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통한 혁신성장은 ‘혁신적 포용국가’의 첩경
-유럽의 혁신 생태계 조성과 사회적 포용 가치 추구 등 정책경험 활용해야

유럽연합의 혁신정책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데일리비즈온 최진영 기자] 최근 유럽연합(EU)의 혁신기업 성장정책이 전세계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에서도 일부 연구진을 중심으로 이를 참고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역시 유럽현지모니터링 사업의 일환으로 『EU 혁신성장 정책의 주요 내용과 시사점: 산업정책 및 일자리 창출을 중심으로』와 『EU 혁신성장 정책의 주요 내용과 시사점: 중소기업정책을 중심으로』등 총 두 권의 연구보고서를 출간하였다. Europe 2020의 배경과 추진체계를 검토하고, 산업 및 노동시장 관련 정책의 전략적 특징을 분석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나아가 KIEP는 EU의 주요 회원국인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그리고 EU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는 중소기업정책의 주요 내용을 소개했다.

◆ 산업정책과 일자리 창출은 일맥상통해

이명헌 KIEP 연구원은 “Europe 2020이 우리 정부의 혁신성장 정책에 주는 의미가 중요하다”고 짚었다. 발빠른 세계화 속 EU가 직면하고 있는 도전과 사회적 변화 가운데 제시된 Europe 2020은 ‘지속가능한 발전’을 겨냥한 종합적인 성장 전략이다. 이와 함께 혁신과 포용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이에 대해 KIEP의 연구진들은 국내에 주요한 시사점으로 다음과 같은 점을 제시했다. 이명헌 연구원은 “산업정책 접근 방법에서 시장실패를 교정하는, 이른바 수평적인 접근을 유일한 접근법으로 삼아서는 곤란하다”며, “산업 및 지역의 제도적 특성, 정책 수행의 효과성 등을 고려하면 어떤 경우에는 수직적 접근이 선호될 수 있기 때문이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 연구원은 “스마트 전문화와 산업 생태계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며, “생태계로서 경제는 공공, 민간, 연구, 시민 등 모든 이들이 혁신과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것을 가정한다. 따라서 이들 간 관계는 상호보완적이며 수평적이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이 연구원은 “공공부문의 역할에 대한 새로운 정립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기술혁신뿐만 아니라 사회적 혁신까지 포괄하는 전방위적인 혁신이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공공부문은 이를 뒷받침하는 다양한 촉매제 및 조정자 등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분석하에 이루어진 주장이라고 평가된다. 

이 연구원은 “‘첨단’에 대한 집착을 버리라”고 주장한다. 각국의 산업정책이 바라보는 첨단산업 리스트는 대개 대동소이하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스마트 전문화 전략은 국가나 지역의 구조적 변화 추진 과정에서 ‘현대화’나 ‘다각화’ 같은 다양한 경로를 상정할 필요가 있다. 뿐만 아니라 연구원들은 기존 산업의 경쟁력 제고뿐만 아니라 구조조정에 따른 부정적 효과를 최소화할 수 있는 사회 안전망 강화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Europe 2020 또한 생산성 향상뿐만 아니라 고용규모의 유지와 확대를 수반하는 포용의 강화를 추구하고 있다. 

이 연구원은 “노동정책 의제와 관련해서는 노사대표 간 다각적 대화를 중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유연성과 안정성의 균형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필요한 경우 정책대상을 명확히 하여 정부가 적극적인 재정투입을 할 필요도 있다. 이에, 노동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을 일치시키기 위해 산업계와 교육훈련 기관의 협력을 통한 교육훈련 체계의 항시적 개선 노력에 높은 정책순위를 두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 유럽으로부터 배울 점은?

한편, Europe 2020의 구체적인 시행내용과 그 효과를 검토하기 위해 실시한 세부 사례연구에서도 많은 시사점이 도출되었다.

실제로 유럽에서는 브로드밴드 인터넷과 혁신활동에 대한 지원은 침체를 겪고 있는 산업 및 지역에서 기업의 구조변동에 의한 문제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또한 대학의 신설은 지역경제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 모든 지원책이 효과를 내기까지 오랜 기간이 소요되며 성과는 긴 적응기간이 지난 후에나 가능했다. 이 점은 변수가 될 수 있다.

둘째로, 혁신지향 연구지원 프로그램인 ‘Horizon 2020’의 재원배분을 통해 EU는 이민, 인구 고령화, 기후변화 등 사회적 과제에 대한 연구를 중요 영역으로 포함하여 발전시켰으며 대부분의 프로그램은 대학 및 연구기관이 수행하는 기초연구를 통해 진행되고 있다. 

셋째로, Europe 2020 전략과 개별 국가별 가족친화적 정책이 여성 고용률 확대에 어느 정도로 기여했는지는 불명확하지만,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을 제고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 증가는 교육 수준 향상, 출산 횟수 감소, 워킹맘들과의 접촉, 일하는 여성에 대한 긍정적인 사회 분위기 등 다양한 요인에 기인한다. Europe 2020 전략은 여성 고용률 제고를 중요 목표 중의 하나로 제시하고 있고, 실제로 EU28에서는 여성 고용률이 상승하고 있다. 

넷째로, 대학과 기업 간의 상호작용은 교육과정 공동 설계 및 공동 제공, 기업의 학생 직무실습, 이원적 교육 프로그램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급속한 기술 변화와 디지털화로 인한 직무 변화에 따라 노동시장이 지속적으로 변화할 전망이므로, 앞으로 이러한 형태는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다. 

EUROPE 2020 정책. (사진=유럽연합 데이터센터)

한편, EU는 중소기업정책과 관련해서 회원국들에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가이드라인이나 정책을 제안하고 있다. 중소기업법(Small Business Act), 경쟁력프로그램(COSME), 금융지원, 중소기업의 국제화 및 표준화 등이 EU가 시행하는 대표적인 정책이다. EU 차원에서 중소기업 지원 정책은 보완적인 성격을 지니며, 개별 회원국이 중소기업정책을 주도하기 때문에 각 회원국 차원의 중소기업정책 특징을 분석할 필요도 있다. 이에 KIEP은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네덜란드를 사례연구 국가로 선정했다. 

◆ 각자만의 해답을 내놓고 있는 유럽 국가들

‘히든 챔피언’으로 대표되는 독일은 경쟁력을 갖춘 중소기업의 비중이 높은 국가인 동시에 자본시장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낮다. 이에 독일 공공부문의 금융조달 프로그램은 대출, 지급보증, 보조금 등의 형태로 정책적 지원을 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디지털화를 지원하는 ‘미텔슈탄트-디지털 전략’은 대기업에 비해 디지털화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중소기업의 현황을 반영한 것으로, 기업환경이 상이한 중소기업에 대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유사한 형태로 대기업-중소기업 간 상생 문제를 안고 있는 프랑스는 중소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지원하고자 2018년 ‘기업성장 및 전환을 위한 행동계획(PACTE)’을 발표했다. 기업의 성장과 일자리 창출, 함께 사는 사회 속 기업이라는 목표 아래 창업간소화, 실패기업의 재기지원, 기업양도, 금융지원, R&D 기술지원, 임금근로자에 대한 보상 등의 광범위한 내용을 담고 있다. 한편, 프랑스 중소기업은 ‘경쟁클러스터’로 대표되는 정책의 혜택을 받고 있으며, 스타트업 정책인 La French Tech에도 이러한 내용이 반영되어 있다. 

장인기업, 가족기업으로 대표되는 이탈리아는 스타트업이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투자협력을 통해 정책적 지원을 하고 있다. 브랜드 관리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적인데, 대표적으로 ‘Made in Italy’와 같은 엄격한 품질관리를 통해 인증을 받은 중소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유럽 각국 내의 가장 성공한 스타트업. (사진=트위터)

한편, 네덜란드의 중소기업은 주요 산업 접근법(Top sector approach)의 일환으로 지원을 받고 있다. 중소기업이 혁신에 동참하도록 하기 위해 혁신자문, 타당성, R&D, 자문, 네트워크를 포괄하는 혁신인센티브제도(MIT)를 운영하고 있으며, 응용과학연구지원기관(TNO)을 통해 기술과 혁신을 필요로 하는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에 특화된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한국의 중소기업정책도 매우 포괄적인 범위에서 전 정부 부처에 걸쳐 다양한 방식으로 중소기업을 지원하고 있지만, EU 및 주요국의 사례로부터 다음과 같은 정책적 시사점을 도출할 수 있다. 

김흥종 KIEP 연구원은 이에 대해 “클러스터의 활용도를 제고하기 위하여 온라인 클러스터 네트워크 구축 지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클러스터 네트워크를 통해 각 기업들이 직접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클러스터 내 및 클러스터 간 통합지원을 구분하여 추진할 필요가 있다. 말하자면 목표 달성을 위한 단계적 전략을 정밀하게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김흥종 연구원은 아울러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역량센터를 전국 곳곳에 설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도 여러 형태의 지원센터가 전국에 산재해 있으나, 성과를 위해서는 보다 구체적인 목표를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네덜란드, 스웨덴, 덴마크, 독일 등에서 활성화되어 있는 연구기술연구소(RTO)의 기능을 대폭적으로 확충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었다. 중소기업이 연구개발, 기술적 애로, 인력 교육 등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 도움받을 수 있는 독립된 연구지원기관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가 모아지고 있다. 

또한, 김 연구원은 “한국형 통합 국가브랜드를 도입하여 브랜드파워가 약한 중소기업의 해외진출을 도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합 국가브랜드 사용을 위해서는 먼저 자격 요건을 갖춰야 한다. 이는 중소기업들이 자발적으로 품질 향상과 경쟁력 제고에 힘쓰는 유인이 될 것이라는 평가다. 

김 연구원은 “중소기업의 국제화와 가치사슬 편입을 위해 역외가공이 더 잘 활용될 수 있는 제도적 기반 구축이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이 때 무역원활화 차원에서 추진하는 정책들이 큰 도움이 되는데, 이는 미래에 한반도 전체에서 역외가공지역을 구축하여 남북 협력을 활성화하는 기반 마련의 차원에서도 특히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저작권자 © 데일리비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