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석유가 50% 대폭인상에 테헤란 곳곳서 대규모 시위
-美제재 이후 원유생산 차질, 재정악화되자 석유가 인상 고육책
-이란 경제 극심한 침체…2년 연속 역성장 예고

(사진=CNN)

[데일리비즈온 서은진 기자] 세계 석유매장량 4위 국가인 산유국 이란에서 휘발유가격 인상조치로 대규모 시위가 발생하는 ‘이례적’ 사태가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이란이 산업구조 상 석유가 여타 국가들보다 비싼데다 미국의 경제재제로 인해 사태가 악화되었다고 진단한다.

◇ 이란 전역 대규모 시위 발발

CNN 등 외신에 따르면 16일 이란의 수도 테헤란을 비롯해 이란 전역에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경제제재 여파로 정부가 휘발유 가격을 50% 인상하자 민생고에 시달린 시민 수천 명이 거리로 뛰쳐나왔다는 것이다.

이란정부는 여기에 덧붙여 1인당 한 달에 살 수 있는 휘발유양을 60리터로 제한하고 그 이상 매입할 경우에는 기존의 3배 가격을 지불할 것을 지시했다. 이에 맞선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자 정부는 이날 오후 9시를 기점으로 이란 내 인터넷을 전면 차단하기도 했다.

대개 산유국들은 휘발유가격이 다른 나라보다 훨씬 저렴하기 때문에, 대규모로 가격인상을 단행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이란은 산업구조상 휘발유가 수입품으로 분류된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싸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거기다 이란은 원유 정제시설이 여타 중동국가들보다 적은 편이며, 경제제재가 이어지면서 기존 외국 대형 정유업체들이 설치한 기존 정제시설들도 노후화됐다. 이란은 어쩔 수 없이 휘발유를 해외에서 대량으로 수입해왔다. 아울러 정부 보조금으로 휘발유의 민간 소비자가격을 낮은 수준으로 유지시켰다.

격화되는 이란의 반정부 시위 (사진=AFP)
격화되는 이란의 반정부 시위 (사진=AFP)

◇ 핵협상 결렬 후 재정 압박↑

그러나 미국과의 핵협상 결렬 이후 원유생산량이 예년의 5분의 1 수준까지 급감하자 재정압박이 심해졌다. 보조금 지급이 지연되거나 무산됐고, 자연히 가격 인상에 대한 압박이 높아졌다. 유가가 출렁이자 무엇보다도 이란 경제가 곤두박질쳤다. 이에 IMF는 올해 이란의 경제성장률이 -9.5%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의 -4.8%에 이어 2년 연속으로 역성장이 예상된다. 이란의 물가 상승률도 매월 전년동기 대비 40%를 넘나든다. 9월 기준 이란의 공식 실업률은 10.5%지만 외신들은 실제론 이보다 더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란 중앙은행이 고시하는 달러 대비 리알화 환율은 1달러당 약 4만2000리알이지만 시장에서 거래되는 비공식 환율은 현재 12만 리알 안팎이다. 지난해 초와 비교하면 리알화 가치가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시위는 로하니 정권의 퇴진을 요구하는 움직임으로 번지고 있다. 로하니 정권이 미국과의 협상에 실패했고, 그로 인해 경제를 파탄으로 몰아넣었다는 비판에서다. 테헤란의 한 시민은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정권은 ‘희망의 정부’를 자임해왔지만 과거 어느 정권도 이번만큼 실망스러운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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