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행성충돌에 이은 산성비로 더 큰 재앙
예일대학팀, 과학적 증거 확인
바닷물 산성화 증거인 유공충 발견

[데일리비즈온 심재율 기자] 약 6,500만 년 전에 거대한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하여 모든 생명체의 4분의 3을 파괴했다. 가장 유명한 희생자들은 공룡들이었지만, 해양 생물을 포함한 많은 다른 희생자들 역시 파괴됐다. 

예일대 연구원들은 그때 바다에서 일어났던 일들에 대한 증거를 발견했다. 많은 동물들이 생존하기에는 어려울 정도로 바닷물이 산성화되었다.

소행성 충돌로 지구상의 생명체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재앙으로 나타나지는 않는다. 물론, 소행성이 떨어진 멕시코 유카탄 반도 주변에 있는 생명체는 꽤 빨리 죽였을 것이다. 하지만 지구상의 다른 생명체들은 뒤따르는 자연 재해의 맹렬한 공격에 멸절했다.

 멕시코 분화구에서의 시추 탐사를 포함한 과거의 연구들은 광범위한 산불, 대규모 지진과 쓰나미, 그리고 그 충돌 이후 몇 시간이나 며칠 동안 내린 산성비에 대한 증거를 보여주었다. 엄청난 양의 기화된 암석들이 18개월 동안 태양을 차단하면서 대기 중에 모였을 것이다.

현미경으로 본 유공충. (사진=예일대학)
현미경으로 본 유공충 화석. (사진=예일대학)

이러한 영향은 주로 육지의 생명체에 영향을 미쳤지만, 화석 기록은 방대한 양의 해양 생물도 사라졌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중 대표적인 이론은 엄청난 충격에 따라 잘게 부서져 공기중에 날린 암석가루가 비에 젖어 내리면서 바다의 산성도를 증가시켰을 것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다른 대량 멸종 사건들에서는 바닷물이 산성화되었다는 증거들이 발견되었지만,  이 비극에서도 바닷물이 산성화됐다는 증거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그런데 예일대가 이끄는 연구팀은 바닷물 산성화의 직접적인 증거인 유공충(有孔蟲 foraminifera)을 발견했다고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 저널 최신호에 발표했다. 이 미세한 생물들은 석회암 껍데기를 키우는 플랑크톤의 일종이다. 유공충은 수억년에 걸쳐 가장 자세하고 오래 지속된 화석 기록들 중 하나를 제공한다.

유공충 껍데기의 화학적 구성을 분석함으로써 과학자들은 해양 환경의 장기적인 변화를 잘 이해할 수 있다. 예일대 연구팀은 소행성 충돌 전, 충돌 시점, 충돌 후의 붕소 동위원소 변화를 측정했는데, 이는 전체 이산화탄소 농도와 일치한다.

아니나 다를까, 과학자들은 소행성 충돌 직후 바닷물 산성도가 훨씬 강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강한 산성으로 인해 바닷속의 많은 생물들이 뼈와 조개껍질을 만드는데 필요한 탄산칼슘의 양을 감소시켰을 것이다.

칼슘을 필요로 하는 동물은 소행성 충돌 이후 대량으로 멸종됐을 것이다. 그것은 나머지 해양 먹이 사슬을 불안정하게 만들었다.

"우리가 관찰하는 해양 산성화는 쉽게 해양 영역에서 대량 멸종의 계기가 되었을 것"이라고 논문의 시니어 저자인 핀셀리 헐(Pincelli Hull)은 말한다. 이에 따라 바다 생명의 절반 가량이 상당히 빨리 사라졌을 것이며, 그 후 오랜 기간의 느린 회복이 뒤따랐다.

소행성 충돌의 흔적이 남아있는 지층은 다른 희멀건한 부분과는 달리 뚜렷하게 갈색띠를 띤다. (사진=M Henehan)
소행성 충돌의 흔적이 남아있는 지층은 다른 희멀건한 부분과는 달리 뚜렷하게 갈색띠를 띤다. (사진=M Henehan)

흥미롭게도, 이 연구는 또한 다른 사건이 멸종을 야기시켰다고 주장하는 다른 이론을 배제하는 것이다. 일부 과학자들은 소행성 대신, 수십만 년 동안 지속된 화산 폭발로 인해 지구생명이 서서히 멸종했다고 주장한다.

만약 그 주장이 맞다면, 바다는 더 오랜 기간에 걸쳐 서서히 산성화되었어야 했다. 연구원들은 이번에 소행성 충돌과 같은 갑작스런 사건과 일치하는 급격한 산성화의 증거를 보았다.

이 연구는 과거에 대한 이해를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미래를 알려줄 수도 있다. 지금 바다는 현재 다시 산성화되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

이는 탄산칼슘에 의존하는 산호초와 다른 해양 생물들에게 아주 나쁜 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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