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도 남쪽으로 비행하지 않아
방향감각은 후천적으로 길러지는 듯
나비용 '비행 시뮬레이터'에서 실험
제왕나비 보호 방법 바뀌어야

[데일리비즈온 심재율 기자] 한 대학원생이 수십 마리의 제왕 군주를 사서 짧은 장대에 묶어 길렀다. 이것은 곤충이 어떤 방향으로 날고 싶은지 시험하는 일반적인 방법이다.

미국과 캐나다의 야생 제왕나비(monarch butterfly)는 연례 이동 기간에는 끊임없이 남쪽으로 날아가는 경향이 있다. 그래야 따듯한 남쪽에 도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업적으로 구입한 제왕나비들도, 실내에서 기른 제왕나비도 모두 다 그렇게 하지 않았다.
 

날개가 아름다운 제왕나비. credit : Pixabay
날개가 아름다운 제왕나비. credit : Pixabay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시카고대학 (University of Chicago)의 마르쿠스 크론포스트(Marcus Kronforst) 교수는 "이번 연구가 제왕나비들이 어떻게 방향감각을 상실하는지 이해하는 길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제왕나비를 여러 세대에 걸쳐 가둬 기르는 것은,  수 세대에 걸쳐 이주를 막는 결과를 가져온다. 그러면 제왕나비는 유전적으로 이주의 경험을 잃어버린다. 자연에서 일어나는 일의 축소판이다.

박사과정 학생이자 논문의 주저자인 아이세 텐거-트롤란더(Ayse Tenger-Trolander)는 상인에게서 여러 마리의 다 큰 제왕나비를 구입했다. 시카고 대학 옥상정원에서 기른 제왕나비는 그물망 우리에 둘러싸여 있었지만, 자연광, 온도, 습기에 노출되어 있었다.

제왕나비는 여름과 가을에 번식하는데, 가을에 태어난 세대는 철새처럼 따듯한 남쪽으로 이동해야 살아남는다. 텐거-트롤란더는 상업적으로 구입한 제왕나비가 짝을 이뤄 부화한 나비 알을 수집해서 다시 다 큰 나비로 길렀다. 이렇게 태어난 여름 세대는 가을 세대의 부모가 된다.

그녀는 제왕나비의 지배적인 비행 방향을 확인하기 위해 비행 시뮬레이터에 배치했다. 시뮬레이터는 파이프같이 생긴 금속 실린더 형태이다. 제왕나비는 복부에 부착된 금속 핀인 '테더'(tether)에 의해 실린더의 상단 입구 근처의 막대에 연결된다.

이렇게 하면 나비들은 원통 안에서 제자리걸음을 하지만 360도 회전할 수 있다. 이 시뮬레이터는 2밀리 초마다 나비의 방향을 기록하고 데이터를 컴퓨터에 저장한다.

겨울을 나기 위해 이주하는 제왕나비라면 이 비행 시뮬레이터 안에서 남쪽으로 향할 것이다. 대학 옥상 정원의 야생 상태에서 기른 제왕나비들은 바로 그렇게 했다. 그러나 상업적으로 구입한 제왕나비가 낳은 알에서 태어난 나비 세대는 남쪽을 지배적인 방향으로 삼지 않았다.
 

시카고 대학 옥상에 설치한 나비 비행 시뮬레이터 credit : Tenger-Trolander et al
시카고 대학 옥상에 설치한 나비 비행 시뮬레이터 credit : Tenger-Trolander et al

텐거-트롤란더는 야생에서 잡은 제왕나비를 대상으로 두 번째 실험을 했다. 다만 야생 나비가 낳은 알을 완전히 실내에서 기르는 방식을 선택했다. 그녀는 기온과 낮 시간을 조절하여 야외의 상태를 흉내 내려고 했다.

어떤 나비는 남쪽으로 비행했지만, 집단으로 보면 그들은 남쪽으로 비행하지 않았다. 야외에서 자라던 번데기가 막 부화하려는 순간 실내로 들여오는 것도 집단 전체의 철새 행태를 깨뜨리는 것이다.

텐거-트롤란더는 "상업적인 사육업자의 구매를 피해서 취미로 사육하는 사람과 애호가들이 많다는 것을 알지만, 그들이 실내에서 기르는 방식에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제왕나비는 지역별로 생태가 다르다. 아프리카, 호주, 남미와 중앙아메리카, 그리고 하와이로 퍼진 제왕나비들은 철새처럼 따뜻한 곳으로 이주하지 않는다. 이미 따듯한 곳에 살기 때문에 다른 곳으로 갈 필요가 없다.

그러나 북아메리카나 캐나다와 같이 추운 지방에 사는 나비들은 이주하지 않으면 겨울을 견디어내고 살아남기가 힘들다.

연구팀은 상업적으로 사육되는 제왕나비의 유전자 구성을 해독하여 이들이 전형적인 북미의 제왕나비와 어떻게 다른지 알아보았다. 유전자 분석 결과 상업적으로 사육된 나비들은 겨울철에 남쪽으로 이주하는 다른 그룹들과는 다르게 나타났다.

크론포스트 교수는 "많은 유전자가 존재하기 때문에 딱 한 두 가지 유전적 변화를 지적할 수 없었지만, 우리는 게놈의 어딘가에 이런 변화를 가져온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국 야생동물 연합(National Wildlife Federation)은 북아메리카 제왕나비 개체 수가 20년 동안 90% 감소했다고 추정한다.  그러자 애호가와 학생들은 여름, 가을 내내 제왕나비를 잡아 기르고 방류하는 등 보존 활동으로 눈을 돌렸다.

정원에서 애벌레를 기르는 취미 활동가나 나비를 야생으로 방사하는 초등학교 과학 수업은 대중을 보호 활동에 참여시키는 좋은 방법이라고 연구원들은 말한다.

그러나 아무리 선의의 의도를 가지고 있더라도, 제왕나비의 이동 습관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취약하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연구원들은 밝혔다.

크론포스트 교수는 "정원에서 나비 알을 낳아 기르고, 집 주변에서 발견되는 제왕나비를 키우고 싶다면, 그들을 안으로 데려가지 말고 야외에 그대로 놓아두는 것이 훌륭한 보호 활동이 될 것”이라고 조언한다.

미국 어류 및 야생동물국(U.S. Fish and Wildlife Service)은 제왕나비를 멸종 위기종으로 등록할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저작권자 © 데일리비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