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원 이어 하원서도 부결 가능성 의식
-수정안으로 재시도할 듯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데일리비즈온 이재경 기자]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총기소유의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의 대통령령을 잠정 철회했다.

26일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상원에 이어 하원에서도 대통령령이 부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 따라 스스로 이를 철회하기로 했다.

총기 소유 허용범위를 확대하겠다는 것은 지난해 대선에서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주요 대선공약 가운데 하나였다. 지난 10월 대선 기간 당시에도 총기 규제 완화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선거 사무실에 ‘총기 소지가 불법이 된다면, 무법자들만 총을 소지하게 될 것’이라는 슬로건을 새길 정도였다. ‘총을 총으로 제압하겠다’는 공수부대 출신 보우소나루의 이이제이 공약은 유권자의 호응을 얻어, 그는 55.2%의 득표율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러나 상원은 지난 18일 전체회의를 열어 총기 소유 허용범위 확대와 관련된 2개 대통령령을 표결에 부쳐 찬성 28표, 반대 47표로 부결시켰다. 대통령령은 하원의 표결절차를 앞두고 있었으며, 하원에서도 부결되면 이는 자동 폐기된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양원에서 대통령령이 부결되면 대법원에서의 재심을 고려할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의회의 반대가 심한 것으로 나타나며 한발 물러섰다.

그렇다고 의회가 무턱대고 반대만 하는 것은 아니었다. 마약조직 등에 의한 총기 살인 사건이 브라질 내에서 끊이지 않자, 2003년 브라질 상원의회는 총기 규제를 강화하는 법률을 제정했다. 이 법률에 따르면 경찰과 보안요원 등 일부 사람들만 총기 허가증을 취득할 수 있고, 총기 허가증 없이 총을 발포한 사람은 징역형 4년형에 처해진다. 또한 총기 허가증을 취득하려면 주거지와 고용 상태를 증명해야할 뿐만 아니라, 정신감정 검사까지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때 제정된 총기 규제 법률은 범죄조직이 총기를 획득하는 것을 막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보우소나루는 선거 기간에 “갱들은 엄격한 법률을 무시하고 계속 총기 보유량을 늘려간다”며 “더 많은 사람들이 총을 소지하는 법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보우소나루는 당시 경찰력 강화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에 브라질 국민들은 공수부대 출신의 대선 후보에게 기꺼이 투표했다.

◆ 총기허용에 대한 의지 아직 확고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수정안을 마련해 의회 심의를 다시금 시도할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그는 취임 이후 총기 관련 대통령령 3건을 발표한 바 있다.

지난달 7일에는 정치인과 언론인, 변호사, 교도관, 트럭운전사, 농촌 지역 거주자들에게 총기 소유를 허용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가 반발이 거세지자 내용을 일부 수정한 바 있다. 이에 수정안은 농장주를 포함한 농촌 지역 거주자를 제외한 일반 주민의 중화기 소유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14세 이하는 사격선수로 활동하지 못하게 하는 내용 등을 담았다.

하지만 뚜껑을 열고 보니, 총기 소유 기준을 느슨하게 하려는 계획에 대해 여론은 거부감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에서 총기 소유 허용범위 확대에 73%가 반대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찬성한다는 답변은 26%에 그쳤고 무응답은 1%였다. 일반인이 집에 총기를 보유하도록 허용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반대 61%, 찬성 37%, 무응답 2%로 나왔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브라질의 총기관련 사고는 심각한 편이다. 브라질의 응용경제연구소(IPEA)와 브라질공공안전포럼(FBSP)이 발표한 ‘2019 폭력 지도’ 보고서를 보면 2017년 폭력사건 사망자가 6만5602명에 달했다. 전체 폭력사건 사망자 가운데 총기에 의한 사망자는 4만7510명으로 72.4%를 차지했다.

총기 사망자 비율은 1980년 43.9%, 1985년 42.3%, 1990년 51.9%, 1995년 60.1%, 2000년 68%, 2005년 70.2%, 2010년 70.4%, 2015년 71.9% 등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 조사에서 1980년부터 2017년까지 보고된 총기 사망자는 95만5000명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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