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국경문제로 인도와 외교 갈등 중
-반중국 정서, 영토분쟁 문제로 중국과의 관계도 위기
-네팔 정계 “네팔, 양국 관계 주도적으로 개선할 능력 없어”
-해외언론 “차라리 인도에 기대는 것이 낫다”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 시내 (사진=로이터)

[데일리비즈온 최진영 기자] 네팔은 중국과 인도와 국경분쟁으로 골머리를 썩고 있다. 네팔은 본래 양국으로부터 최대한의 원조를 얻어내고 싶었지만, 그러한 전략을 실행할 능력이 없다. 최근의 분쟁은 그러한 능력부재의 방증이다. 

에베레스트를 등지고 있는 소국(小國)은 오랫동안 인도에 의존해 왔다. 최근에는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집중고 있다. 인도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일부로 편입되고자 하는 의도에서다. 그러나 양 쪽의 거인을 두고 저울질하는 카트만두의 작은 정부의 ‘줄타기’ 전략은 시작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인도와 네팔의 관계는 '지도 한 장' 때문에 삐걱대고 있다. 네팔에서는 인도를 비난하는 시위까지 발생했고, 인도도 강경한 태도로 대응하는 분위기다. 해묵은 국경 문제가 재점화된 것은 이달 초 인도 정부가 새로운 자국 영토 지도를 공개하면서다. 인도 정부는 지난 8월 인도령 카슈미르의 헌법적 특혜지위를 철폐하고, 연방정부가 직접 통치한다는 내용을 반영해 새 지도를 만들었다.

문제는 인도가 이 자국 지도에 국경분쟁지 칼라파니를 포함하면서 불거졌다. 칼라파니는 인도 우타라칸드주 북동쪽, 네팔 북서쪽 끝부분에 자리 잡은 지역이다. 현재는 이 지역을 인도군이 장악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불과 35평방킬로미터에 안 되는 땅에 그리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가 있느냐 주장하지만, 네팔 외무부는 실제로 인도가 390평방킬로미터 이상의 산익지대를 침법했다고 비난했다. 가디언의 보도를 인용하자만 칼라파니는 대부분에게 ‘잊혀진 국경지역’에 불과하지만 인도의 이번 지도는 해묵은 분쟁을 다시금 표면화시켰다, 

카트만두의 공산주의 정부는 미묘한 입장에 처했다. 분쟁이 심화될 경우 무역파트너인 인도와의 관계 개선 시도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 예로 네팔은 대부분의 생필품들과 더불어 사실상 90% 이상의 석유를 인도에 의존하고 있다.

네팔과 인도 국경지역 (사진=로이터)

실제로 인도와의 관계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2015년 네팔이 인도가 국경지대에서 불거진 현지시위를 선동했다고 비난한 사건이 발단이었다. 이어 네팔 정부는 중국으로 눈길을 돌렸다. 중국 자본이 침투하기 시작했고, 네팔정부와 함께 제조업 투자의 다각화를 모색해 왔다. 그러나 최근 몇년동안 네팔 경제에 눈에 띄는 변화는 없었다. 분노한 대중들은 중국을 오히려 비난하고 나섰다. 중국의 네팔투자로 인해 자신들이 얻는 것이 무엇이냐는 의문에서다. 여기에는 대놓고 ‘친중국’을 표방한 친정부에 대한 실망감도 포함된다. 네팔의 ‘저울질’ 외교가 오히려 두 강대국 모두로부터 비난받을 여지를 남긴 셈이다. 

중국과의 잠재적 갈등은 최근 SNS에 유출된 농림부의 4년 전 기밀문서에서 시작한다. 이 문서에는 네팔이 중국과의 경협으로 수백 에이커의 땅을 잃을 수 있다는 경고가 담겨있다. 이는 카트만두의 관광지 등지에서 산발적인 시위를 촉발시켰다. 국경 지대의 농민들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사진을 불태우기도 했다고 현지언론이 보도했다. 네팔 정부는 부랴부랴 외무장관까지 나서 “중국과의 국경분쟁은 없다”고 해명했다. 중국주재 네팔 대사관도 급히 성명을 내고 “중국에 대한 비난은 근거가 없다”고 해명했다. 

네팔의 올리 총리는 어떻게 중국의 분노를 막는 데 성공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동시에 네팔 민족주의의 확산을 방지하는 데에는 실패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카트만두의 트리부반 대학의 한 명예교수는 이에 대해 “외부에 대한 분노는 사실 그 원인이 가정에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교수는 인도와의 분쟁에 대해서도 “길거리 시위는 인도인에 대한 분노 때문만이 아니라 빈사 상태에 빠진 올리 정부에 대한 좌절감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 시위대는 니케이아시아리뷰와의 인터뷰에서 “올리 정부는 우리에게 번영과 경제성장을 약속했다. 그러나 2년이 지난 지금, 그들은 기본적인 생필품과 의료서비스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드루바 쿠마르 트리부반대 교수는 “얼마 전 있었던 재보선 선거를 앞두고 정당들이 민족주의를 부추켜 시민들의 좌절감을 이용하려 했다”고 비난했다. 쿠마르 교수는 카트만두 일대에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몇몇 야당 지도자들이 문제가 된 그 지도를 만드는 데 공모했다는 소문이 쫙 퍼져있다고도 언급했다. 

중국에 대해서는 상반된 평가도 나온다. 국제관계 전문가들은 네팔이 이미 시위를 너무 방치했다고 경고한다. 영국의 런던정경대 수마트라 보스 교수는 “중국과 인도 사이에서 네팔은 자신들의 능력을 과대평가했다”고 말한다. 보스 교수는 “인도인들은 대중의 시위에 익숙하지만 중국인들은 시위 자체에 민감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아울러 “특히 홍콩 시위 이후로 시진핑의 사진을 불태우는 것은 네팔에게 필요 이상의 손해를 안길 수 있다”고 말했다.

네팔의 국경수비대 (사진=AP)

네팔의 對인도, 對중국 전략의 미래는 어떻게 흘러갈까? 우선 네팔이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모두에게 버림받을 가능성은 매우 적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중국은 네팔을 향후 인도를 상대로 한 전략적 완충제로 파악하고 있다. 실제로도 네팔을 일대일로 전략의 중요한 일부로 간주하는 분위기다. 그렇기에 질세라 인도가 수력발전과 도로사업을 통해 최근 수년간 네팔의 환심을 사려고 애썼다는 사실이 설명이 된다. 이에 중국은 다시 네팔을 상대로 공항과 철도건설을 위한 지원을 중단함으로써, 은연중에 네팔을 압박하기도 했다. 

거기다가 대부분의 중국 지원 사업은 아직 초기 단계에 있다. 네팔과 인도와의 교역은 계속되고 있지만, 중국은 외국인 직접투자 면에서 인도를 빠르게 따라잡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네팔에서 진정으로 우위를 점한다면 인도의 안정정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약 3000만 명의 네팔 국민들은 이들 국가의 지원에 의존하고 있다. 이에 네팔 지도자들은 “네팔은 이들 국가에게서 경쟁적으로 더 많은 것을 얻어낼 것”이라 낙관한다. 

그러나 최근 일련의 사건들은 해당 정책의 위험성을 상기시켜준다. 네팔 전문가들은 이에 네팔 정부가 인도와의 관계를 하루빨리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동시에 그들은 카트만두 정부가 그것을 해낼 수 있을지 의심한다. 보스 교수는 “네팔은 그러한 정책을 추진할 처지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네팔은 양국의 역학관계를 바꿀만큼 강력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익명의 한 외교관은 니케이와의 인터뷰에서 “네팔 외교관들 사이에서는 ‘인도와 중국 모두가 강력해짐에 따라 역설적으로 네팔의 역할이 확대될 수 있다’는 주장이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들여진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그는 그러한 전망에 회의적이다. 그는 “지도자들이 이 일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며 “나는 [네팔]이 새로운 역학을 다루는 데 필요한 기교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외교관들은 협상 테이블에서 상대방을 상대할 기술이 부족하다. 그들은 또한 당면한 문제에 대한 지식과 전문지식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네팔의 카드가 프라사드 올리 총리 (사진=연합뉴스)

어쩌면 네팔은 부탄의 예를 따르는 것이 현명할 수 있다. 중국과의 공식적인 관계를 피하는 한편, 인도에게 훨씬 더 몸을 숙이는 전략이 그것이다. 그러나 외교관들과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네팔인들은 여전히 두 강대국 사이에 균형을 잡는 것이 네팔의 미래를 위한 최고의 선택이라 믿는다. 정부 관계자들마저 “인도와 중국이 상호 간 평화와 안정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고까지 낙관한다. 그들은 니케이에 “인도나 중국 모두 불안정한 전략 삼각지대인 네팔 일대를 안정시키기 위해 공동 행동의 필요성을 깨달은 것 같다”고도 말했다.

그러나 카트만두는 역사적인 교훈을 한번쯤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특히 인도가 1975년에 이웃한 시킴 왕국을 합병한 사례가 그것이다.

인도군은 1975년 돌연 시킴 왕궁으로 군대를 보내, 하루아침에 시킴의 통치권을 장악했는데 성공했다. 이후 관계자들은 “시킴이 중국을 바라고 인도를 떠나려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 때문이었다”고 술회했다. 네팔이라고 크게 다를 리 없다. 미국의 외교전문채널 포린폴리시(FP)와 니케이 역시 “네팔의 임무는 어쩌면 두 강대국과의 외교채널을 유지하는 동시에, 그들의 의구심을 억제하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설명했다. 

11월의 긴장은 네팔 지도부에 정책 우선순위를 평가하고 또 조정할 기회를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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