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은행 등 부장급이상 간부직원 임금 10% 자진반납…점포통폐합 등 조직개편도 검토

[데일리비즈온 이서준 기자] 대우조선해양에 거액을 물린데 더해 1분기 부진한 영업실적을 보인 농협과 농협금융지주가 이대로 가다간 부실심화로 정상적인 업무수행이 어려워 질 수 있다고 판단, 대대적인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농협금융이 사실상 비상경영을 선포한데 이어 대우조선해양에 거액을 대출해준 은행들도 자구책을 준비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어서 금융기관들의 인력감축, 인건비절감, 점포 줄이기 등의 자구책이 잇따를 전망이다.

23일 금융계에 따르면 농협금융지주는 대우조선을 비롯한 조선해운업에 대한 구조조정 여파로 부실채권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우선 농협은행 부장급 이상을 대상으로 임금을 자진반납토록 하는 등의 자구책을 실시하고 있다.

농협은행은 간부급들이 은행경영이 어렵다는 현 위기상황을 깊이 인식토록 해 책임의식 고취 차원에서 삭감이 아닌 반납의 형식으로 임금을 조정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자회사나 계열사 간부직원들도 임금일부의 자진반납에 참여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농협생명과 농협손해보험, NH투자증권 등에서 본부 부장급에 해당하는 직급의 간부직원들도 임금의 10%정도를 반납할 것을 보인다.

직원들의 임금삭감문제도 거론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은 노조와의 조정절차가 따르기 때문에 직원들에 대한 임금일부반납은 당장 실천하기 어려운 문제이지만 부실채권문제가 더욱 심각한 양상을 띄우게 되면 노조와 협의를 거쳐 직원들의 임금반납문제도 진행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농협금융지주의 한 관계자는 전했다.

비용절감과 경영효율을 높이기 위한 지점 통폐합 등의 조직 개편도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농협금융지주는 농협은행을 중심으로 연내 50여개 수준의 지점 통폐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농협중앙회는 현재 글로벌 경영컨설팅 업체 AT커니와 농협 전반의 조직개편방안을 마련 중에 있는데 오는 7월 쯤 검토결과를 발표한 후 이를 조직개편에 반영할 계획이다.

사실 농협은행을 비롯한 농협금융지주는 그동안 부실대출 증가에 따른 경영악화가 가속화돼 비상경영에 돌입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가장 최근엔 대우조선에 거액을 물렸다. 농협은행은 대우조선에 1조5131억 원을 대출해줘 시중은행 중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가장 많다. 이어 하나은행은 8000억 원 규모, 국민은행은 7000억 원 규모의 익스포저를 떠안고 있다. 우리은행은 4800억원 상당의 익스포저를 보유했다.

대출금의 상당액은 조선해운에 대한 구조조정과 더불어 부실채권을 전락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이들 은행은 우선은 부실채권에 대한 충당금을 쌓아야 할 입장이어서 올해 수익전망은 암울하다. 대우조선의 자산건전성이 향후 최소 ‘요주의’로 하향 조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이들 은행은 거액의 충당금 부담이 불가피하다.

익스포저의 10%를 충당금으로 쌓는다고 하면 농협은행은 약 1500억 원, 하나은행은 약 800억 원 정도의 충당금이 필요하다. 우리은행은 대우조선의 자산건전성을 요주의로 낮출 경우 익스포저의 20%인 1000억 원을 추가 적립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1분기에 부진한 실적을 보인 농협금융지주의 올해 실적전망은 매우 어둡다. 농협금융지주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은 894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0%(482억 원) 줄었다. 이는 주력 계열사인 농협은행의 부진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농협은행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322억 원으로 전년보다 64.2% 감소했다.

대우조선에 앞선 농협은행은 지난달 법정관리를 신청한 창명해운 여신 4000억 원에 대해 충당금 1944억 원을 쌓았다. 농협은행이 올 1분기에만 창명해운 등 조선·해운업종에 적립한 충당금은 3328억 원에 달한다.

이처럼 농협은행의 순이익이 급격히 하락한 것은 조선·해운업 충당금 적립에 따른 것이다. 여기에 현재 농협은행의 STX조선해양에 대한 선수금환급보증(RG) 4000억 원, 성동조선 1700억 원 등 조선업체에 대한 RG만도 2조 원에 달해 부실채권으로 분류될 위험성도 매우 높은 실정이다. RG란 선주가 조선사에 미리 지급한 배값에 대해 은행이 지급보증을 서는 것을 말한다. 조선사는 RG 보증료로 은행에 보통 계약금의 0.3~0.4% 정도를 내고 조선사 계약 기간에 맞춰 선주에게 배를 인도하면 은행은 보증의무가 사라지고 보증료는 수익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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