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틴 스콜세지 감독. (사진=CNN)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세계적인 거장 마틴 스콜세지의 마블에 대한 비판을 두고 갑론을박이 치열하다. 현역 배우들은 주로 마블에 대한 옹호론을 펼치는 한편,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같은 원로들은 스콜세지에 동의하는 모양새다.

여러 매체들은 스콜세지가 마블 영화(FILM)는 영화(CINEMA)가 아니라는 발언을 요지로 보도했다. 전혀 틀린 말은 아니지만 스콜세지의 의도와 완전히 부합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이 작은 차이가 때로는 엄청난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

워낙 스콜세지 감독은 인터뷰에서 ‘테마파크 영화’의 영역을 인정했다. 다만 스튜디오가 테마파크 공장을 양산해서 독점하는 상황을 우려했을 뿐이다. 구체적으로는 마블이 시스템적으로 감독의 영역을 제한하는 부분을 지적했다. 말하자면 마블이 ‘영화를 공장식으로 찍어내는 방식’이 보편화되는 현실에 대한 비판이다. 예를 들어 PG-13 등급 (우리나라의 12세~15세 관람가) 제한, 디테일한 설정 제한, 상영시간 제한, 네러티브 제한 등이 그러하다. 

이러한 시스템 속에서는 ‘더 나은 영화’가 되기 위한 논의가 부재하다. 적당히 유치하게 만들고 최소한의 개연성은 보장하되, 해석의 다양성을 배제한 채 하나의 정답지를 선택해서 밀고나가는 식이다. 하지만 그러한 상황이 일반적이라면 어떨까? 적어도 영화 찍는데 돈 걱정은 안 해도 될 스콜세지 감독이 애초에 넷플릭스로 넘어갔다는 소식은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스콜세지 감독의 넷플릭스 신작 아이리쉬맨. (사진=넷플릭스)

그러니 스콜세지에 대한 비판도 맥이 빠진다. 나탈리 포트만의 발언이 대표적인데, 그녀는 최근 “마블 영화는 재밌다. 마블 영화의 인기는 여가 시간의 즐거움을 관객들이 열망하기 때문이다. 모든 종류의 영화는 존재할 수 있다. 예술을 창작하는데 한 가지 방법만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최근 향후 출시될 토르 시리즈를 통해 마블에 합류했다. 이 역시 틀린 말은 아니지만 올바른 비판은 아니다. 교묘한 논점 흐리기에 가깝다.

마블 영화는 재밌다. 가치가 있다는 식의 옹호론은 통하지 않는다. 스콜세지는 영화가 재미없다거나 가치없다고 폄하하지 않았다. 하지만 업계 관행에 대한 비판은 언제 어디서든 필요한 법이다. 따라서 올바른 비판은 마블은 연출자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다, 소비자들이 내러티브 위주의 영화를 원하지 않는다, 혹은 마블의 제작방식이 헐리우드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까지 그다지 우려스럽지 않다 정도로 이루어져야 마땅하다. 그러나 어느 반박도 충분히 설득력 있지 못하다. 그러니 스콜세지 감독의 고언(苦言)을 좀 더 존중할 필요가 있다. 

마블 역시 이전 히어로 영화들의 유산을 현대적인 관점에서 재정립했다. 언젠가 만들어질 미래 업계와 히어로 장르에도 직간적접인 영향을 줄 것이다. 그러니 마블도 과거에 대한 존중과 미래세대에 대한 책임 속에서 좀 더 전향적인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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