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발전계획에 수자원을 중요 요소로 삼아야
사과 한 개 생산엔 70리터
쇠고기 1kg은 무려 1만5415 리터

[데일리비즈온 심재율 전문기자] 3월 22일 물의 날이 오면, 사람들은 지구상의 생명을 지탱하는 소중한 물을 다시 한 번 생각하곤 한다. 물을 아껴 쓰고, 나눠 쓰고, 오염을 방지하고, 깨끗한 물을 공급하고, 홍수피해를 줄이려는 노력은 계속 있어왔다.

개인 생활로 좁혀 생각하면, 샤워를 하고, 빨래를 하고 또 식수로 마시고 설거지를 하면서 수도꼭지에서 물이 함부로 흘러내리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도 물 부족에 대응하는 좋은 방법이다.

그렇지만 물의 소중함을 다른 방식으로도 생각할 수 있다. 과연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은, 그 음식을 생산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물이 사용될까를 돌아보는 방법이다. 동시에 우리가 입는 옷을 만들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물이 소비되는지를 돌아보는 것도 새롭다.

커피 한 잔은 그냥 물 한 잔이 아니다. / Pixabay
커피 한 잔은 그냥 물 한 잔이 아니다.(사진=Pixabay)

예를 들어 사과 한 개를 보자. 먹을 땐 그저 과일 하나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과 한 개를 맺기 위해 사과나무는 오랜 시간 물을 먹고 자라고 수분을 흡수한다. 전문가가 아니면 사과 한 개를 내기 위해서 물이 얼마나 들어가는지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물의 날을 맞아 세계식량기구(FAO)는 사람들이 흔히 많이 먹는 음식이 식탁에 오르기 전에 얼마만큼의 물이 소비되는 지를 조사해서 인포그래픽스로 보여주고 있다.

커피를 예로 들어보자. 매일 아침 사람들은 물을 끓이고 컵에 담은 뒤 커피가루를 넣고 휘저어 아메리카노 한 잔을 즐겨 마신다. 그렇다면 과연 이 커피 한 잔을 마시기 위해서 얼마만큼의 물이 들어갔을까? 무려 140리터의 물이 필요하다.

세계에서 사용하는 물의 70%는 농사용으로 쓰인다. FAO 차트가 보여주듯이 사람이 섭취하는 고기는 가장 물을 많이 필요로 하는 음식물이다. 쇠고기 1kg을 생산하는데 들어가는 물은 무려 15,415 리터나 된다. 물론 이 중 대부분은 소가 자라면서 소비하는 양이다.

얼마나 많은 물이 필요한가? / FAO
얼마나 많은 물이 필요한가?(사진=FAO)

이에 비해 과일은 물 사용량이 아주 적다. 사과 한 개는 겨우 70리터의 물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 과일을 가지고 주스를 만든다면, 주스 한 잔 마시는데 들어가는 물은 무려 190리터나 된다. 물 사용량을 줄이려면 생과일을 먹는 것이 환경을 생각하는 생활습관이 될 것이다.

물론 농업만이 물에 많이 의지하는 산업은 아니다. 2017년 한 해 동안 패션산업이 사용한 물의 양은 올림픽 규격의 수영장 3.200만 개를 채울 만큼 많은 양이다. 패션산업의 물 사용량은 2030년까지 50% 늘어날 전망이다.

간단한 티셔츠 한 장 만드는데 들어가는 물은 무려 2,720리터나 된다. 청바지의 경우는 더욱 끔찍하다. 청바지 한 장에 무려 10,000리터의 물이 필요하다면 과연 쉽게 수긍이 될까.

그렇지만 우리가 먹는 음식과 입는 옷을 생산하는데 들어가는 물은 산업계에서 쓰는 물에 비하면 바닷물에 떨어지는 물 한 방울과 같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석탄 발전소는 10억 명의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물을 소비하고 있으며, 만약 지금 계획 중인 모든 석탄 발전소가 가동을 시작하면 그 양은 20억 명 분으로 늘어난다.

그렇다고 우리가 사는 이 지구가 물을 무한정으로 공급하지는 않기 때문에 현재 산업체에서 사용하는 물과 소비자들이 사용하는 물의 양이 항상 균형을 이루는 것은 아니다. 세계인구가 증가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세계자원연구소에 따르면 2050년까지 세계인구는 98억 명으로 늘어난다.

이렇게 물이 중요하기 때문에 세계경제포럼은 2019년 세계위험보고서에서 물의 위험이 4번째로 영향이 큰 위험요소라고 꼽았다. 물 부족은 필연적으로 분쟁을 불러오면서 농업을 어렵게 만들고 에너지 산업과 가정생활에 큰 불편을 겪게 할 것이다.

청바지 한 장에 물 10,000리터 / Pixabay
청바지 한 장에 물 10,000리터(사진=Pixabay)

이 때문에 세계경제포럼은 물 문제를 중요한 국제적인 이슈로 삼자는 ‘글로벌 워터 이니셔티브’(Global Water Initiative)를 주장하면서 “경제발전계획에 물 사용을 중요한 요소로 넣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민관 협력으로 일하는 이 운동은 위생적인 물 공급을 유지하기 위해서 기술적인 해결책을 강화하도록 하고 있다. 위생적인 물의 공급은 유엔이 정한 지속적인 개발목표(SDG)에서 6번째로 올라올 만큼 중요한 부분이다.

세계가 도전한 물 문제는 결코 작지 않다. 아직도 8억4400만 명은 깨끗한 물을 마시지 못하고, 무려 23억 명의 사람들은 화장실 같이 위생적인 시설을 이용하지 못하는 것이 지금 세계가 처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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