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후속 협상에서 상호 의무조항 등 대폭 강화하는 협정문 개선 필요
-미·중 G2 시장은 우리 전체 수출의 39%를 차지하는 중요한 시장
-브렉시트는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전망

우태희 전 산업부 차관.

[데일리비즈온 이은광·박종호 기자]  우태희 연세대학교 특임교수는 2002년부터 2006년 6월까지 대한민국 뉴욕총영사관에서 상무관으로 근무했으며, 산업자원부 투자진흥과장, 청와대 산업비서관실 선임행정관, 주미 한국대사관 상무공사참사관, 지식경제부 에너지절약추진단장, 통상협력정책관,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실장, 통상차관보를 거쳐 2016년부터 2017년 7월까지 산업통상자원부 제2차관을 역임하였다.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 시절에는 한국·중국 자유무역협정(FTA) 타결을 실무 주도한 통상 전문가다. 데일리비즈온은 우태희 특임교수와 어렵게 접촉하여 한·중 FTA 체결이후 현재 양국의 협력관계에 미친 영향과 결과에 대한 평가와, 영국의 브렉시트 합의안 부결 이후 국내정세에 미치는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 짚어보았다.

반갑습니다. 바쁘신가운데 어려운 시간 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과거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을 역임하셨습니다. 재직 시절 많은 업적과 활동이 많으셨는데 가장 인상이 깊은 성과나 업적이 있으시다면 듣고 싶습니다.

제가 차관으로 있을 때인 2016년과 2017년에는 대미(對美) 통상현안 관리, 대중(對中) 수출확대전략 수립, 에너지신산업 육성, 주택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 등에 가장 역점을 두고 정책을 추진한 것 같습니다. 공무원의 재직 시절 업적은 제3자가 뒤에 평가해 주는 것이지 본인이 내세우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로서는 대과없이 공직생활 34년을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큰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예전에 한·중 FTA 체결과정에 깊이 관여하시지 않으셨습니까? FTA타결 이후 수년이 흐른 지금, 현재 양국의 협력관계에 미친 영향과 결과에 대해 평가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저는 한·중 FTA 협상 수석대표를 맡아 제5차부터 제14차 협상까지 2년간 중국 정부와 협상했습니다. 한·중 FTA는 우리 농수산물의 민감성 보호, 중소기업의 수출기회 확대에 중점을 두고 협상한 결과 2014년11월 APEC 정상회담에서 타결되었고 국회 비준을 거쳐 1년 뒤인 2015년12월 발효되었습니다. 우리나라는 12,232개 품목 중 6,108개 품목의 관세를 즉시철폐하고 발효 후 20년 이내에 전체의 92.2%를 철폐하기로 했고, 중국은 8,194개 품목 중 1,649개는 즉시 철폐, 발효 후 20년 내 90.7% 수준까지 관세를 철폐하기로 합의한 바 있습니다. 장기간 협상결과 양측이 조금씩 양보하여 서로가 윈-윈(Win-win)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올해는 한·중 FTA가 발효된 지 5주년을 맞게 됩니다. 작년 중국과의 교역액은 2,670억 달러로 전년대비 11.3% 증가했고, 1992년 한·중 수교 당시와 비교할 때 40배나 증가했습니다. 중국과의 무역흑자가 556억 달러로 우리 전체 흑자의 79%에 해당합니다. 매년 일부 품목별로 부침은 있었지만, 중국 수입에서 우리 제품 평균 점유율은 9.7%로 1위를 유지하고 있고, 한·중 FTA의 이점을 우리 수출기업들이 잘 활용해 혜택을 충분히 누리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맥락에서, 한·중 FTA의 규범화에 미칠 부정적인 변수가 아직 많기도 합니다. 미중 무역분쟁도 있었고, 사드 보복 같은 조치도 있었죠. 제도적 보완책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은데, 어떻습니까?

우리 국민소득이 3만 달러에 이르렀지만, 우리나라는 대외의존도가 80% 이상이고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입니다. 그만큼 대외무역 환경에 잘 적응하는 것이 중요한데 미국, 일본 등 다른 경쟁국 보다 먼저 중국과 FTA를 체결하고 13억 인구의 시장을 선점한 것은 우리 수출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한·중 FTA가 시행되자마자 중국의 사드 보복이 시작되어 한·중 FTA 체결효과 극대화가 반감된 것은 유감입니다.

일부에서 한·중 FTA를 보다 개방수준이 높은 협정으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중국 시장의 추가 개방을 위해서는 우리 농수산물 시장도 같이 개방해야 하는 부담이 있으므로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협상보다는 현재 진행하고 있는 중국과 서비스·투자분야 후속 협상에서 상호 의무조항 등을 대폭 강화하는 방향으로 협정문을 개선해서 다시는 중국이 사드보복을 하지 못하도록 규범화하고 예측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미국과 중국은 어떨까요. 최근 무역분쟁이 합의를 앞두고 있다는 분석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일시적인 화해에 불과할 것이며, 이대로 끝날 문제가 아니라는 분석도 많은데요.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 것 같으신가요?

미·중 무역분쟁이 현재는 휴전 상태이고 곧 열릴 차기 미·중 정상회담을 통해 어떤 형태든지 결론이 날 것으로 봅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위안화 절상, 제조업 보조금 지급 중지, 제조2025 계획 포기 등 어려운 요구를 하고 있는데, 중국의 입장에서 더 이상 무역분쟁이 확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므로 적절한 선에서 일부 수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미·중 G2 시장은 우리 전체 수출의 39%를 차지하는 중요한 시장입니다. 중국에 부품소재를 많이 수출하는 우리나라의 입장에서는 미·중 무역분쟁이 하루라도 빨리 마무리되어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줄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동시에 반도체 등 첨단 분야에서 미·중간의 합의가 있을 경우 우리 제조업에 악영향을 미치는 일이 없도록 우리 통상당국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사전에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전세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가 팽배하고 세계무역기구(WTO) 등 다자통상체제가 무력화되고 있어 지금은 통상정책의 고삐를 늦추지 말고 잘 대비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14일 브렉시트 합의안이 다시 부결되었다는 뉴스가 보도되었습니다. 그 쪽도 어려운 문제가 산적해있는 것 같습니다. 아무런 합의없이 브렉시트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하시나요?

브렉시트 합의안 부결은 영국 정치가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습니다. 애초 브렉시트는 보수당이 2015년 총선에서 이기기 위해 던진 선거전략 이었습니다. 당시 유럽재정위기로 EU 탈퇴를 주장한 영국독립당(UKIP)의 인기가 상승하자, 보수당은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공약해 재집권에는 성공했지만 오늘날의 대혼란을 초래하게 되었습니다. 결자해지(結者解之)를 하기에는 시간적 여유가 없고, 만약 노딜 브렉시트가 발생하면 영국 경제는 치명타를 입을 것이 확실합니다.

전문가들은 노딜 브렉시트가 발생하면 파운드화 가치를 25% 이상 떨어뜨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최악의 경우 국민총생산(GDP)이 8% 감소하고, 집값은 30% 하락하며, 실업률은 7.5%까지 오른다는 전망도 있습니다. 영국 정부는 국경 병력배치를 늘리고 수조 원의 긴급자금을 수혈하는 비상대책을 준비하고 있고, 영란은행(BOE)은 혼란에 대비해 긴축과 완화, 양방향으로 통화정책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EU는 겉으로는 재협상은 없다는 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대책수립에 바쁩니다. 노딜 브렉시트가 발생하면 영국은 물론 유럽 전역에 글로벌 금융위기에 준하는 심각한 충격이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노딜 브렉시트를 피하기 위해 지난주 영국 하원은 브렉시트 공식시한 2주를 남겨놓고 3개월 이상 연기하기로 결정했습니다. EU와 영국 정부의 합의안에 대한 3차 투표도 부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EU는 재협상에 최소 1~2년이 더 소요된다고 하니 당분간 불확실성은 계속될 전망입니다.

브렉시트에 대해 우리 기업들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아무래도 영국이 EU경제권에서 벗어나면 우리 기업들에게도 애로사항이 좀 생길 것 같습니다. 이 경우 정부가 어떤 식으로 도움을 줬으면 좋겠습니까?

브렉시트가 차질을 빚더라도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전망입니다. 한국무역협회가 최근 분석한 바에 따르면 노딜 브렉시트가 일어나도 우리나라 국내총생산, GDP가 오는 2030년까지 0.064%, 9천 3백억여 원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아시아에서는 중국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이고 일본, 인도, 한국 순서로 영향을 받을 전망입니다.

한영 무역규모가 작년 기준 132억불로 소규모여서 우리에게 큰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겠지만 유럽경제가 만약 침체된다면 계량화하기 어려운 간접적인 영향을 무시할 수 없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렇지만 이런 때일수록 유럽공동시장을 탈퇴한 영국의 시장을 누가 먼저 차지할 것인가가 관건입니다. 남보다 앞서서 한·영 FTA를 추진해 우리 기업들이 제일 좋은 조건으로 영국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유럽은 우리나라 외국인투자(FDI) 유치에서 최대 투자국입니다. 매년 200억 달러 이상의 외국인 투자유치를 달성하려면 영국으로부터 더 많은 대한(對韓) 투자가 이루어지도록 지속적으로 우리의 강점을 홍보하고 유인책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데일리비즈온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요즘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 되어온 최근 수출이 감소세로 전환하는 등 대외경제여건의 불확실성이 계속 증대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우리나라가 1인당 국민소득 4~5만 달러 시대를 달성하려면 국내에서 내수를 활성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다 해외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하고 중요한 사업들을 많이 수주해야 합니다. 이런 때일수록 우리 수출기업들이 용기를 갖고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도록, 수출과 제조업에 관심을 보이고 관련 기업들을 격려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우태희 교수는 충북 단양 출신으로 배문고와 연세대 행정학과, 서울대 행정대학원, 미국 U.C.버클리대학 공공정책대학원, 경희대 대학원 등에서 수학했다.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을 역임하였고, 연세대학교 공학원 특임교수와 한국도시가스협회 사회공헌기금 운영위원장, 한국블록체인협회 산업발전위원 을 맡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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