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시위 반대여론 갈수록 높아져
-시위 격화시 그나마 주어진 자유마저 빼앗길 것 우려
-장년층 vs 청년층…양분화된 국론

홍콩 시위에 반대하는 케이트 리. (사진=AFP)

[데일리비즈온 최진영 기자] 모두가 홍콩시위에 지지를 표명하거나, 암묵적으로나마 동조하는 것은 아니다. 본토에서는 생각 외로 찬반 여론이 제법 팽팽하다. 친정부 지지자들의 목소리도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들이 주장하는 바는 ‘민주주의도 소중하지만 본토의 압박이 더욱 우려스럽다’부터 ‘베이징은 홍콩에 이미 충분한 자유를 주었다’까지 다양하다.  

◇ 반대 시위대 반대하는 반 시위대

홍콩에서 프렌치토스트와 취두부, 밀크티 등을 판매하는 케이트 리의 노점상은 홍콩 경찰들과 시위대에 반대하는 반(反) 시위대들로 늘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토요일 아침이면 이 노점상은 밤새 격무에 시달린 경찰들이 끼니를 때우기 위해 모이는 장소로 변모했다.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시위대들에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들의 물음에 리 씨는 늘 “본토는 우리에게 충분한 자유를 주었다”라며 “본토의 대리인들은 우리가 경제적 번영을 누리는 데 많은 역할을 담당해왔다”고 주장했다. 리 씨의 인터뷰는 중국 관영언론에도 대대적으로 보도되었고, 일약 리 씨의 가게는 홍콩의 반(反) 시위대의 안식처이자 성지로 등극했다.

홍콩의 반정부 시위대들이 일반적으로 ‘노란 리본’으로 통칭된다면 반 시위대들은 스스로를 ‘파란 리본’으로 자처한다. 홍콩의 경찰들이 입은 제복과 같은 색이다. 실제로 파란 리본의 수나 기세 또한 만만치 않다. 최근 들어 홍콩의 실질적인 수반인 캐리 람의 지지율이 한자리 수에 근접했다는 보도가 속속 나왔지만, 여러 관영매체에서 실시한 10월 여론조사는 홍콩 시민 3명 중 2명이 현 정부에 반감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역으로 3명 중 1명은 아직도 정부에 호의적이라는 뜻이다. 그 중 상당수가 오늘날 스스로를 파란 리본으로 칭한다.

친정부파의 정부 지지도도 강온파간에 차이가 난다. 베이징의 레토릭을 그대로 되풀이하는 강성 민족주의자들부터 단지 지난 5개월간의 정치적 혼란을 하루 빨리 마무리하고 싶어 하는 온건파까지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올해 51세의 리 씨의 경우 그녀는 사실 정치에 별 관심은 없지만, 급진파 시위대들의 폭력 시위에는 분명히 반대한다며 선을 그었다. 그녀는 AFP와의 인터뷰에서 “시위대들에게 묻고 싶다. 정말 홍콩에 자유가 없다고 생각하느냐”고. 시위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곧 본토에서 홍콩인들에게 상당한 자유를 주었기 때문 아니냐는 입장이다.

일약 전세계의 유명인사로 등극한 케이트 리. (사진=유튜브)

한편 베이징은 시위대들의 분리주의 움직임을 미국이나 영국의 획책 결과라고 파악하고 있다. 물론 근거는 희박하다. 기껏해야 서구 정치인들의 홍콩 지지발언 정도다. 그럼에도 홍콩 시위대들이 미국과 영국 정부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았다는 소문은 파랑 리본 캠프 사이에서는 당연시되고 있다. 이에 스스로를 예술학교 교사라고 밝힌 한 친정부 시위대 단원은 홍콩영자지 아시아타임즈(AT)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국가수반을 선출할 선거권이 필요 없다”며 “우리는 왜 보통선거권이 필요한지부터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것은 단지 미국이 그러라고 시켰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 과격 시위 우려에 반대 시위 

친정부 시위대들중에는 홍콩에 더 많은 자치권이 주어지고 민주주의도 확대돼야 한다는 데 대해 심정적 동조를 보내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이들은 시위가 더욱 과격해질 경우 본토의 진압도 더욱 거칠어질 것을 우려, 친정부 시위대에 합류한 것이다. AFP에 따르면 60세의 한 어머니는 시위대에 참가한 아들의 신변을 우려한다. 그녀는 그러면서도 아들에게 “나 같으면 비록 반정부 시위에 참여하더라도 정부측에 붙잡힌다면, 곧바로 전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에게는 불법시위는 어디까지나 불법이고 혹시나 총에 맞는다 한들, 그것은 불행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들도 어렸을 때부터 민주주의적 이상과 폭넓은 정치적 자치권이 의미하는 바를 알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일상생활을 해치면서까지 눈에 보이는 이상을 추구하고 싶지는 않다. 파이낸셜타임즈(FT) 역시 최근 기사를 통해 파란 리본의 다수가 오히려 민주주의를 수호해야한다고 믿는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었다. 다만 그들은 단숨에 보통선거로 나아가는 안에 부정적이다. 보통선거는 최종 결과가 되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천국으로 가는 길은 한 걸음에 될 수 없다’는 것이 파란 리본의 일반적인 생각이다.

이러한 입장은 물론 젊은 시위대 측에게는 쉽게 받아들여질 수 없는 논리다. 윗세대의 베이징에 대한 우유부단한 태도가 오늘날 이러한 사태를 불러왔다는 주장이다. 결국 홍콩도 도시가 두 쪽으로 갈라져 버렸다. 문제는 친정부 시위대가 반정부 시위대를 공격하는 일은 점차 흔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반정부 정치인이나 시위대의 지도층들을 겨냥해 테러 등을 저지르는 형태다. FT 역시 친정부 시위대들이 반대파에게 구타 및 폭행을 당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음을 지적했다. 대개는 시위 도중에 끌려 나가서 테러를 당하는 형태다. 

파란 리본 시위대. (사진=AFP)

◇ 친정부 시위대들 반정부 시위 이해 못 해

친정부 시위대들은 한편 반정부 시위를 이해하지 못한다. AT에 따르면 노인들은 대부분 ‘이길 수 없는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젊은 시위대들 역시 결국에는 홍콩이 중국의 일부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것이라는 설명이다. 싱가포르 국립대학교의 정책연구원인 클라이드 림 역시도 “현재로서는 흐름을 거스르기 쉽지 않다”고 부연했다. 

림 연구원은 장년층 대부분은 오히려 2047년에 홍콩이 자유를 잃게 될 수 있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한다. 영국은 지난 1997년 홍콩을 중국에 반환하면서 50년 간 자치권을 보장할 것을 요구했고, 2047년은 영국과 중국과의 약속이 만료되는 해이다. 림 연구원은 “그들은 결국 대륙의 다른 소수민족과 마찬가지로 동화될 것”이라며 “다른 민족들 역시 공산당 치하의 통치를 받아들이는 대신 정치적 안정성과 경제적 번영을 얻었다”고 해석했다. 

림 연구원은 “선을 넘지 않아야 한다. 그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중국 정부가 임의로 지정해 놓은 선을 넘는 경우 홍콩 시민들은 기존의 약속보다 더욱 값비싼 결과를 치르게 될 것이라는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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