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하티르 말레이시아 총리 “이슬람국가 정상들 모여라”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터키 연합 가속화
-전문가들 “중동국가들 이슬람세계 대표하지 못해”

마하티르 말레이시아 총리 (사진=말레이시아 총리실)

[데일리비즈온 최진영 기자] 마하티르 말레이시아 총리는 근시일 내에 쿠알라룸프르에서 이슬람 국가들 간 정상회담이 있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카타르, 터키의 국가 정상들이 초청되었다. 더 이상 중동 국가들이 이슬람세계를 대표하지 못한다는 상징적인 사건이라는 후문이 나온다.

쿠알라룸프르(KL) 정상회의는 중동 외 아시아의 이슬람 국가들이 중심에 섰다는 점에서 이목을 끈다. 거기다 해당 지도자들은 각자가 ‘이슬람 부흥’을 주창해온 리더다. 물론 이러한 성격의 회의가 드문 일은 아니었지만, 중동 국가들이 중심이 된 이슬람협력기구(OIC)의 틀 바깥에서 이루어졌다는 사실 또한 눈에 띈다. 마하티르 총리와 파키스탄의 임란 칸 총리, 레제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최근 유엔 총회 이후로 지속적으로 소통을 이어오고 있다.

세 리더들은 유엔 총회에서 '이슬람 문명을 괴롭히는 문제들‘에 대해 논의했다. 또한 이슬람에 대한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새로운 국제 TV방송국을 설립하자고 합의했다. 이러한 논의에서 사우디아라비아나 이란 등 전통적인 아랍국가들은 쏙 빠졌다. 이에 대해 홍콩 영자지 아시아타임즈(AT)는 “지난 10년 동안 더 넓은 이슬람 세계에서 아랍의 영향력이 왜 급격히 감소했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며 “아랍의 봄에 스며든 최초의 희망에도 불구하고, 중동의 많은 국가들이 내전이나 권위주의로 회귀했다”고 설명했다. 

1970년대 이후 사우디아라비아는 석유에 기인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수니파 국가들 사이에서 리더를 자처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사우디는 이란, 예멘, 카타르와의 분쟁에 잇따라 휘말리며 체면을 구겼다. 실권자 모하마드 빈 살만 왕세자 또한 내부적으로는 경제개혁을 둘러싼 논란, 대외적으로는 일련의 외교적 실책으로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젠나 베드너 미시건대학교 교수 역시 “사우디의 위상은 최근 10년 동안 급속히 떨어졌다”고 진단했다.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지난 6월 대통령중심제로 전환하는 선거를 앞두고 기여 군면제를 공약한 바 있다. (사진=연합뉴스)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AT 역시 “중동의 불안정과 더불어 이슬람국가(IS)의 등장은 일대의 이슬람 국가들에게 혼란과 환멸을 남겼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말레이시아-파키스탄-터키 구상은 이러한 리더십 공백에 대한 대응으로 해석될 수 있다. 아울러 10억 명의 신자들을 보유하고 있는 이른바 ‘문명의 위기에 대한 대처’로도 해석될 수 있다. 마하티르 총리도 “많은 이슬람 국가들이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며 “이 세 나라들은 이러한 문제에 집중할 여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역시 최근 기사에서 “이 세 나라의 지도자는 모두 국내외에서 포퓰리즘적 매력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마하티르는 이미 80년대 이후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정치 지도자 중 한명이었다. 아시아의 이슬람교도에게 늘 가장 인기있는 리더다. 에르도안은 현재 아랍인들 사이에서 높은 인지도와 더불어, 세계지도자로 통한다. 칸 역시 고일대로 고인 파키스탄의 귀족정치판 사이에서 ‘신선한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확보했다. 최근 유엔에서의 인상적인 연설로 단숨에 세계적인 인지도를 확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 인물 모두 내부에서 잠재적인 위협에 직면해있다. 마하티르는 현재 후계자를 찾는 작업에 한창이다. 거기다 선거공약으로 내새웠던 반부패 척결이 미진하자 내부 반발이 심하다. 에르도안 총리 역시 최근 시리아 침공으로 국제적 반발을 샀다. 칸 역시 허약한 경제와 지지기반으로 인해 지도력을 발휘하기 쉽지 않다. 

물론 말레이시아-파키스탄-터키 동맹은 이슬람에 대한 국제적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이슬람 세계를 둘러싼 지정학적 변화를 반영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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