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CEO 팀 쿡. (사진=애플)

[데일리비즈온 박종호 기자] 최신 아이폰, 아이패드, 맥북, 그리고 에어팟(무선 이어폰)의 가격을 합하면 우리 돈으로 약 400만 원에 달한다. 당연한 사실이지만, 절대 싼 가격이 아니다. 미국인들의 평균 집세로 따지자면 두 달 반의 월세살이가 가능한 금액이기도 하다. 

아이폰의 가격은 지난 10년간 무섭게 뛰었다. 2007년에는 499달러였지만 현재는 999달러에 달한다. 이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애플이 타사 제품에 대해 왜 이렇게 비싼지 명확하게 설명할 수 없었지만, ‘애플세(Apple Tax)’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냄으로써 적어도 그들의 제품이 비싸다는 사실만은 강조할 수 있었다. 

애플세는 고객들이 유사한 기능을 갖춘 경쟁 제품보다 애플 제품에 대해 낼 수 있는 여분의 금액을 말한다. 이른바 ‘애플 프리미엄’이라고 부를 수도 있겠다. 그리고 그 프리미엄은 애플을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회사로 만들 수 있었던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에 대해 애플의 CEO인 팀 쿡은 작년 “아이폰이 카메라, 비디오 레코더, MP3와 같은 장치의 필요성을 제거했다”며 애플 역사상 최고로 비싼 아이폰의 가격을 옹호하기도 했다.

이에 더해 그는 “가장 혁신적인 제품을 만드는 일은 저렴한 가격으로는 가능하지 않다”며 애플은 결코 가격을 위해 품질을 희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말하자면 애플세는 애플의 혁신을 위한 자금이라는 논리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은 실제로 혁신은 애플이 지금의 영향력을 얻도록 기능한 핵심 가치라고 입을 모은다. 과거 MP3였던 아이팟 시절부터, 아이팟과 아이폰은 둘 다 세상을 바꾼 제품으로 인식되어 왔다. 

물론 당시의 아이팟도 대단히 비싼 가격이었다. 2001년 아이팟의 출시 당시 가격은 399달러였다. 다만 애플은 아이팟을 노래 1000곡을 주머니에 넣을 수 있는 장치라고 선전했으며, 6년도 안되어서 애플은 1억 개가 넘는 아이팟이 팔렸다고 발표할 수 있었다. 역사상 가장 빨리 팔린 음악 플레이어였으며, 2005년 애플은 연간 이익이 284% 증가했다.

많은 고객에게 아이팟은 여러 애플 제품 중 첫 제품이 되었다. 고객들은 399달러짜리 아이팟을 사면, 추후로 아이팟의 새 버전뿐만 아니라 고객들이 더욱 원하던 제품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애플 역시 맥북, 아이패드 및 애플워치로 고객들의 요구를 충족시켰다.

이에 따라 어떤 사람들은 “사람들이 애플의 생태계에 종속되었기 때문에, 혹은 애플이 항상 혁신을 선도하기 때문에 경쟁사들보다 먼저 가격을 인상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한다. 이에 2007년 출시된 아이폰은 궁극적으로 아이팟을 대체했고, 훌씬 더 인상적인 성장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아이폰의 전 세계 출하량은 2015년 2억3100만 대에 이를 때까지 매년 증가했다.

하지만 현재 애플이 직면하고 있는 현실은 지속적인 혁신 능력에 대한 우려에 있다. 심지어 성장과 산업 지배력에 대해서도 압박을 받고 있다는 징후도 있다. 실제로 애플은 아직까지 2015년의 아이폰 출하량 기록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은 스마트폰 업계가 처한 현실과 무관치 않다고 지적한다. 스마트폰의 수명은 점점 길어지고 있으며, 이는 이전처럼 스마트폰을 자주 교체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공개 상장회사로서 애플은 매년 주주들을 위한 과실을 지급해야 한다. 이에 매출 감소에 대한 대책으로 가격 인상을 택했다는 의견도 무시할 수 없다.

실제로 2018년 애플 워치의 가격은 329달러에서 399달러로 인상되었다. 황금으로 도배한 애플 워치를 1만 달러에 팔려고 시도했던 사실도 간과해서는 곤란하다. 2017년 한 분석에 따르면 아이폰X의 원가는 아이폰8의 원가보다 25% 더 비싸지만, 가격은 43%의 차이가 있음을 폭로하기도 했다.

애플의 또 다른 선택은 신흥국 시장이었다. 최근 몇 년 동안 애플은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나라인 중국에서의 매출을 늘리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왔다. 어느 정도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애플 제품의 막대한 가격은 소득 수준이 그리 높지 않은 신훙국에서의 판매를 저해하고 있다는 비판도 공존한다.

실제로 프리미엄 아이폰의 가격은 중국의 경쟁사와 비교해 볼 때 경쟁력이 적다. 아이폰 XS MAX는 비슷한 시기에 나온 화웨이의 메이트 20의 가격과 비교해 두 배나 된다. 샤오미 미 믹스3과 비교하면 3배 수준이다. 이에 2018년 중반 애플의 아이폰은 세계에서 가장 인기있는 스마트폰 순위에서 화웨이에 밀려 3위로 추락했다. (1위는 삼성전자)

결국 애플은 아이폰 판매 대수를 더 이상 보도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는데,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를 판매 대수가 더 줄어들 조짐으로 해석했다. 이에 대부분의 전문가는 애플이 현재의 위상을 유지하려면 가격을 올리는 것만이 아닌 새로운 혁신을 고민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저작권자 © 데일리비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