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군수 야망’...인도·ASEAN 침투
프랑스의 ‘군수 야망’...인도·ASEAN 침투
  • 박종호 기자
  • 승인 2019.03.07 13: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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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모디 총리, ‘라팔 전투기’ 언급 뭇매
-동남亞서 영향력 넓혀가는 프랑스産 무기들
-중국과 충돌 불사하려는 움직임 보이기도
파키스탄 공군기에 의해 격추된 인도 공군 전투기의 잔해가 지난달 27일 인도령 카슈미르 부드감 지역에서 불타고 있다. 앞서 파키스탄군은 자국령 카슈미르 국경을 넘어온 인도 전투기 2대를 격추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14일 파키스탄에 거점을 둔 테러 단체의 자살 폭탄 테러로 인도 경찰 수십 명이 사망한 사건 이후 인도·파키스탄 양국의 군사적 긴장이 가속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라팔만 있었어도 …

카슈미르를 둘러싸고 인도와 파키스탄이 주고받은 난타전의 여파가 5월 인도 총선과 미국-인도 간 군사 협력 등 여러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미국이 중국의 부상에 맞서기 위한 잠재 동맹으로 전략적 우선순위를 둬온 인도군의 실력이 예상에 못 미치는 것으로 드러나자 그 동안 인도를 열심히 후원해 온 미국 내에서도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나왔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도 분통을 터뜨렸다. 모디 총리는 2일 인도가 프랑스와 구매 계약을 맺은 최신형 전투기를 언급하며 “라팔이 없다는 사실에 인도는 큰 결핍을 느끼고 있다. 우리에게 라팔이 있었으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모른다”고 주장했다. 노후기인 미그-21이 아닌 최신형 전투기 라팔로 맞섰다면 승리할 수 있었을 것이란 주장이었다.

그러자 야권에선 “총리 당신은 부끄러움도 없느냐. 당신이 라팔이 늦게 도착하는 것에 유일하게 책임이 있는 사람”이라는 반발이 쏟아졌다. 인도는 전임 만모한 싱 총리 시절인 2007년 미그-21을 대체하려고 라팔 126기를 사들이는 대형 구매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2014년 모디 총리 취임 이후 가격이 급등하자 2015년 79억 유로(약 10조1000억 원)에 36기를 사는 것으로 축소됐다. 인도 야권은 총선을 앞두고, 이 과정에 모디 총리가 개입된 비리가 있다는 주장을 쏟아내고 있다. 라팔은 2022년에야 인도에 넘겨질 예정이다.

인도가 프랑스와 라팔 전투기 36대의 구매 계약을 맺는 과정에서도 논란은 있었다. 지금까지도 인도 총리와 친분이 있는 기업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2014년 집권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다쏘 사와 라팔 전투기 계약을 맺으면서 인도 측 파트너로 인도 최대 기업인 ‘릴라이언스 그룹’을 지정했다.

그리고 이 그룹의 자회사, 릴라이언스 엔터테인먼트는 프랑스 전 대통령인 프랑수아 올랑드의 애인인 쥘리 가예트가 제작한 영화 <정상으로(Tout là-haut)>에 거액의 제작비를 투자한 바 있다. 인도 기업이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애인이 제작한 영화를 지원했다는 사실은 다만 이제까지 프랑스와 인도 양 국에서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라팔은 프랑스가 전세계에 자랑하는 최신형 전투기이다. (사진=프랑스 국방부)

다만 전투기를 포함한 무기 판매는, 지난여름 프랑스가 인도에서 수행한 군사 미션이 증명하듯이, 각별히 파리의 지정학적인 야심을 드러낸다고 볼 수 있다.

◆ 중국과 충돌 불사, 프랑스의 야심

프랑스 공군은 작년 8월 동남아 지역에서 페가수스 미션을 추진한 바 있다. 페가수스 미션은 동남아 지역에 항공기를 배치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일컫는다. 이때 프랑스 측과 동남아 각국 관계자들의 만남이 성사됐다.

오스트레일리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싱가포르, 인도에 각각 라팔 전투기 3대, 물자수송을 위한 A400M과 A310 기종 각 1대, 최종단계에서의 물자보급을 위한 C-135 1대가 당도했다. 이 미션은 사실상 프랑스가 동맹국을 위한 작전에 돌입했음을 의미했다.

이 미션에 따라, 이 전투기들을 조종하고 관리하는 120명의 프랑스 군인들은 동남아 각국에 파견됐는데, 이들 중 대다수는 아시아 국가들의 조종사들을 만난 경험이 거의 없었다. 우리나라도 한 때 방문국으로 고려됐으나 예산상의 이유로 제외됐다. 한국과 일본은 동남아에 비해 특히 비용이 많이 든다는 조사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프랑스측은 정상회담 및 이에 준하는 실무자회담에서 늘 항공기 배치의 정당화를 언급한다. 그간 프랑스는 인도-태평양 지역에 900만 제곱킬로미터에 달하는 배타적 경제수역을 보유하고 있으며, 150만 시민들이 프랑스의 해외영토에 거주하고 있다는 사실도 언급했다. 그러나 몇몇은 프랑스가 동남아와의 군사동맹을 염두에 두고 있지 않느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그렇다면 누구를 방어하겠다는 것일까? 무슬림 국가인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그리고 필리핀이 극단주의자와의 싸움에 골머리를 썩고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이들의 거점을 장악하는 데 공군력이 가장 우선적으로 요구된다고 보기에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해당 사업에 가장 깊게 연루되어있는 이 지역의 군인들은 베이징 쪽의 움직임을 초조하게 주시하고 있다. 사실 업계 관계자들 모두가 남중국해에 감도는 긴장감을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프랑스는 크게 개의치 않는다. 마크롱 대통령 역시 중국의 영향력을 인정하면서도, “우리가 준비하지 않으면, 중국의 패권은 우리의 자유, 기회를 축소시킬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에 작년 9월 프랑스 공군은 말레이시아와 베트남 기지를 지나면서 남중국해에 접근하겠다고 알렸다. 남중국해는 아시아의 대표적인 분쟁지역이다. 중국은 남중국해의 영해와 영공에 대한 주권을 주장하지만 인근 국가들은 이에 이의를 제기하는 상황이다. 프랑스 조종사들은 ‘항행의 자유’ 작전을 검토하며 중국이 남중국해 일대에 선포한 영해와 영공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중국은 당연히 반발했고, 현지 매체인 ‘르 피가로’ 등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최후의 순간까지 선택을 보류했다고 한다. 중국이 반발하는 항공로를 프랑스의 전투기가 위풍당당하게 통과하는 안에서부터, 적당히 긴장감을 유발하다 철수하는 안까지 선택지는 다양했다. 신경전을 벌이던 프랑스와 중국의 ‘군사 작전’은 다소 맥없게 마무리 되었지만 분쟁지역의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는 결코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이들의 입장에서 중국은 엄청난 위력을 지닌 주변국인 동시에, 경제적으로 무시할 수 없는 협력국이기 때문이다. 한국과는 입장이 다르다. 기본적으로는 우호 관계를 쌓아나가고 있으며 동시에 어느 정도의 협상력 및 영향력을 갖추고 있는 한국과는 달리, 동남아시아 대부분의 국가들은 중국과는 ‘적국’에 가깝다.

따라서 이들 국가는 중국과의 외교협상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기를 바라면서 동맹 결성을 모색하고 있다. 프랑스 해군은 오래전부터 이런 상황을 인식해왔으며, 여러 군용선들이 이 해상을 드나들고 있다. 프랑스 해군은 과거서부터 오키나와 일대나 종종 남해안에도 그 모습을 드러내곤 했다. 가령, 항공모함 샤를 드골 호는 핵잠수함이 주둔한 지 채 1년도 안 된 2002년부터 싱가포르에 머물고 있다. 

2018년 봄에는 해군사관학교 장교들을 훈련하는 ‘잔 다르크’ 미션 당시 호주,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베트남 해역 인근까지 프랑스 군함들이 접근했다. 이후 샹그릴라 대화 직전에는 난사군도 부근에서 작전을 수행했다. 난사군도는 베이징 및 유럽 감시단 등이 가장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지역이다. 

◆ 프랑스의 장기 투자

동남아시아는 2019년 연간 성장률이 평균 5.3%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며 프랑스 무역의 1/3을 차지한다. 페가수스 미션 때 내방한 국가들은 투자자들이 가장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국가들이다. 인도의 국민총생산(GDP)은 2019년에 7.5% 급상승할 것이며, 그 뒤를 이어 베트남은 6.6%,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는 각각 5.4%와 5.1%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프랑스는 현재 이 국가들을 상대로 대규모의 무역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베트남과 인도에서 대부분의 적자가 발생한다. 이에 일각에서는 프랑스가 이 국가들을 상대로 장기적인 배팅을 한다고 분석한다.

언젠가 이 국가들이 더 큰 수입국이 됐을 때를 대비해 미리 좋은 자리를 선점해두겠다는 기대 속에서 투자를 늘리고 있다는 것이다. 인도에는 현재 1000개의 프랑스 기업이 상주하고 있다. 파리는 일본 다음으로 베트남의 발전에 가장 많은 공적 지원을 하고 있으며, 프랑스개발청(AFD)은 에너지, 운송, 해양 부분에서 인도네시아도 지원하고 있다.

장기 투자의 과실은 싱가포르에서 먼저 열렸다. 싱가포르는 프랑스가 2016년 수입 대비 40억 유로(약 5조1000억 원)가 넘는 순수출을 기록한 국가다. 2018년 기준으로는 프랑스에서 3위의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특히 민간항공 분야에서의 성과가 두드러졌다. 싱가포르는 2016년에 에어버스 A350 기종 10여 대를 14억 유로(약 1조8000억 원)에 구매했다. 

제 2의 잭팟을 안겨줄 국가는 어디일까? 인도가 우선 손꼽힌다. 프랑스는 최근 10년간 인도와 체결한 누적 계약금이 총 120억 달러(약 15조 원)에 달하는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인도의 최대 ‘무기 교역국’이 되었다. 그것도 아직 정산되지 않은 라팔 전투기 28대의 금액을 제외한 상태다. 모디 총리가 파키스탄과의 ‘소규모 국지전’에서 판정패한 데 대한 변명으로 늘 프랑스를 언급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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