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치료제 및 치료법 개발에 응용
종양 억제하는 단백질 효소 발견
하바드 의대 연구팀 사이언스에 발표

[데일리비즈온 심재율 전문기자] 브로콜리가 건강에 매우 좋은 먹거리라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런데 브로콜리에서 발견되는 천연 효소가 암치료와 예방에 매우 좋은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하버드 의대 ‘베스 이스라엘 디콘니스 메디컬 센터’(Beth Israel Deaconess Medical Center) 암연구소는 사이언스(Science) 저널에 이 같은 내용의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 병원의 암 연구소 소장인 '파이어 파올로 판돌피'(Pier Paolo Pandolfi) 박사는 "브로콜리와 십자화과 채소에서 암 발달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효소를 발견했다"며 "이 경로는 종양 성장을 조절할 뿐 아니라, 암 치료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브로콜리 / Pixabay
브로콜리(사진=Pixabay)

암은 암세포가 마음 놓고 활개 치는 조건이 만들어지면서 발병한다. 암을 억제하는 단백질인 '종양 억제제'의 활동이 줄어들거나, 종양 억제제의 수준이 낮아지면 암에 걸리기 쉽다.

그러므로 암을 치료하려면, 암의 발생을 억누르는 '종양 억제제'를 활성화시켜야 한다. 종양 억제제가 활성화되면 암이 형성되는 능력을 정지시키거나 제한한다. 어떤 이유로든 비활성화 되면, 암에 걸리기 쉽다.

가장 중요한 종양 억제제 중 하나는 PTEN이라는 단백질이다. 사람들이 암에 걸리는 것은 PTEN의 수준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암의 발병을 막으려면 PTEN의 기능을 회복하면 된다.

판돌피 박사 연구팀은 PTEN이 제 기능을 못하게 하는 효소인 WWP1이라는 또 다른 단백질을 발견하고 WWP1을 막기 위해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는지 알아보려고 했다.

연구팀은 WWP1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화합물을 찾아 나섰다. 그리고 브로콜리와 십자화과 식물인 콜리플라워, 케일, 콜라드 그린, 브뤼셀 싹과 같은 야채에서 인돌-3-카비놀(I3C)을 발견했다.

콜리플라워도 암 억제 효과가 있다. / Pixabay
콜리플라워도 암 억제 효과가 있다.(사진=Pixabay)

연구팀은 유전공학적으로 암에 걸리기 쉽게 조작된 쥐에게 인돌-3-카비놀을 줬다. 그랬더니 인돌-3-카비놀이 생쥐의 WWP1의 작동을 멈추게 함으로써 PTEN의 암 억제력을 회복시킬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종양 성장을 억제할 뿐 아니라, 치료법을 개발하는데 도움이 되는 방법을 얻은 것이다.

아직까지는 I3C로 생쥐실험을 했을 뿐이다. 하지만 연구원들은 이번 발견이 기능을 상실한 암세포에서 PTEN을 다시 켜는 방법을 알아내는 데 이용되기를 바란다.

그렇다고 브로콜리를 사러 달려가지 말라고 연구원은 밝혔다. 이번 논문의 제1저자인 유-루 리(Yu-Ru Lee) 박사는 “잠재적인 항암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하루에 거의 2.7kg의 브뤼셀 싹을 먹어야 한다”고 말했다.

판돌피 박사는 이 새로운 지식을 활용하기 위한 다른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연구자들은 실험실에서 I3C나 유사한 분자를 합성하는 방법을 찾을 것이다. 혹은 WWP1을 비활성화하기 위해 유전자 조작 기술 등을 사용하는 등 몇 가지 아이디어를 연구할 예정이다.

판돌피 박사는 “종양 억제제를 다시 활성화시키는, 오랫동안 찾아온 암 치료법에 새 길을 놓았다”고 평가했다.

*논문제목 Reactivation of PTEN tumor suppressor for cancer treatment through inhibition of a MYC-WWP1 inhibitory pathway. Science, 2019; 364 (6441): eaau0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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