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머스크라인, “몸집 키우는 현대重 불편”

머스크라인의 대형 컨테이너선. (사진=머스크라인 코리아)

[데일리비즈온 서은진 기자]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M&A) 절차가 본격화됐으나, 글로벌 선사들의 반발로 차질을 빚고 있다.

일본과 유럽연합(EU)이 양사 합병으로 글로벌 시장의 독과점을 우려한 데 이어, 세계 1위 선사인 머스크라인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다. 이에 따라 이들 국가와 당국이 참여하는 기업결합심사 통과도 애를 먹을 것으로 우려된다. 

17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머스크라인은 최근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인수와 관련해 독과점 여부를 철저하게 체크하겠다는 입장이다. 머스크라인 측은 “합병이 미칠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규제 프로세스를 따를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M&A가 현실화되면 독과점이 불가피하다. 선가 상승도 어느정도는 기정사실로 굳혀지는 분위기다. 이에 머스크라인의 이번 발표는 공정경쟁을 위해 발주를 제한할 수도 있다는 경고의 의미로도 풀이된다. 

시장조사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머스크는 50척에 달하는 대형 컨테이너선(1만5000TEU급)을 보유하고 있다. 이 중 84%(39척)의 대형 컨테이너선을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이 건조했다. 머스크가 그간 삼성중공업에 선박을 발주하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양사기 건조계약을 독점해 왔다고도 볼 수 있다.

역으로 M&A 이후에는 양사의 경쟁관계도 소멸함에 따라, 머스크의 타격도 어느 정도는 예상되는 상황이다.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 M&A를 완료하기 위해서는 진행 중인 실사 외에 공정거래위원회와 경쟁국 기업결합심사 등의 절차를 통과해야 한다. 이중 가장 큰 난관이 경쟁국 기업결합심사다. 이미 일본과 EU는 머스크에 앞서 공개적으로 M&A에 따른 독과점을 견제하고 나선 상태다.

일본 정부의 경우 한국 정부의 조선 산업 지원을 문제 삼아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절차를 밟는 등 정부 지원에 제동을 걸고 있다. 조선업계에 지원한 공적자금이 시장을 왜곡해 자국 조선 산업이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럽 또한 한국 정부의 해운·조선 지원 안을 반대해왔다. 이에 국제소송전으로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유럽은 아시아 정부 지원으로 신규 선박이 발주되면 국제 해운 운임과 선박 가격에 영향을 줘 자국 산업이 피해를 본다며 지원을 반대하고 있다.  

물론 머스크도 빠지지 않았다. ‘본업’인 해운업에 있어서도 한국을 포함, 아시아 각국에 딴지를 놓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공급 과잉상태인 선박 시장을 위해 아시아국가의 자국 해운업체 지원을 자제해야 한다는 논리다.

현대중공업 울산공장의 모습. (사진=현대중공업그룹)
현대중공업 울산공장의 모습. (사진=현대중공업그룹)

로버트 반 트루이젠 머스크 아태지역 대표는 16일 “정부의 지원으로 해운사가 도입하지 않은 t수 선박을 발주하게 되면  시장 규제는 물론 수요 및 공급 등 시장 경쟁이 왜곡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정부 개입은 공정 경쟁을 저해할 수 있는 방법이니 지원을 삼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컨테이너선과 한국 대형 조선소의 대표 선종인 LNG선만 해도 지난 2018년 기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의 점유율을 합하면 전 세계 발주량의 60%를 넘어서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이 이들의 딴지로 경쟁국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게 될 경우 M&A는 언제든지 중단될 수 있다. 최근 해운시황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것도 기업결합심사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최근 선사들은 장기 화물 운송 계약 자체가 많지 않아 싼 가격에 선박을 발주하고 싶어 한다”며 “하지만 대우조선 M&A 현실화시 선사들은 선가 상승 추이가 가팔라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당사자인 현대중공업은 M&A 전망을 낙관하고 있다. 조영철 현대중공업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최근 “내부검토 결과 기업결합심사를 통과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면서 “올해 말까지 심사를 마무리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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