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스테르담 증권거래소. 세계서 가장 오래된 증권거래소로 알려져 있다. (사진=암스테르담 증권거래소)

[데일리비즈온 이재경 기자] 브렉시트가 머지않은 시점에 현실화될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유럽의 금융권은 런던을 대신할 거점 물색에 한창이다. 

실제로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자산관리 기업은 아일랜드 더블린과 룩셈부르크를 이전 거점으로 은행은 독일 프랑크푸르트와 파리를 대안으로 선택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반면, 과거 전통의 금융 중심지였던 네덜란드는 엄격한 규제 탓에 후보지로서 덜 언급되는 양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틈새시장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KOTRA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네덜란드의 엄격한 규정은 자기 자본으로만 거래하는 고빈도 매매 기업에는 해당되지 않아 많은 고빈도매매 기업들이 네덜란드를 이전 대안으로 선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네덜란드 금융감독청 역시 이전에 필요한 절차와 인증 때문에 고빈도 매매 기업들이 영국과 지리적으로 가깝고 규제가 적은 암스테르담을 선택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 암스테르담, 새로운 금융 중심지

네덜란드 금융감독청은 이와 함께 최근 암스테르담이 브렉시트 이후 유럽 금융거래의 중심지가 될 것이라 전망한 바 있다. 네덜란드 금융감독청장 미럴 판 브로운로븐도 “런던에서 암스테르담으로 금융 인프라의 이동은 하나의 혁명”이라고 언급하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로, 금융감독청은 브렉시트 이후 현재 5%에 불과한 네덜란드 주식시장 점유가 30~40%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와 함께 현재 네덜란드 내 활성화돼 있지 않은 유럽 채권거래량의 95%가 브렉시트 이후 암스테르담으로부터 유통될 수 있을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이에 작년서부터 런던에 위치한 금융기관들의 이전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작년 말 네덜란드 금융감독청은 20여 개의 런던소재 기업으로부터 이전 절차에 대한 문의를 받았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시카고 옵션거래소, LSE 터퀴즈, 트레이드웹, 블룸버그 등의 기업들이 포함되었다.스탠다드 앤 푸어즈나 다우 존스 등 금융 서비스 회사들 역시 네덜란드 진입을 고려 중이다. 몇몇 외신에서도 올해 초 일본 미쓰비시 그룹과 호주 은행 코먼웰스의 네덜란드로의 이전 계획을 심도 있게 보도하기도 했다. 여기에 더해 세계 최대 증권거래소 중 하나인 마켓엑세스는 브렉시트로 생기는 피해에 대비해 네덜란드로의 이전을 전격 결정한 바 있다. 

2017년 7월 마켓엑세스 CEO 릭 맥베이는 유럽 중앙에 있는 네덜란드의 지리적 특징과 증권거래소 관련 규제에 대한 호의적인 태도 때문에 네덜란드로 이전을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마켓엑세스는 전 세계 630명의 직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시장가치로는 약 70억 달러(약 8조 원)로 평가받는 기업이다. 네덜란드 금융 분야에 긍정적 효과를 줄 것이라는 예측이 중론이다.

마켓엑세스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고빈도매매 회사들의 ‘암스테르담 이전’ 흐름은 최근 몇 년간 꽤 구체적으로 형성되고 있다. 마켓엑세스와 같은 시기에 시카고의 라딕스 트레이딩, 하드 에잇 트레이딩, 휴스턴의 퀀틀랩, 뉴욕의 타워 리서치도 이전을 확실시했다. 워낙 네덜란드에는 플로우 트레이더스, IMC, 옵티버 등 세계적인 고빈도 매매 기업이 있으며 이는 거점을 물색하는 기업에게 동종업계 네트워크 형성 등 이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여기에 더해 런던에서 암스테르담의 ‘엑소더스’는 2018년 1월 이후 시작된 금융상품투자지침2에 따른 영향이라는 분석도 있다. 해당 지침에 따르면 비유럽권 증권회사는 유럽 증권거래를 위해서 유럽 내 법인을 필수적으로 설립해야 한다.

과거에는 미국과의 시차가 가장 적은 런던이 주로 선호되었다면, 브렉시트 결정 이후 미국과 시차가 그나마 적고 영국과 가까운 네덜란드가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지침 시행 당시 네덜란드 내 고빈도 매매 기업은 4곳에 불과했지만, 추후 신생 기업 제인 스트리트를 비롯해 27개의 기업이 새로 생겨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작년 여름에만 마번 시큐리티, 점프 트레이딩, DRW, 마코 등이 런던에서 네덜란드로 이전했다.

◆ 유럽 금융계가 겪게 될 피해도 무시못해

네덜란드가 런던의 자본유출로 인해 얻게 될 반사이익은 별개로, 브렉시트로 인해 유럽 및 국제 금융 시장이 받게 될 피해는 분명하다. 워낙 영국은 유럽 증권시장 내 네덜란드 조직 및 단체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런던이 유럽 증권시장에서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실제로   브렉시트의 위험요소 중 하나로써, 업계 관계자들은 유럽 증권시장의 주요 증권 중개인과 시장 구조의 핵심이 영국에 위치해 있다는 점을 언급한다. 브렉시트 이후 고객들은 기존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애로 사항을 겪거나, 가격 상승을 겪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하드 브렉시트(Hard Brexit)가 진행될 경우 기관투자자들은 국제 증권 및 파생상품 시장의 주요 허브를 잃게 된다. 이와 함께 런던에서의 거점 이동은 기존 런던에 위치한 기업들에게 큰 비용을 발생시킬 것이다. 네덜란드를 포함해 몇몇 도시가 언급되곤 하지만 사실 기타 금융서비스 및 인프라가 풍부한 런던과 같은 역할을 기대하는 데에는 무리가 있다.네덜란드가 브렉시트로 인해 얻게 될 손익 자체에도 논란이 있는 편이다. 얼마 전 유럽의약청은 암스테르담으로 이전할 계획을 밝히면서, 이는 네덜란드에 약 10억 유로의 경제적 효과를 가져다줄 것으로 예측되었다. 반면, 네덜란드 경제기획국은 브렉시트로 인해 2030년 네덜란드 GDP 1.2% 규모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KOTRA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암스테르담이 유럽 증권시장의 중심지가 된다면 다른 분야 기업들도 네덜란드에 유입될 것이며, 그에 따른 고용 창출 효과가 예상된다”며, “효과는 대체로 긍정적인 편”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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