인 LG헬로비전과 모기업인 LG유플러스는 안전실태를 긴급 점검하고 개선책을 내놓기는커녕 쉬쉬하고 있다. LG헬로비전 관계자는 “유가족의 요청으로 부검이 진행됐고, 통상 부검 결과는 1~2주 정도 후에 나온다”며 “노조가 촉구한 실태조사 제안은 현재로서는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했다.

반면 이통업계 관계자는 “통신 중계기가 옥상이나 전신주 위가 아니라 지상에 있었더라면, 혹은 실적에 따라 급여를 받는 하청업체 노동자가 아니라 위험 작업에 대한 작업중지권을 당당히 행사할 수 있는 원청 정규직 노동자였다면 이들은 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LG유플러스에서 인터넷·인터넷TV(IPTV) 설치·수리(AS) 업무를 하던 김모씨(41)는 지난해 7월 인터넷 선을 끌어오는 외부 작업 중 추락했다. 그는 사경을 헤매다 같은 해 11월 숨졌다. LG유플러스에서는 김씨가 죽은 이후 웬만한 차에는 실리지도 않는 거대한 사다리를 하청 업체에 지급하는 것으로 사고 예방 책임을 다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비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