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국적 사회적기업 뉴스토리·아이콘, 멕시코 빈민촌에 3D 프린팅 주택단지 건설
- 한달 2만5천원 비용으로 주택 소유 가능…내진 설계 등 현지 상황도 반영
- 3D 프린팅 주택 활용해 건축 유연성·효율성 극대화…건축 기간 3~4개월로 단축

사회적기업 뉴스토리(New Story)가 멕시코 빈민촌에 건설 중인 3D프린팅 주택의 모습 (사진=뉴스토리)
사회적기업 뉴스토리(New Story)가 멕시코 빈민촌에 건설 중인 3D프린팅 주택의 모습. (사진=뉴스토리)

[데일리비즈온 임기현 기자] 한 달 2만 5000원으로 유려한 디자인을 가진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면 어떨까. 그것도 쾌적한 단독 주택에 지진 및 해충 등으로부터 자유로운 기능성까지 갖췄다면. 놀랍게도 이 꿈만 같은 이야기는 지금 멕시코 남동부 시골마을에서 지어지고 있는 ‘3D 프린팅 주택’의 실제 이야기다.

미국 캘리포니아 실리콘벨리의 비영리 사회적기업 뉴스토리(New Story)는 멕시코 남동부 타바스코 지역의 빈곤한 마을에 3D 프린팅 주택 단지를 건설 중이다. 대부분의 주민이 부실한 무허가 판자촌에 살고 있는 빈곤한 마을에 추진 중인 저비용 주택 솔루션의 일환이다.

현재까지 지어진 주택은 두 채. 뉴스토리는 내년까지 50개의 주택을 모두 완성해 주민들에게 낮은 비용으로 ‘내 집’을 공급하는 것을 목표하고 있다. 입주민들은 이자 없이 한 달 400페소(약 2만5000원)씩 7년 간 대출 원금을 갚으면 이 집의 실소유자가 될 수 있다. 입주 대상은 한 달 소득이 200달러(약 23만원)인 빈곤층으로 제한된다.

2014년에 설립돼 규모 있는 사회적 기업으로 성장한 뉴스토리는 지금까지 과테말라, 아이티, 멕시코, 엘살바도르와 같은 나라에 2700채 이상의 가옥을 지어왔다. 지금까지 뉴스토리는 주로 전통 가옥의 형식을 유지한 채 저비용 주택을 지어왔으나 최근에 이르러 3D 프린터의 개념을 도입한 주택 솔루션에 도전 중이다. 현재 추진 중인 3D 주택 단지는 뉴스토리의 사회 공헌 경험에 건설 기술 회사 아이콘(ICON)의 기술력을 더해 실현됐다.

아이콘이 제공한 벌컨 II (Vulcan II)라는 이름의 주택 건설용 고성능 3D프린터는 24시간 안에 14평 규모 주택의 골격을 완성시킬 수 있다. 프로젝트가 이뤄지고 있는 멕시코의 빈곤 지역과 같은 오지에서도 잘 작동할 수 있게끔 소모 전력 등을 크게 낮춘 맞춤형 3D프린터다. 기존 주택 건설 과정에서 가장 더디고 또 많은 비용이 드는 부분은 주택의 골격을 완성시키는 것이었다. 대개 10명에서 30명의 노동자들이 투입되는 큰 규모의 작업이다.

아이콘(ICON)의 주택 건설용 3D프린터 벌컨 II(Vulcan II)가 주택의 골격을 인쇄하는 모습 (사진=아이콘)
아이콘(ICON)의 주택 건설용 3D프린터 벌컨 II(Vulcan II)가 주택의 골격을 인쇄하는 모습. (사진=아이콘)

하지만 3D프린터를 활용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아이콘의 공동 창업자 제이슨 발라드(Jason Ballard)는 “3D프린팅 주택은 세네 명의 운영자와 프린터 기술자, 콘크리트 제작자만 있다면 3,4개월 안에 주택의 기공부터 입주까지 마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주택 건설에 사용되는 콘크리트 혼합물 라바크리트(Lavacrete)는 지역적 특성을 고스란히 반영해 만들어졌다. 콘크리트 혼합물로 지어진 주택의 외벽은 수분 장막을 가지고 있어 흰개미, 곰팡이, 바람, 온도 변화, 화재 등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롭다. 지진이 빈번히 일어나는 지역인만큼 내진성과 내구성을 확보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주택 건설용 3D프린터 벌컨 II가 주택의 바닥과 외벽을 완성하고 나면 침실 2개, 욕실, 거실, 부엌을 가진 집의 골격이 갖춰진다. 그리고 나면 지역 비영리단체 Echale A Tu Casa의 봉사자들이 지붕, 창문, 문과 같은 세부적인 사항들을 다듬어 집을 완성하게 된다.

이번 사업을 통해 주택의 실소유주가 된 엘런 그레이엄(Alan Graham)은 기존 건설업자들과는 달리 차별화된 주택 솔루션을 갖춘 뉴스토리의 정체성을 강조했다. 그는 “지난 몇 년 간 저렴한 비용을 강조하며 컨테이너를 재활용한 집을 지어 우리를 화물 취급했던 기업과는 다르다”며 뉴스토리의 새로운 주택은 “기존의 획일화된 컨테이너 건물이 아닌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고 싶은 우리의 욕구를 그대로 반영해준 집”이라고 말했다.

아이콘과 뉴스토리가 강조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제이슨 발라드는 “만약 3D프린터로 100개의 집을 짓는다면, 그 집들은 모두 개별적으로 다른 구조를 가지게 된다”면서 3D프린터르 활용한 주택이 가지는 구조적 자율성을 강조했다. 기존 건축 방식으로는 주택에 곡선 형태를 적용하는 것 자체가 비용적으로나 구조적으로나 부담이 된다. 하지만 3D프린터를 활용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멕시코 빈민촌에 들어선 3D프린팅 주택의 내부 모습 (사진=뉴스토리)
멕시코 빈민촌에 들어선 3D프린팅 주택의 내부 모습. (사진=뉴스토리)

프레임에 고정된 채로 상하좌우를 자유롭게 움직이며 콘크리트를 쌓아올리는 3D프린터이기 때문에 곡선 형태의 외벽도 무리 없이 제작 가능하다. 제이슨 발라드는 “곡선 형태의 유려한 주택 디자인은 지금껏 부유한 사람들의 전유물이었다”며 “하지만 3D프린터를 활용하면 모든 사람들에게 모든 종류의 흥미로운 주택 디자인과 옵션, 보다 유기적인 형태의 구조를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3D프린터를 활용한 주택은 무엇보다 건축에 소요되는 기간 자체가 굉장히 짧다. 이와 같은 이유로 뉴스토리는 향후 사업을 재해 복구 현장에서도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까지 3D프린팅 주택은 빈곤층을 위해서만 열려있다. 하지만 뉴스토리와 아이콘의 대표는 머지 않아 3D프린팅 주택이 모든 사람들에게 보편화된 옵션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설명했다. 제이슨 발라드는 “우선은 ‘가장 필요한 사람들’부터 시작하기로 결정했다”면서도 “머지 않아 모든 사람들이 3D프린팅 주택에서 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보다 더 빠르고, 더 저렴하고, 더 유연한 건축 방식을 떠올리기 어렵다”며 3D프린팅 주택의 효율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뉴스토리의 공동 창업자 브렛 헤글러도 “기존의 방식으로는 집을 필요로하는 수십억 이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다가설 수 없었다”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해결책을 바탕으로 최대한 많은 가정에 주택 사업의 혜택이 닿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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