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년 전에 만든 백금덩어리 은퇴
Kg을 플랑크 상수로 새롭게 규정
개인 생활에는 아무런 차이 없어

[데일리비즈온 심재율 전문기자]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리가 하루를 살아가면서 미터법, 즉 측정의 과학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미터법은 단지 우리가 세상을 측정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과학자들이 그들의 관찰을 수행하는 시스템이다. 정확해야 하고, 일정해야 하고, 우리가 알고 있는 우리 우주의 법칙에 근거해야 한다.

예를 들어, 미터는 1/299792458초의 진공에서 빛이 이동하는 거리에 의해 결정된다. 1초는 세슘 원자가 9192,631,770회 진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에 의해 결정된다.

그러나 국제 단위 체계(SI)의 7개 기본 단위 중 4개 암페어(A, 전류), 켈빈(K, 온도), 몰(mole, 물질 양), 킬로그램(Kg, 질량)은 상수에 기초하지 않았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은 ‘세계 측정의 날’(WMD, World Metrology Day)을 맞아 이 4개 기본단위의 정의가 5월 20일부터 새롭게 시행된다고 발표했다. 이 기본단위의 새로운 정의는 2018년 11월 16일 개최된 제26차 국제도량형총회(CGPM)에서 최종 의결했다.

기본단위를 재정의한 것은 지금보다 더욱 안정적인 기준을 이용해 보다 정확한 측정을 하기 위해서다. 물리량을 측정할 때 가장 기본이 되는 단위는 20세기가 되면서 지금의 국제단위계를 갖추고 공통된 측정의 기준으로 자리하게 되었지만, 단위를 정의하기 위해 만든 물체가 미세하게 변했기 때문이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이 개발하고 있는 키블저울 / 한국표준과학연구원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이 개발하고 있는 키블저울(사진=한국표준과학연구원)

역사상 최초로 한꺼번에 4개 단위의 정의가 바뀌는 이번 재정의를 통해 7개의 기본단위는 전부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기본상수를 정의에 활용하게 된다. 

875년 도량형의 전 세계적인 통일을 처음으로 논의한 미터협약 이래로 정확히 144년 만에 모든 기본단위가 불변의 속성을 갖게 되는 것이다. 또한, 이번 기본단위 재정의로 인해 정의가 가장 오래된 단위는 '초(s, 1967년)'로 바뀌게 됐다.

이번 변화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무게의 기본인 kg의 정의를 새롭게 한 것이다. 1889년에 90%의 백금과 10%의 이리듐으로 만들어진 1kg의 원본인 ‘르그랑K (Le Grand K)’는 BIPM 본부의 특별 금고에 보관되어 있다.

그동안 르그랑 K의 사본은 전 세계 여러 곳에 있는데, 이 사본은 국가 표준으로 사용되며 때때로 프랑스로 보내져 원본과 비교된다. 여기에서 흥미로운 일들이 벌어졌다.

이 복사본들이 금고에 잠겨있는 원본과 멀어지고 있는 것이 관찰되고 있다. 130년의 세월 동안 원기 표면이 산화되는 등의 문제로 처음보다 최대 100 ㎍(마이크로그램, 100만분의 1 g) 가벼워졌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 있는 1kg 표준원기 / 한국표준과학연구원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 있는 르그랑K 복사본(사진=한국표준과학연구원)

지난 몇 년 동안, 미터법 학자들은 새로운 기준의 필요성에 대해 말해왔다. 이제 그들은 마침내 가장 정확한 값으로 측정된 광자의 주파수에 대한 에너지 비율인 플랑크 상수를 바탕으로 킬로그램의 정의를 다시 내릴 준비가 되었다.

킬로그램은 플랑크 상수, h 단위로 정의된다. 새롭게 정의된 킬로그램은 ‘6.626 070 15 × 10의 마이너스 34승 kg m2 s–1’이다. 과학자들은 이 1킬로그램을 키블 밸런스 등의 장비를 사용하여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의 삶에 지각할 수 있는 차이는 전혀 생기지 않을 것이다. 사과 1kg은 여전히 사과 1kg이 되고, 사람 몸무게도 어제와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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