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지, 디지털 변환해야 살아남아
학술지, 디지털 변환해야 살아남아
  • 심재율 기자
  • 승인 2019.07.08 16: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디지털 편집해야 국제적인 검색 가능 
국내 학술지 논문도 업적으로 인정해야
과편협 회장 김형순 인하대 교수

[데일리비즈온 심재율 기자]  과학과 기술의 기본 토양이 풍부하게 조성되려면,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중요한 영역이 있다. 바로 학술지이다. 과학자들 사이에서는 그냥 ‘저널’로 불리는 학술지에 훌륭한 과학자들이 수준 높은 논문을 게재해야 그 학술지의 위상이 높아진다. 학술지의 위상이 높아져야 더 좋은 논문이 올라오는 선순환의 구조가 정착될 수 있다.

학술지의 중요성은 과학자들 사이에서 NSC라고 하는 난공불락 같은 3인방의 존재에서 쉽게 드러난다. NSC는 네이처(Nature), 사이언스(Science), 셀(Cell) 등 이름만으로 권위를 누리는 국제적인 과학학술지 이름이다. 교수업적평가나 새로운 일자리를 잡을 때도 셋 중 하나에 논문을 실었다고 하면, 평가가 달라진다.

 NSC에 논문을 보내도 심사에서 통과해서 게재되는 논문은 6~7%수준에 불과하다. 다른 국제 학술지는 20%에 달한다.

김형순 인하대 교수
김형순 인하대 교수

우리나라도 과학기술의 기본 토양을 풍성하게 하려면 역시 학술지의 위상과 전문성이 높아져야 한다. 그 중 하나가 과학 논문이 국제적으로 유통될 수 있도록 논문을 디지털로 변환시키는 기술을 보급하는 일이다.

한국과학학술지편집인협의회(과편협)는 최근 몇 년간 논문의 디지털 변환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다. 과편협은 수시로 디지털 기술 보급에 대한 워크숍을 열고, 자격증을 발급하는 일을 한다.

이 협의회의 회장을 맡고 있는 김형순 인하대 교수는 “논문을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고품질 디지털 문서로 변환해야 그 논문은 인정받아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래야 전세계 모든 과학자들이 키워드를 가지고 논문을 검색할 수 있다. 어떤 논문을 누가 가장 많이 인용했는지 정확한 통계도 나온다. 논문의 영향력을 정확히 측정하는 지름길이 바로 논문을 디지털 문서로 변환하는 작업이다.

김 교수는 디지털 변환의 중요성을 이렇게 설명했다.

“학술지 수준은 논문의 내용이 결정하지만 편집 수준이 낮으면 저평가될 수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과학자가 편집인으로 있으면 그 학술지의 수준을 높게 봐줍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내 학술지는 그렇지 못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 학술지가 고품질의 디지털 출판을 통해서 만회를 하여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대부분의 학술지는 담당 편집인이나 발행인이 디지털 시대에 어떻게 적응해야 하는지 잘 모르고 있다. 논문을 어떻게 포장하고 배포할 것인지에 대해서 지원하는 체계가 매우 열악한 실정이다.

“학회는 돈이 없고, 외부에서 후원자를 끌고 오기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과편협은 학회 관계자들이 논문을 국제 수준의 디지털 문서로 만들도록 교육하는 데 힘쓰고 있습니다.”

디지털 문서로 변환하면 국제적인 영향력(impact)을 쉽게 평가할 수 있다. 영향력을 측정하는 지수(index)가 여럿이지만, 그 중 하나가 H인덱스이다. 물리학자인 조르지 허시(Jorge E. Hirsch)가 비교적 최근인 2005년에 만들었다. 허시의 이니셜을 따서 H인덱스라고 부른다.

노벨상을 받으려면 H인덱스가 일정 수준이 되어야 한다는 말도 나올 정도로 인정받는 지수이다.  물리 화학 분야 수상후보에 오르려면 40~50이 되어야 한다. 40이라는 의미는 40회 이상 인용된 논문이 40편 이상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변화주기가 빠른 생화학 분야는 H인덱스가 100이 되어야 노벨상 후보자가 될 수 있다고 과학계는 추정한다. 100회 이상 인용된 논문이 100편 이상 되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세계적으로 단 한 번도 인용되지 않은 논문은 전체 논문의 36%나 된다. 우리나라 논문은 37%이다. 세계적으로 영어로 된 논문은 연간 100만 편이 나온다.우리나라 정부는 공공부문 국가 연구개발 지원금으로 매년 10조원을 한국연구재단과 출연연구소를 통해 퍼붓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연구재단은  학술지 발전을 위해 ‘한국학술지인용색인’(KCI, Korea Citation Index)를 만들었다. 국내 학술지는 KCI 등재 학술지, KCI 후보 학술지로 나누는데, 자연과학 학술지  800종 정도가 KCI 등재 학술지로 분류된다.

일본은 1930~40년대에는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과학자들이 일본 학회지에 투고를 했다. 그러나 과학유통의 흐름이 유럽이나 미국으로 넘어가면서 일본 학회지에 투고하는 것으로는 국제적인 주목을 받는 것이 점점 더 힘들어졌다.

결국 일본 과학자들은 고민 끝에 2012년 일본 물리학회지 ‘Progress of Theoretical and Experimental Physics (PTEP)’의 출판을 영국 ‘옥스퍼드 유니버시티 출판사’에 맡겼다.

논문 심사는 일본 과학자들이 참여하지만, 출판ㆍ편집ㆍ홍보는 영국 출판사에 담당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물리학회지도 국제적인 학술지 출판업체인 엘스비어(Elsvier)에 맡겼더니 흑자가 났을 정도로 국제화가 중요하다. 

논문의 수준을 높이는 경쟁은 매우 치열하다. 우리나라의 많은 대학들이 이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가지고 있다. 국내 일부 대학의 경우 ‘과학기술논문색인지수’(SCI)에 들어가는 국제적인 학술지에 투고할 경우 300만원을 지급하는 경우도 있다. 중국은 NSC에 투고하면 1억원을 지급하기도 한다.

이는 SCI나 NSC등에 게재된 논문 숫자가 많을 경우 QS나 THE 같은 세계대학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얻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학교를 홍보하기에 매우 유리한 것이다.

김형순 과편협 회장
김형순 과편협 회장

이렇게 변화한 학술지 환경에 맞춰 우리나라 과학자들은 스스로 일어서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첨단에 과편협이 서 있다.김 교수는 특히 학술지 편집장과 편집인을 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의 학술지는 대부분 편집장 임기가 2~3년에 불과합니다. 학회장 임기 역시 1년으로 하다 보니 전문성을 키울 수가 없기 때문에 학술지가 발전하기 어려운 악순환이 되풀이됩니다. 전문적인 선수가 편집장과 원고 편집인을 맡는 문화가 되면 바람직한 저널을 만들 수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학술지 발전방안을 논의할 때 마다, 우리나라 학술지를 홀대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가장 큰 문제는 국내 학술지에 게재한 논문에 대해서는 연구업적으로 쳐주지 않는 점이다.

작년 과총 학술지 육성방안 관련 토론회에서도 정부가 국내 학술지를 홀대하는 정책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이 나왔다. 국내 학술지에 게재한 논문도 연구업적으로 포함시켜 과제신청이나 개인 평가에 활용하도록 하는 것이 대표적인 요구사항이다.

국가 지원을 받아 수행한 연구에서 나온 논문은 국내 학술지에 일정 비율을 게재하도록 유도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과편협은 국내 학술지 발전과 동시에 아시아 국가와의 공동 발전을 꿈꾸고 있다. 그래서 다양한 방법으로 과학학술지편집의 노하우를 공유하는 협력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