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CK 운영위원회의 중간조사 결과와 대중들의 반발

- 갈팡질팡하는 LCK 운영위원회

-e스포츠 업계 카르텔 논란
-e스포츠 업계 전반의 제도적 완비 필요성 대두

(그리핀 팀 로고)
(그리핀 팀 로고)

[데일리비즈온 이재경 기자] 청와대 국민청원 20만명을 넘긴 그리핀 사태는 현재 e스포츠계의 뜨거운 감자다. 리그오브레전드, 통칭 롤이라 불리는 프로 게임 씬에 소속된 ‘그리핀’이라는 팀 내부의 첨예한 갈등이라는 작은 불씨에서 시작된 해당 사건은 산불처럼 번져 현재는 e스포츠 사업 전반에 제동을 걸고 있다. 

김대호 감독과 조규남 대표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LCK 운영위원회가 10월 29일,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조사의 결과에서, 서진혁 선수의 행위는 템퍼링이 아니며, 이적계약협의가 오고간 것은 사실이지만 최종적으로 체결되지는 못했다고 밝혀졌다. 템퍼링이 아닌 것이 됐으니 조규남 대표의 발언도 무산된 셈이다. 그러나, 실제로 이적 계약 협의가 없었으니, 조규남대표가 거액의 이적료를 챙긴 적도 없다는 것으로 이는 양자 모두에게 불만족스러운 결과로 남았다. 

그런데 중간조사 결과의 말미에는 ‘이번 발표에 미처 포함시키지 못한 의혹 및 제보 등에 대해 조사를 이어갈 예정이다’라는 문구가 있었다. 그 의혹의 내용은 김대호 감독의 입을 통해 다시 한번 밝혀진다. LCK 운영위원회가 김대호 감독이 선수들에게 가혹행위를 저질렀다는 제보를 받고 선수들을 조사하고 있다는 것이 주요 골자였다. 이에 김대호 감독은, 폭언 폭력이 아니라코칭 스타일일뿐, 실제 가격한적 없다고 항변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11월21일 LCK 운영위원회는 최종조사결과에서 조규남대표와 김대호 감독 모두에게 무기한 출장 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리고, 구단인 그리핀에게는 1억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조사결과 원문을 살펴보면, 조규남 대표는 미성년 선수가 특정한 선택을 하도록 부당한 영향력(협박/강요)을 행사했다는점, 또 임대과정에서 임대기간이 계약기간에 산입되지 않도록 하는 조항을 넣었다는 점등을 중대한 규정위반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결과는 LCK 운영위원회가 사법기관이 아닌만큼 협박이나 강요 여부를 판단할 수는 없지만 그렇게 해석될 수 있는 사건이 있었다는 점은 인정을 한셈이다. 한편, 김대호 감독의 경우 폭언 및 폭력을 행사한 사실을 확인했으며, 이것이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윤리적 행위에 반하는 것으로 역시 중대한 규정 위반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대중들은 반발했고 이 사건을 예의주시하던 바른미래당 하태경의원 역시 보복성 징계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징계의 근거가 되는 GPI(Global Penalty Index)에는 극단적인 비매너 행위 항목 아래 물리적 폭력 또는 폭력을 유발하려는 언사를 1회 했을 경우, 최소 3개월에서 최대 10개월까지 출장정지 제재를 가할수 있다고 명시되어있다. 다만, 참고사항에 가중처벌이 필요한 경우 리그운영진은 최소 및 최대 출장 정지기간을 변경할수 있다고 돼 있어 완전히 규정을 벗어난 징계은 아니었다. 그러나, 일각에선 규정자체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식아니냐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11월 22일 그리핀 선수들의 인터뷰가 공개됐다. 선수들은 김대호 감독이 수첩을 던지거나, 의자를 세게 치거나 몸을 흔드는 등 위협적으로 행동하고, ‘죽여버리겠다’, ‘역겹다’ 등의 다양한 폭언을 했다고 증언했다. 이에 김대호 감독은 이런 코칭 스타일과 행동에 암묵적 합의가 있었으며, 일부 선수들은 오히려 스스로 강한 피드백을 요청했다고 반박한다. 한편, 대중들은 2부리그 출신 아마추어 선수들을 1부리그 준우승까지 이끌어준 감독에게 배은망덕한 행위라고 선수들을 비판했다.

(LCK 대표 이미지)
(LCK 대표 이미지)

LCK 운영위원회의 의사결정방식에도 역시 의문이 제기되었다. 그리핀의 소유주는 스틸에잇이란 이름의 e스포츠 엔터테인먼트 회사다. 전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 출신인 서경종씨가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그런데 서경종 대표이사가 LCK 운영위원회(라이엇 코리아+한국e스포츠협회)의 한 축인 한국 e스포츠협회 케스파(kespa)의 이사라는 점이 밝혀지면서 논란은 이른바 ‘카르텔’ 의혹으로까지 번지게 되었다. 

물론, 해당 의혹은 여전히 문제의 소지가 있다. LCK 운영위원회는 이사회가 아니라 팀장급이 모이는 실무직이고 케스파 이사회는 각 구단 단장들이 참여하게 되어있기 때문에 단지 서경종 대표가 이사회에 이름을 올렸다는 점만으로 이들이 부당하게 운영위원회의 결정에 영향력을 끼쳤다고 볼 근거는 명확하지 않다.

그러나 이런 의혹을 반증할 수 있는 근거도 부족한데다가 이미 대두된 프로게이머들의 불공정 계약 문제까지 더해 이 사건은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올라가게 되었다. 청원은 정부 및 청와대 책임자의 답변까지 들을 수 있는 서명수인 20만명 돌파했고, 관리감독 책임을 가진 LCK 운영위원회에 대한 여론은 심각하게 악화되었다. 

결국, 11월 27일 LCK 운영위원회는 추가 입장을 발표한다. 발표된 추가 입장에는 김대호 감독에 대한 징계를 유보하고, 스틸에잇 경영진의 사퇴를 요구한다는 내용 그리고 불공정 계약에 대한 전수조사를 비롯해, 징계절차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 운영위와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상벌위원회를 마련하는 등 각종 재발 방지책이 담겨있었다.

한편, 서진혁 선수 문제에 대해 당당한 자세를 고수했던 스틸에잇은 공식 사과문을 내고 그리핀의 모든 선수를 FA로 전환하겠다고 공지했다. 최현준(Doran), 정지훈(Chovy), 손시우(Lehends)는 계약을 종료했고, 사건의 발단이 된 서진혁 선수는 징동으로 정식 이적한다. 

이 사건은 이제 그리핀이라는 팀 하나의 문제를 넘어 한국 e스포츠라는 생태계 전체의 문제로비화하고 있다. 불공정 계약의 관행이 한국e스포츠 전반에 만연하다는 제보가 이어지고 있으며, 제 역할을 하지 못한 LCK 운영위원회, 무엇보다 한국e스포츠협회에 대한 비난이 거센 상황이다. 

해당 사건에서 돌아볼 수 있는 핵심은 두가지다. 첫째는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선수들의 권리이며 둘째는 투명하지 못한 리그 운영 주체의 의사 결정 방식이다. 이는, 다시 말해 어떤 사건일 발생했을 때 중립적인 위치에서 투명하고 공정하게 사태를 정리하고 감독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기관이 부재하다는 뜻으로도 해석 가능하다.

LCK 운영위원회를 구성하는 두 주체 라이엇 코리아와 한국e스포츠협회는 언제나 이해관계 당사자일 수 밖에 없다. 리그를 운영하는 중립적 위치에 있긴 하지만 이들이 근본적으로는 각각 사기업과 구단들이 모여 만든 사단법인, 다시 말해 이익집단이란 한계를 넘어설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 E스포츠협회)
(한국 E스포츠협회)

물론, LCK 운영위원회는 이사회가 아닌개별안건에 따라 각 조직에서 실무를 담당하는 사람들이 모여 구성하는 TF에 가깝다. 그러나, 이런 구성 자체가 외부에서 볼 때 투명하지 못한것도 사실이고, 사건의 조사과정, 징계 주체등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 이상 운영위원회가 내리는 결정에 의구심이 들더라도 이를 해소, 해결할 방법이 없는것이나 마찬가지다. 여기에 더해 구단, 게임사, 협회 사이에서 인력이 오고가다보니 업계 자체가 협소하고, 언제 어디로 이직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내부자들의 내부고발은 어려운 구조이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수록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은 선수 개개인이다. 현재 리그오브레전드 프로 선수들은 대부분 미성년자 시기에 데뷔한다. 이는 자신의 이익을 지키는 방법이나 법률적 지식이 완비되지 않은 상태이고, 현재 이들의 입장을 대변해줄 선수협회같은 조직도 마땅히 없다. 구단이나 게임사 직원들과 달리 실명과 얼굴이 항상 노출돼 있어 분노와 비난의 화살이 이들에게 집중되기도 쉽다. 

이런 문제들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이해관계에서 벗어난 제3장의 입장에서 사건을 공정하게 조사하고 업계전체를 감시할수 있는 나아가 현재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선수의 권리를 보호하고, e스포츠팬들의 심각한 정보 불균형을 해소 할 수 있는 공신력 있는 기관(스포츠 진흥원)이나 단체의 설립(e스포츠선수협회)이 절실한 상황

선수가 있어야 팀이 있고 팀이 있어야 대회가 있으며 대회가 있어야 팬들이 존재할 수 있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무엇보다 선수는 팬들의 사랑을 먹고 자란다. 이러한 생태계가 잘 작동할수 있을 때 비로소 스포츠로서의 e스포츠가 존재할 수 있음이다. 

한 업계 전문가는 이리 말했다. ‘e스포츠의 근본은 엔터테인먼트 사업 즉, 즐거움을 파는 사업이다. 즐거움을 파는 사업이 대중들의 인기를 얻으면 자본이 대거 투입될 수 밖에 없고, 지금처럼 제도가 확립되지 않은 채 자본이 대거 투입 될시, 온갖 음성적 관행 또는 불법적 요소들이 활개를 칠 가능성이 높다. 스타크래프트 조작사건, 보디빌딩의 약물논란 등에서 살펴볼 수 있듯이,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제도적 완비를 구축해서 대중들의 신뢰를 잃지 않아야 e스포츠업계는 생존할 수 있다.’ 

그리핀 사건이 던진 화두의 무게는 생각보다 막중하고 변화는 이제야 시작일지도 모른다. 향후 e스츠계의 전망에 귀추가 주목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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